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6자회담 참여로 북핵 충격 덜어 하락세 탈피 점진적으로 상승한은 총재도 "내년 성장률 낮아도 우려 수준 아니다" 금리인하 반대

10원 23일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국제 재정경제위의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최종욱 기자
지난달 초, 북한이 핵실험을 하였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금융시장은 충격에 휩싸였다. 달러환율은 급등하였고, 주가는 크게 출렁거렸으며, 아울러 안전자산을 매수하려는 심리로 인하여 채권가격이 크게 치솟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채권의 경우는 비단 북핵 사태뿐만이 아니었더라도 내년 경기에 대한 비관적인 시각이 금융시장을 지배하면서 금리가 현 수준보다 다소 인하될 것으로 기대되는 분위기이기도 하였다.

그러니 북핵 관련 소식이 알려지기 이전부터 채권에 대한 꾸준한 매수세가 이어졌고, 그 결과 채권의 수익률은 연일 낮아지는 상황이었다. 증권업 협회가 매일 고시하는 3년물 국고채 금리의 경우, 6월28일에 5.04%까지 치솟은 이후 꾸준하게 하락세를 지속하던 터. 그런데다 북핵 사태까지 터졌으니 채권의 매수세가 몰리면서 채권금리는 더욱 하락하여 10월 초에는 4.57%까지 기록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10월 초 이후 상황이 변하고 있다. 더 낮아질 것 같던 금리가 오히려 금리가 상승하고 있어 주목을 끈다. 이는 무엇보다도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에 부정적이고, 북핵 사태가 더 악화되지 않는 데다 내년도 경기둔화를 우려하는 시장의 지배적인 시각이 다소 흔들리고 있기 때문. 그러기에 시장의 분위기도 10월 이전만 하더라도 금리가 하락할 것이라는 주장 일변도이더니 이제는 금리가 10월 초를 바닥으로 하여 다시 상승할 것이라는 주장이 슬슬 위세를 더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실제로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이 국고채 수익률도 오름세이다. 3년 만기 채권의 금리는 10월 초 4.57%를 기록한 이후 서너 차례에 걸쳐 4.57%를 재차 기록하기는 하였으나 추가로 하락하지는 못하였다. 그러자 금리는 오히려 반등하는 기조이다. 3년물 국고채 금리는 어느새 4.71%(10월31일 기준)까지 올라선 상황이기도 하다.

이처럼 채권시장의 분위기가 바뀐 것은 무엇보다도 통화정책의 수장을 맡고 있는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의 금리 발언 때문. 이 총재는 지난달 23일,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내년 상반기에 3~4%의 성장률이 가능하다는 전망 하에, 통화정책 차원에서 (성장이)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에 대하여 채권시장에서는 설령 내년도에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이 다소 둔화되더라도 경기를 억지로 부양하기 위하여 콜 금리 인하 등의 조치는 취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하였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던 금리 인하 주장에 명백히 반대하는 입장을 드러낸 것.

그의 발언으로 말미암아 채권시장 일각에서 제기되었던 내년도 경기부양을 위한 콜 금리 인하설은 급속히 위력을 잃었고, 그 영향이 신속히 채권금리에 반영되며 금리는 상승 기조로 돌아섰다. 아울러 이 총재는 국정감사에서 금리인하에 대하여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지 3일 후인 지난달 26일, 부산대학교 최고경영자과정에서의 강연에서는 ”성장이 4~5%, 물가가 2~3%라면 소박한 경제논리, 주먹구구식 논리라 해도 균형 금리가 6~8%가 되어야 한다.

