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TRA '인베스트 코리아' 정동수 단장외자유치는 '선진경영·고용·자금' 일석삼조… 1~3일 외국인 투자주간 행사

최근 국내 시장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가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다. 실제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외국인 직접투자 규모(순유입 기준: 도착금액-회수금액)는 2004년 77억2,000만 달러(세계 16위)에서 2005년 71억9,000만 달러(세계 27위)로 5억 달러 이상 감소했다.

게다가 올해 들어서도 전년 대비 2% 가량 감소세가 이어지는 데다 최근 북핵 변수마저 불거져 일각에선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에 등을 돌리는 게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내 외국인 투자유치 전문기관인 ‘인베스트 코리아’(Invest Korea)의 정동수(51) 단장은 크게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고 진단한다. “숫자상으로는 감소 국면에 접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내용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이다.

우선 외환위기 이후 대거 쏟아졌던 부실기업 매물로 인해 외국인 투자가 일시적으로 급증했다가 매물이 대부분 소화되면서 투자 대상이 줄어든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즉 근년의 감소세는 말하자면 정상적 상황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시적 하락’이라는 설명이다.

정 단장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도 “최근 거의 매일 외국인 투자자들을 만나봤는데 북한 핵실험에 대해 그다지 우려를 나타내지 않더라”며 “혹여 투자 프로젝트의 지연이나 취소가 있을지도 몰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데 그런 사례도 아직 없다”고 밝혔다.

정 단장은 1970년 미국으로 건너가 클린턴 행정부 때 상무부 국제무역청의 부차관보까지 역임했을 만큼 재미교포 사회에선 성공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2002년 국내에 들어와 국제통상 자문활동을 활발히 해온 그는 올 초 공모를 통해 인베스트 코리아 2대 단장에 발탁됐다.

산업자원부와 인베스트 코리아는 외국인 투자 촉진을 위해 올해 처음 ‘2006 외국인 투자주간 행사’(11월 1일~3일, 장소 KOTRA)라는 대대적 이벤트를 마련했다. 맨 앞에서 이를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는 정 단장을 지난 26일 KOTRA 7층 집무실에서 만나 외국인 투자 현황과 과제 등에 대해 들어봤다.

- 최근 한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는 어떤 경향을 띠고 있나.

“전 세계 외국인 직접투자는 2004년 6,500억 달러에서 2005년 8,967억 달러로 증가했는데, 우리의 경우 부품소재 분야 투자가 18.9% 증가하는 등 ‘고부가 가치화’가 지속되는 추세다. 또 5,000만 달러 이하 중소규모 투자 총액이 2005년 상반기 15억6,000만 달러에서 2006년 상반기엔 20억9,000만 달러로 상승하는 등 외국인 직접투자의 저변이 확대되는 신호도 보인다.”

- 북핵 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 요인은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세계 최대 규모 연기금인 캘퍼스(CalPERS,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 퇴직연금)가 향후 최대 25억 달러 정도를 한국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고, 미국의 구글사도 R&D(연구개발)센터를 건립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이로 미뤄 컨트리 리스크와 관련한 외투기업들의 투자감소는 크게 우려할 바가 아니다. 오히려 서방 애널리스트 중에는 북핵사태가 그간 불분명했던 한반도 불안요인을 명확하게 해 장기적으로는 한국시장의 매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 세계 경제 전체의 관점, 특히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외국인 투자의 의미는.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각 기업들은 해외 직접투자, 즉 FDI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제고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활발한 R&D 투자다. R&D 투자의 가장 큰 매력은 기술 역량을 보유한 나라에 투자해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이런 투자가 꼭 일방적인 관계만은 아니다. 한국의 경우 글로벌 기업들의 선진경영 노하우 습득과 고용창출, 자본유입 등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이처럼 투자 기업과 투자 유치국 간에 상생 기조를 유지한다면 세계 경제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는 게 외국인 투자이다.”

- 한국 경제의 특성과 관련해 외국인 직접투자가 절실한 이유를 설명한다면.

“외환위기 이후 국내 산업구조가 급속히 지식집약형으로 바뀌면서 기업들에게 필요한 기술도 기존의 생산공정 위주의 기술에서 핵심 원천기술로 바뀌고 있다. 그런데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경쟁이 치열해지고 기술 수명 주기도 단축됨에 따라 필요 기술을 기업 내부에서만 조달하는 게 불가능해졌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은 필요한 원천기술을 외부로부터 효율적으로 획득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외국인 직접투자 규모가 늘어나면 기술이전 등으로 국내 기술혁신 강화에 여러모로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한국만의 매력적 투자 환경은 무엇인가.

“최근 외국인 투자 기업들이 국내에 거점을 마련하는 이유는 비용 대비 우수한 R&D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데다 초기상품을 테스트할 수 있는 시장성도 좋기 때문이다. 또 동북아 중심에 위치해 일본과 중국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중개지라는 이점도 적지 않다.”

- 그렇다면 외국인 직접투자를 가로막는 걸림돌은 무엇인가.

“외국인 투자 기업들을 불러오려면 부품 및 소재 분야 중소기업의 역량 강화가 필수적이다. 외투기업들이 원하는 부품을 국내에서 생산할 수 없거나 품질이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 또 가격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한국 시장은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기술 확보가 산업 발전의 관건이 되는 현 상황에서 외국인 직접투자 유입에 수반되는 기술이전 계기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정책 개발도 시급한 실정이다.”

- 중국, 싱가포르, 대만 등 우리 주변에는 외자 유치 경쟁국들이 많다. 이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국가 전략은 뭔가.

“모든 부분에서 다 앞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 말은 우리가 가진 경쟁 우위 분야에 외자 유치를 집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얼마 전 국내에 들어온 바이오산업 투자자에게 ‘왜 중국에 안 가고 한국에 왔느냐’고 물었더니 ‘지적재산권 보호 때문’이라고 답하더라.

중국은 저임의 노동력이 풍부하고 엄청난 시장이 있어 인력 소요 업종에는 분명 매력적인 곳이지만, 고학력의 숙련된 인력이 필요한 하이테크 업종에서는 한국이 투자처로서 경쟁 우위에 있다. 물론 강경한 노사관계 등 단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한국이 생산성, 기술력, 애사심 등에서 낫다는 판단을 하는 외국인들이 많은 편이다.

하이테크 업종에서 싱가포르, 대만 등은 강력한 외자유치 경쟁 상대다. 특히 싱가포르는 행정 지원도 좋기 때문에 우리가 항상 염두에 둬야 하는 경쟁자다. 하지만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우리가 가진 제조업의 강점을 살려 나간다면 외국인 투자는 계속될 것이다. 외국인이 한국에 오는 가장 큰 이유가 제조업이 강하기 때문이다.”

- 2006 외국인 투자주간 행사는 어떤 취지로 마련됐나.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가 한국의 투자환경을 적극 홍보함으로써 외국인 투자유치 활성화와 동북아허브의 조기 실현을 달성하는 것이고 둘째는 외국인 직접투자가 한국 경제에 주는 긍정적 효과에 대해 국민 인식을 제고하는 것이다. 둘은 떼놓고 볼 수 없다. 결국 ‘한국은 투자하기 좋은 나라’임을 대내외에 널리 알리는 게 행사의 가장 큰 목적인 셈이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