미국 경기 연착륙 등 호재 타고 글로벌 증시 최고치 행진북핵 딛고 한국도 낙관론 솔솔… 장기적 관점서 접근해야

18일 뉴욕상품거래소의 한 직원이 다우지수가 장중 1,200선을 돌파하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기쁨을 표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금으로부터 7년 전, 즉 2000년대를 바로 눈앞에 둔 1999년 말, 세계 금융시장은 새로운 천년, 즉 소위 뉴밀레니엄의 기대가 한껏 부풀었던 시기였다.

물론 일각에서는 Y2K, 즉 날짜 계산의 오류의 위험을 말하기도 하였으나, 이는 새로운 시대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었지, 그러한 불안감이 기대감을 압도할 정도는 되지 못하였다. 오히려 금융시장은 기대감이 넘쳐났다. 신기술, 특히 반도체, IT산업 등에 대한 희망과 기대가 만발하였으며 그로 인하여 기술주가 거래되던 미국의 나스닥지수는 연일 상승세를 거듭하였다. 그리고 덩달아 우리나라의 코스닥지수 역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름세를 지속하였다.

당시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향후 주식시장의 전망에 대하여 대단히 낙관적이었다. 투자자들이나 전문가를 막론하고 입만 열면 장밋빛 미래를 설계하기에 바빴고, 그러기에 글래스맨(Glassman)이라는 사람이 지은 책으로 1999년 말 당시, 다우지수가 향후 36,000까지 오를 것이라는 주장을 담은 '다우 36,000'이라는 책이 나온 것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다우지수가 36,000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에서 한 술 더 떠, 심지어 다우지수가 100,000선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하는 ‘다우 100,000'이란 책도 또 다른 저자에 의하여 출간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당시만 하더라도 그들의 주장이 이상하기는커녕 오히려 대중의 환영을 받았고, 그 결과 이들의 책은 뉴욕타임스가 선정하는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기도 하였다.

▲ 다시 주목받는 글래스맨 예측

하지만 정작 2000년이 되자 기대와 꿈은 깨어지고 말았다. 흥분에 들떴던 2000년이 밝자마자, 주식시장은 오히려 하락세로 곤두박질했다. 뉴밀레니엄이니 새 천년이니 하던 희망찬 기대는 사라졌고, 주가는 2000년 초에 반짝 오르는 듯하더니 금세 내림세로 돌아서고 말았다.

다우지수는 그 이후 2년 동안이나 참담한 하락세를 이어갔다. 결과적으로 '다우 36,000'과 '다우 100,000'이라는 책의 주장은 틀린 것으로 간주되었고, 나아가 다우지수의 낙관적인 전망치를 말하는 것 자체가 1990년대 말의 새로운 시대에 대한 막연한 기대심리, 허황된 주식투자, 혹은 맹목적인 투자과열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실제로 그 이후 주식시장은 하락세였던 터. 예컨대 1999년10월, 즉 글래스맨의 책이 출간되었을 때, 이와 동시에 다우지수 투자자라면 4년이나 기다려야 비로소 본전에 이를 수 있었고, 또한 책이 출간된 직후 다우지수가 최고치를 기록하였던 2000년대 초와 그 이후 다우지수가 바닥을 기록한 2002년10월9일을 비교한다면 다우지수는 고점에서부터 무려 38%나 추락한 셈이 되었다. 그러니 글래스맨의 주장은 허튼소리로 간주될 수밖에 없었던 것.

그러나 최근 이들의 주장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무엇보다도 다우지수 등이 연일 상승세를 거듭하면서 사상 최고치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것이 주된 이유이다. 다우지수는 2000년에 들어서자마자 2년 정도 하락세를 나타내는 듯 하였으나, 결국 반등세로 돌아섰고, 일단 상승세로 흐름을 돌린 연후에는 그로부터 지금까지 거의 4년 이상 상승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 결과 다우지수는 심리적 저항선으로 간주되던 12,000선을 돌파하였고, 지난주에는 12,100선도 뚫고 올라서는 등 사상 최고치 기록을 매일같이 깨면서 상승세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 그러고 보니 다우지수 100,000을 말하기에는 아직도 성급한 일이라고 치더라도, 글래스맨이 7년 전에 제기한 ‘다우지수 36,000’이라는 주장은 이제 다시 한번 검토되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 "장기보유 수익률 인플레 능가"

사실 글래스맨의 주장은 그의 독창이 아니다. 그의 아이디어는 펜실베니아 대학 경영대학원인 와튼스쿨의 제레미 시걸(Jeremy Siegel) 교수의 연구에 바탕을 두고 있다.