이렇게 보면 콜금리 4.5%는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라고 언급하기까지 하였다. 채권시장이 다시 한번 충격을 받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물론 그 이후 한국은행이 이 총재 발언의 의도는 원론적인 측면을 강조한 것이고 시장 금리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하면서 파장은 다소 수그러들었으나 영향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특히 채권 시장에서는 비록 원론적이기는 하지만 이 총재가 피셔 방정식에 따른 적정금리 수준을 언급하여 금리 인하 주장에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판단하였으니 이후 채권 금리가 더 하락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나마 일각에서는 내년도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로 인하여 금리가 인하될 것이라고 은근히 기대하기도 하였으나 최근 발표된 경제지표로는 경기둔화 우려도 상당히 완화되는 상황이다. 경기도 그리 나쁜 상황은 아닌 듯하다. 지난달 31일, 통계청은 산업생산이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6.3%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채권시장에서 예상하던 수치에 비하여 크게 호전된 수준. 거기에다 지난 2월 이후 7개월째 하락했던 경기선행지수도 8개월 만에 반전에 성공하여 내년도 경기 둔화 우려를 희석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사실 이제까지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주된 근거는 경기선행지수가 매달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내년도 경기 둔화가 우려된다는 것.

그러나 이제 경기선행지수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으니 내년도 경기둔화 주장이 들어설 근거가 좁아지게 된 결과가 되고 말았다. 의당 금리 인하 기대감도 빠르게 후퇴하였다. 실제로 산업생산지수가 ‘서프라이즈’ 수준으로 발표된 지난달 30일, 채권 선물가격은 하루 만에 무려 15틱이나 크게 하락하기도 하였다.

또한 북한의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체감경기는 2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는 것도 금리 하락 주장을 무색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 기업경기실사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조업 업황 실사지수(BSI)는 86으로 전월의 84 보다 2포인트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특히 이번의 조사기간이 북한의 핵실험 소식이 전해진 이후였으나 그것이 기업 체감 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제조업 업황실사지수는 지난 9월, 6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선 데 이어 10월에도 소폭 올라 2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기업에게는 북핵 문제가 체감경기에 생각만큼 그리 큰 부담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다 안전자산 보유를 위하여 채권의 수요를 촉발하게 만든 주 원인이었던 북핵 사태도 이후 더 악화되지 않았고, 오히려 최근 북한이 6자 회담에 참여할 뜻을 밝히는 등 위기가 완화되는 양상으로 접어드는 것도 금리만 놓고 본다면 상승 요인일 수 밖에 없다. 위기상황이 이어진다면야 채권의 매수세가 늘어나고, 채권 가격이 오르면서 금리가 하락할 수가 있으나, 지금으로서는 돌발변수가 없는 한, 현 수준에서 채권 수익률이 급격히 하락하리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아직도 금리 하락에 대한 기대감을 버리지 않고 있다. 이들은 9월 산업생산이 시장의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는 것으로 나타나기는 하였으나 이는 추석 연휴가 작용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여 9월의 경우, 추석 연휴를 앞두고 생산을 늘렸기에 평소보다 산업생산이 증가한 것이지, 추석 연휴가 낀 10월 산업생산까지 보아야만 정말로 내년도 경기가 둔화될 우려가 희석될 것인지 여부를 확정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예컨대 10월 산업생산이 4-5% 수준의 한자리 숫자로 발표된다면, 9월 산업생산이 16.3%로 나타난 것은 아무 일도 아니게 되어 버린다. 또한 산업생산지수와 같이 발표되는 경기선행지수도 관심을 끈다. 일반적으로 경기선행지수는 한번 방향을 바꾸면 좀처럼 다시 방향을 바꾸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예컨대 한번 하락세로 돌아서면 당분간은 하락 기조를 이어간다는 말이다. 그러기에 만일 11월 말에 나올 경기 선행지수가 다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난다면, 이번에 경기선행지수가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일시적인 일에 불과하고, 여전히 경기는 하강 국면인 것이 확인되는 결과가 되며, 그렇지 않고 11월에도 경기선행지수가 오름세를 이어간다면 내년도 경기둔화 주장은 상당히 약화될 것이 틀림없다. 결국 금리 향방의 고삐는 이달 말의 산업생산지수가 쥐고 있는 셈.

다만 현재로서는 북핵 사태의 호전, 이성태 총재의 발언 파장 등으로 인하여 당분간은 시장 금리가 하락하기보다는 조금씩 상승 기조를 보일 공산이 높다고 판단하는 게 현명할 것이다.


김중근 메버릭 코리아 대표 jaykki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