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파스 인수한 SK컴, 한국 공략 나선 구글, 선두 네이버에 도전장… 포털 시장에 전운 고조

야후에서 다음으로, 다음에서 다시 네이버로. 그렇다면 네이버 이후는?

1997년 야후가 한국에 상륙하면서 본격적으로 닻을 올린 인터넷 포털업계는 10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3대(代) 천왕’ 시대에 이르렀다. 첫 번째 왕좌에는 미국서 온 야후코리아(이하 야후)가 무혈입성했고, 두 번째 왕좌는 커뮤니티 열풍을 타고 다음커뮤니케이션(이하 다음)이 차지했으며, 세 번째 왕좌에는 다음과의 치열한 공방전 끝에 NHN(이하 네이버)이 승리해 새로운 ‘왕국’을 건설했다.

그러나 내로라 하는 군웅이 할거하는 포털업계에서 영원한 절대 강자는 없는 법. 현재 철옹성처럼 여겨지는 ‘네이버 왕국’에 최근 SK커뮤니케이션즈(이하 SK컴)가 ‘검색 강호’ 엠파스와 연합군을 편성해 강력한 도전장을 던지고 나섰다. 반드시 네이버를 꺾겠다는 야심만만한 출사표도 함께 내놓았다. 이런 와중에 세계 최대 검색업체인 구글의 한국 시장 공략도 본격화하고 있다. 조만간 국내에 설립될 구글 연구개발(R&D)센터는 총공세의 전진기지가 될 전망이다.

이처럼 재벌그룹을 등에 업은 SK컴과 미국 검색시장을 제패한 구글, 두 강자의 협공이 시작되면서 네이버 독주 체제에 균열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일각에서는 야후가 다음에 밀려나고 다음이 네이버에 따라 잡혔던 것처럼 네이버의 앞날도 알 수 없는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그렇다면 ‘4대(代) 천왕’은 누가 될까.

SK컴 '인공지능 검색' 으로 승부수

SK컴이 높은 검색 경쟁력을 가진 엠파스와 검색기술 전문업체 코난테크놀로지를 전격 인수해 삼각편대를 구성한 데는 명확한 목표가 하나 있다. 국내 검색시장에서 70%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절대 강자로 군림 중인 네이버의 아성을 무너뜨린다는

SK커뉴니케이션즈 유현오 사장
것이다.

이메일, 커뮤니티, 뉴스 등 다양한 포털 서비스 가운데 검색은 이제 포털의 수익을 좌우하는 킬러 애플리케이션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았다. 때문에 검색 분야 경쟁력 없이 포털시장의 패권을 꿈꾸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SK컴으로서는 취약점으로 꼽혔던 검색 능력을 단숨에 끌어올렸지만 시장의 평가는 다소 엇갈린다. 한쪽에선 싸이월드로 대변되는 독보적인 커뮤니티 영향력에 엠파스의 검색 능력을 날개로 달아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보지만 다른 쪽에선 검색시장의 특성상 단기간에 큰 변화를 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는 전망이 교차하고 있다.

하지만 포털 빅뱅의 주체가 SK컴이라는 점을 가벼이 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SK컴은 2002년 라이코스코리아를 인수한 뒤 네이트로 재포장해 포털업계 10위권에서 3위로 수직 상승시킨 데다, 2003년 인수한 싸이월드를 일거에 회원수 2,000만 명에 이르는 1인 미디어 왕국으로 키워냈을 만큼 인수합병 뒤 포털 판도를 뒤흔들어 놓는 데는 일가견을 지녔다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SK컴의 숨은 노림수가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주목받는 것은 SK컴이 던진 ‘인공지능(AI) 검색’이라는 화두다.

인공지능 검색이란 한마디로 방대한 웹 상에서 포털 고객의 취향과 관심사에 맞는 콘텐츠만 쏙쏙 골라 검색해주는 서비스를 뜻한다. 이는 고객의 선호 콘텐츠, 검색 횟수 등 개인정보를 자동적으로 분석해내는 인공지능 프로그램 덕분에 가능한 서비스다. 고객의 포털 검색 횟수가 누적되면 누적될수록 검색 정보는 더욱 고객 관심사에 맞게 나타난다.

