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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인간을 닮아 가는 로봇
지난달 코엑스 로봇월드에서 인공피부 지닌 연예인 로봇 등장
걷고 뛰는 건 기본… 지능과 사유하는 능력 부여는 아직 요원



지난달 18일 코엑스에서 열린 '로보월드 2006'에서 세계 최초의 연예인 로봇 에버투 뮤즈(가운데)가 공개되고 있다. 신상순 기자


얼마 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적 규모의 로봇 잔치 ‘로봇월드 2006’ 행사에서 가장 눈길을 끈 로봇은 ‘에버투-뮤즈’(이하 에버투)였다. 세계 최초의 연예인 로봇 에버투는 불의의 목 부분 고장으로 데뷔 무대서 스타일을 구기기도 했지만 며칠 뒤 말끔한 모습으로 돌아와 감미로운 노래를 관객들에게 선사했다.

에버투는 형태나 외관, 기능적인 면에서 사람을 쏙 빼닮은 인조인간형 로봇(안드로이드)으로 분류된다. 실제 아름다운 외모, 다양한 표정, 사람과 흡사한 피부에다 간단치 않은 노래와 율동을 선보인 에버투는 멀리서 보면 언뜻 20대의 재기발랄한 여느 한국 미인으로 착각할 만했다.

인공지능, 제어계측, 컴퓨터, 기계, 소재, 전자, 통신 등 관련 분야의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인간 지식의 종합예술이라고 할 만한 로봇이 인간 사회로 성큼 다가서고 있다. 현재 산업용이나 의료용 로봇, 군사용 로봇, 가정용 로봇 등이 이미 상용화됐거나 속속 등장 채비를 하고 있는 가운데 인간형 로봇도 진화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하지만 스타워즈, 터미네이터, AI, 아이로봇 등 할리우드 SF영화에 나오는 ‘진짜 사람 같은’ 로봇은 아직 상상에 불과하다. 현 단계에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난제들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 로봇은 얼마나 인간과 닮아 있을까. 또 앞으로는 얼마나 더 닮을 수 있을까.

▲ 외관과 동작= 키 165cm, 몸무게 60㎏의 에버투는 실리콘 재질의 인공 피부를 가졌을 뿐 아니라 전신에 60개의 관절을 갖고 있어 비교적 다양한 동작이 가능하다. 특히 얼굴에는 23개의 미세모터가 장착돼 있어 표정도 풍부하게 연출할 수 있다. 에버투가 얼굴로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은 기쁨, 슬픔, 놀람, 화냄, 두려움, 불쾌감, 흥미, 지루함 등 모두 8가지다.

에버투는 또한 노래를 부르는 가수답게 13개의 자음과 모음을 표현할 수 있는 립싱크 기능과 아울러 노래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율동 기능도 갖고 있다. 게다가 주변 사물의 색상과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어 관객들의 반응에 따라 다양한 얼굴 표정을 짓기도 한다.

한국형 로봇 마루와 아라. 이들 로봇은 무선으로 작동이 가능한 세계 최초 네트워크 휴머노이드다. 왕태석 기자
에버투가 인간의 외관을 최대한 닮도록 만들어진 국내 최초의 인조인간형 로봇이라면, 지난해 가을 부산 APEC정상회담 때 세계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휴보’는 국내 최초의 이족(二足ㆍ두 발) 직립보행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휴머노이드는 팔, 다리 등 형태적으로 사람을 닮은 로봇을 가리키는 말이다.

외관은 에버투가 사람에 근접했지만 동작 기능은 휴보가 국가대표다. 2004년 말 처음 공개된 휴보는 세계 최고의 휴머노이드 로봇이라는 일본 혼다의 ‘아시모’에 크게 뒤질 게 없다는 찬사를 받은 바 있다.

2002년 개발에 착수 후 불과 2년여 만에 완성된 키 125㎝, 몸무게 55㎏의 휴보는 시속 1.2㎞ 속도로 평지를 걷고 팔과 손을 움직일 수 있다. 특히 41개의 모터를 장착한 휴보는 다섯 손가락을 모두 움직일 수 있는 등 일부 기능에서 아시모보다 오히려 낫다.

