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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센터도 불황의 늪에 허우적
싸고 질좋은 중고품 판매 불구 매장 환경 열악… 손님 발길 줄어



마포구신촌재활용센터 매장에서 한 주부가 중고 세탁기를 고르고 있다. 박철중 기자




23일 오후 4시 무렵 서울 마포구 신수동의 ‘마포구신촌재활용센터’. 젊은 남녀 한 쌍이 매장을 찾아 캐비닛을 한 개 구입한다. 매장 직원에게 배달할 장소를 알려 주는 동안 그들의 시선은 다른 곳을 향했다. 그러더니 “저쪽에 있는 가죽 소파는 가격이 얼마죠?”라고 또 묻는다.

남녀는 결국 캐비닛만 구입하고 돌아갔지만 매장에 진열된 가구와 가전제품 중에 마음에 드는 게 적잖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들이 돌아간 뒤에도 재활용센터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가구를 살펴보러 온 40대 중년 부부, 전열기구를 사러 온 70대 할아버지 등 부류도 다양했다. 약간 낡은 중고 물건을 판다는 사실 외에는 여느 유통업체 매장과 다를 바 없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겉보기엔 활기찬 듯했지만 속사정은 달랐다. “공교롭게도 기자가 왔을 때 손님들이 좀 드는군요. 좀 전까지만 해도 몇 시간째 손님이 없었는데, 휴~.” 희미하게 웃는 재활용센터 관계자의 입에서는 깊은 한숨소리가 흘러나왔다.

“매출이 지난해보다 30%나 줄었습니다. 예전에는 하루 내방객이 40~50팀 정도는 됐는데 요즘에는 20~30팀밖에 안됩니다. 경기가 안 좋아도 너무 안 좋으니까 재활용센터도 장사가 안 되는 거죠.” 이곳 강영준 이사의 설명이다.

중고제품을 판매하는 재활용센터는 통상적으로 경기가 나빠지면 호황을 맞는 업종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들은 불경기를 맞아 호주머니가 얇아지면 비싼 신제품을 사는 대신 저렴하고 쓸 만한 중고제품을 찾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IMF 외환위기 때 재활용센터를 찾는 사람들이 급증한 데서 단적으로 알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이런 통념이 더이상 들어맞지 않는다는 게 재활용센터 업계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오랜 경기침체로 인해 허리띠를 졸라맨 상당수 가정에서 신제품을 구매하지 않으면서 중고제품도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신제품이 자꾸 팔려야 기존에 쓰던 제품들이 중고시장으로 유입되는데 신제품 판매 자체가 줄어들면서 재활용 시장도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강영준 이사는 “신제품이 없으면 중고도 없고 신제품이 잘 팔리면 중고도 잘 팔립니다. 결국 경기가 살아나야 재활용센터의 주름도 펴지는 것이죠”라고 말했다.

국내 재활용센터는 1990년대 중반부터 전국적으로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해 90년대 후반 이후 크게 늘어났다. 특히 97년부터 2003년 무렵까지는 재활용센터 업계의 전성기였다. 외환위기 직후에는 수많은 기업들이 문을 닫으면서 물건이 쏟아지는 한편 창업 붐이 일면서 판매 수요도 크게 늘어나는 호황이 이어졌다.

정부 차원에서도 재활용센터 활성화를 적극 지원하고 나서 대부분 지방자치단체가 민간 업체에 시설 임대를 해줌으로써 재활용센터 운영을 간접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서울의 경우에는 25개구 가운데 20개구에서 33개소의 재활용센터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민간 업자들이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재활용품 취급업소를 포함하면 그 숫자는 크게 늘어난다. 한 업계 관계자는 “50평 안팎의 소규모 업체까지 다 합했을 때는 서울만 따져도 500~600개 정도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활용센터 연합체인 한국생활자원재활용협회의 안병삼 사무총장도 “공식적인 집계는 없지만 동네 중고가전 매장 등을 비롯해 재활용센터로 분류될 수 있는 업체 수는 전국적으로 4,000~5,000개 정도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업체 수가 폭증한 것도 재활용센터 업계의 고민으로 작용한다. 전체 시장이 안 좋은 터에 경쟁자가 크게 늘어나 영업 환경이 더욱 열악해진 것이다. 이에 대해 강영준 이사는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작은 업체들은 도산할 수밖에 없으며 큰 업체 중심으로 시장 재편도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경쟁이 격화된 시장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여러 지역센터가 공동 영업망을 구축하는가 하면 매장을 대형화하는 게 그 같은 경우다.

이렇게 하면 물량을 대규모로 매입할 수 있는 ‘바잉파워’(구매력)를 갖출 수 있어 원가경쟁력에 큰 도움이 되고 다양한 품목을 확보, 진열함으로써 고객들이 원하는 물건을 원스톱으로 판매할 수 있는 장점도 생긴다.

이들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구축해 누리꾼들을 고객으로 확보하는 노력도 빠뜨리지 않고 있다. 온라인 쇼핑이 점차 유통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시대 변화에 맞춘 생존 전략인 셈이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재활용센터의 ‘본질적 한계’는 고객 확대에 여전한 걸림돌이다. 무엇보다 창고처럼 우중충한 매장 분위기가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데 이 때문에 아무리 좋은 품질의 제품을 갖다 놓아도 ‘역시 중고구나’ 하는 선입관을 깨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이미지를 확 바꾸는 재활용센터도 등장하고 있다. 서울 강동구청이 민간 업체와 공동으로 올해 문을 연 강동구의 한 재활용센터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곳은 400평이 넘는 쾌적하고 널따란 진열 공간에 가전, 가구, 의류, 생활용품 등 다양한 물품을 갖춰 놓아 웬만한 신제품 유통업체를 뺨친다는 평을 얻고 있다. 물론 소문을 듣고 온 고객들 상당수도 만족스럽다는 반응이다.

한국생활자원재활용협회 안병삼 사무총장은 “대부분 재활용센터가 ‘여인숙’이라면 강동구 센터는 ‘호텔’이나 마찬가지”라며 “다른 센터들도 매장 환경 개선을 숙원사업으로 여기지만 형편이 여의치 않은 터라 정부나 지자체 지원이 아쉬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올 봄 발효된 ‘자원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5조 4항에는 재활용센터 매장 시설에 관한 규정이 신설됐지만 권고사항에 그쳐 실질적인 개선에는 별 효과가 없다고 한다.

고물은 쓰기에 따라, 사람에 따라 보물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 있다. 자원재활용이 시대적 명제로 떠오른 지금, 재활용센터의 사회적 활용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공공의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



입력시간 : 2006/12/04 14:54




김윤현 기자 uny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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