SK컴의 인공지능 검색은 검색 기능이 보다 고객친화적으로 진화한 것이다. 이는 검색 트렌드가 누리꾼들이 원하는 정보를 동영상, UCC(User Created Contents, 사용자제작콘텐츠) 등 어디에서든 찾아주는 무한경쟁으로 치닫는 시장 상황에서 확실히 유리한 고지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사용자 편의와 쌍방향성을 중시하는 ‘웹 2.0’ 시대에 검색 분야로는 첫발을 내딛는 의미도 크다. 웹 2.0은 누리꾼이 직접 콘텐츠 생산, 유통, 변경 등에 참여할 수 있는 ‘열린 웹 환경’으로 인터넷 사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으로 예측되는 차세대 웹이다.

SK컴과 엠파스, 코난 등 3사는 각자 핵심 역량을 모아 수개월 내에 차세대 검색 서비스를 내놓겠다고 공언했다. 그들의 첫 번째 카드가 무엇인지에 따라서는 지각변동이 앞당겨질 수도 있다.

한국에 베이스캠프 차린 구글

엠파스 박석봉 사장
요즘 포털업계 사람들은 한국 시장 공략을 선언한 구글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만큼 구글은 태풍의 눈으로 한반도에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지구상의 웹페이지를 샅샅이 훑어 방대한 정보를 찾아주는 ‘싹쓸이 웹 검색’으로 절대강자에 오른 구글은 그 동안 언어, 문화 차이 등으로 한국에서는 재미를 보지 못했다. 현재 순(純)방문자 수나 페이지뷰 등을 종합한 포털 순위에서 아직 중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하지만 구글은 ‘검색 현지화’를 내세우며 한국 포털과의 한판 승부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1,000만 달러를 투자해 한국 R&D센터 설치 계획을 밝힌 데다 국내 연구개발 인력을 대거 영입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구글이 막대한 자금을 풀기 시작하면 그것만으로도 판 흔들기에는 성공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업계에서는 지난 몇 년간 한국 시장을 면밀히 조사한 구글의 이번 행보가 결코 예사롭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최대의 중국 시장 공략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한국을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의지가 확고할 것이라는 것.

구글은 향후 한국 시장 공략과 관련해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 전문가들도 구글의 속내와 전략이 무엇인지 추측하기에 바쁘다. 그러면서 구글의 영향력에 대해서도 의견이 다소 엇갈리고 있다. 세계 최대 검색업체인 구글이라도 국내 선두주자들의 한글 웹페이지 검색 능력을 단시간에 추격하는 것은 무리라는 전망이 있는가 하면 구글의 기술력이라면 언제든지 승부를 걸 수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일각에서는 한글 검색은 다소 천천히 공략하되 최근 대세로 떠오른 동영상 검색을 단기 승부수로 띄울 수도 있다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이는 16억5,000만 달러라는 거액을 주고 미국의 신흥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를 사들인 구글의 행보를 보더라도 일정 부분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다시 말해 검색시장의 새 주도권을 잡기 시작한 UCC,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 검색으로 바람몰이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네이버와 다음, 긴장 속 해외 공략

기존의 양강을 형성하고 있는 네이버와 다음은 SK컴과 구글의 잇따른 도전장에 움찔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우선 국내 검색의 1인자 네이버는 영토 안팎에서 치고 들어오는 협공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종합 포털 순위 2위인 다음 역시 검색 능력 제고에 부심해 오던 차에 강력한 경쟁자들이 나타나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네이버와 다음은 역으로 국내 시장을 유지하는 노력 못지않게 해외 시장 진출에 활발하다. 어차피 국내 시장은 곧 포화에 이를 게 분명하기 때문에 일찌감치 글로벌 기업으로의 변신에 나선 것이다.

전문가들은 SK컴과 구글의 행보가 즉각 포털업계에 태풍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기존의 양강 구도가 무너지고 새로운 질서가 태동하리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대체적으로 네이버, 다음, SK컴의 3강에 구글이 가세하는 ‘느슨한 4강 체제’가 유력시된다.

그렇다면 포털업계의 ‘4대(代) 천왕’ 등장 시기는 좀 더 늦춰지고 한동안 4강이 각축을 벌이는 ‘4대(大) 천왕 시대’가 이어질 공산이 높다. 다만 수 년째 포털업계에 끊이지 않는 각종 M&A설을 감안하면 합종연횡은 상시 변수다. SK컴이 엠파스를 인수했고, 최근엔 다음과 구글이 손을 잡는다는 소문이 나도는 게 그 증거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