지난해 APEC 때는 아인슈타인의 얼굴을 장착하고 나타나더니 30여 가지나 되는 표정 연기를 선보여 각국 정상들의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다. 각종 로봇 행사에 늘 빠지지 않는 ‘귀하신 몸’이 된 휴보는 현재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뛰는 동작의 구현 단계로 성능이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아직 일본 아시모가 좀 더 앞선 휴머노이드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키 120㎝, 몸무게 52㎏의 아시모는 이미 계단이나 경사로를 이동하고 시속 3㎞로 뛸 수 있는 능력까지 지녔다. 또한 초보적이기는 하지만 사람의 동작이나 음성, 얼굴을 인식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 단계의 휴머노이드 로봇은 걸음마를 막 배우는 아기처럼 자신의 한 몸을 가누고 겨우 걷는 정도가 한계다. 때문에 로봇 공학자들은 로봇의 자연스런 보행을 구현하기 위해 로봇이 무게 중심을 정확하게 옮길 수 있도록 하는 운동 제어 기술 향상에 골몰하고 있다.

▲ 지능과 감정= 로봇의 외관이 아무리 사람과 똑같고 움직임이 자유스럽다 하더라도 스스로 정보를 처리하고 판단해 행동하는 지능이 없으면 ‘비싼 장난감’에 불과할 것이다. 그런 까닭에 과학자들은 로봇 연구의 최대 과제로 로봇에 지능을 부여하는 일을 꼽는다.

현재 국내서 개발된 ‘지능형 로봇’으로는 ‘마루’와 ‘아라’가 대표적이다. 이들 로봇은 외부의 중앙통제 시스템에서 무선으로 정보와 신호를 보내 움직이도록 한 세계 최초의 네트워크 휴머노이드로 평가받는다.

네트워크 휴머노이드의 최대 강점은 정보처리 기능을 담당하는 ‘두뇌’를 외부에 둬 로봇의 무게를 줄일 수 있는 데다, 중앙통제 시스템의 컴퓨터 용량에 따라서는 사실상 무한한 지능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네트워크 휴머노이드는 진정한 자립형 로봇으로 볼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이에 비해 2001년 공개된 아미는 상체는 인간형이지만 하체는 원통형으로 만들어져 모양새로는 장난감에 가깝다. 하지만 아미는 이런 외관에도 불구하고 똑똑하기로는 어느 로봇에도 뒤지지 않는다. 개발 목표 자체가 인간의 지능과 감정을 담을 수 있는 인공지능 로봇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아미는 주변 환경 정보를 인지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상당한 수준이다. 예를 들어 사람들의 얼굴을 인식하는 능력은 탄생 당시보다 크게 향상돼 수백여 명을 구별해 낸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누구십니까”라고 정체를 묻는가 하면 한 번 봤던 사람에게는 “안녕하십니까”라고 반가운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아주 초보적 단계이기는 하지만 사람의 얼굴을 보고 어떤 감정 상태인지를 맞추기도 한다.

사람을 닮은 로봇의 궁극적 전제조건은 온전한 자율성이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기술이 바로 인공지능 분야다. 인공지능에는 영상과 음성 정보 인식은 물론 감정 인식과 표현 능력, 더 나아가 학습 능력과 독자적 판단 능력 등이 포함된다. 이는 인간형 로봇이 갖춰야 할 필수불가결한 조건들이다.

로봇 전문가들은 인공지능 구현과 밀접한 연관을 가진 생명공학과 뇌과학, 나노 기술 등이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언젠가 인간처럼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로봇의 탄생도 꿈만은 아니라고 내다본다. 다만 그 시기가 가까운 미래에 도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지배적 견해다.

그렇지만 로봇이 인간처럼 되는 그때, 정작 인간은 어떻게 될까?



입력시간 : 2006/11/01 15:43




김윤현 기자 uny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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