시걸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1800년대 초반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주식을 17년 이상 보유하고 있었다면 어떤 경우라도 주식 보유의 수익률은 반드시 인플레이션을 능가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앞으로도 당연히 장기적으로 주식에 투자할 경우, 그 수익률은 인플레이션을 능가할 것이므로, 다우지수의 상승세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논리가 된다.

‘다우 36,000’에서 주장하고 있는 것도 주식을 장기적으로 보유할 경우, 채권보다 훨씬 나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주식시장이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므로 다소간 위험을 내포하고는 있으나, 장기적으로 보유한다면 이보다 더 안전한 투자처가 없다는 것이 제레미 시걸 교수, 혹은 글래스맨의 주장이다.

다우지수는 대형 우량주 30개만을 골라 주가를 단순 평균한 것으로 산출된다. 따라서 스탠다드 푸어 500지수에 비하여 훨씬 좁은 범위의 종목들로만 구성된다. 반면 다우지수에 속한 회사들은 당대에 각 산업을 대표하는 회사이므로 그만큼 당시 산업을 이끌어가던 선도적인 기업이 어떤 상황인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우지수에 투자한다는 것은 결국 당대를 대표하는 초우량기업에 투자하는 셈이 된다.

글래스맨의 연구에 의하면 다우지수는 1928년 이후 매년 5%의 비율로 상승해왔는데, 특히 최근 30년 동안에는 상승률이 매년 평균 12%에 이를 정도로 상승세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도 과거와 같은 다우지수의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다우지수가 36,000에 이르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터이다. 실제로 글래스맨이 주장하는 대로 2021년까지 다우지수가 36,000에 이르려면 매년 7.6%씩만 상승하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이처럼 한동안 잠잠하였던 증시 낙관론이 다시 고개를 들 정도로 최근 글로벌 증시가 내내 상승세를 거듭하고 있다. 다우지수는 연일 사상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으며, 그외에도 프랑스, 독일 등 유럽지역의 주식시장도 5년여 만에 최고치를 돌파하면서 전 세계 증시의 상승 분위기에 일조하고 있다.

거기에다 아시아에서도 싱가포르의 스트레이트 타임즈지수, 혹은 인도의 뭄바이지수 등도 최근 들어 사상 최고가를 돌파한 데다 홍콩은 5년 만에, 그리고 중국의 주식시장도 6년 만에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글로벌 증시가 한 방향,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글로벌 증시의 강세는 무엇보다도 기업실적이 좋아지면서 미국 경기의 연착륙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기 전망에 대하여서는 논란이 많았지만 지난주에 열렸던 연방준비위원회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국의 경기에 대하여 낙관적인 견해를 유지한 것도 증시에는 도움이 되는 호재로 간주된다.

거기에다 유가 하락에 따라 인플레이션의 우려가 감소하였고, 특히 그간 세계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만들었던 미국의 부동산가격이 급락할 위험이 완화된 것도 역시 주식시장의 상승세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은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일본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세계 금융시장에 유동성 공급원이었던 엔 캐리 트레이딩 자금이 회수되면서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였으나, 지금으로서는 일본의 급격한 금리인상 움직임도 포착되지 않고 있으며, 이에 따른 엔 캐리 트레이딩 자금의 회수도 우려할 사항이 되지 못한다.

물론 글로벌 증시가 상승한다고 하여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이 반드시 상승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미국이나 유럽 등의 선진국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상황이고, 아시아 증시도 상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라면 그간 북핵으로 인하여 다소 위축되었던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에 대하여 낙관론을 가져도 그리 잘못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글래스맨이 주장하듯, 단타가 아니라 주식을 장기로 보유한다면 반드시 인플레이션을 능가하는 수익률을 거두었다는 측면에서 이제 우리도 주식시장을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안목이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