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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이젠 느끼고 긁고 바른다
가전제품, 화장품, 카드, 책꽂이 등 생활용품에 '예술 입히기' 바람



삼성 '하우젠 아삭'


LG '아트 디오스'


‘이젠 생활이 아트다’

‘인테리어에도 예술을 입힌다’

가전제품, 화장품, 카드 상품, 식기, 책꽂이까지···.

초일류 디자이너의 작품을 일상용품으로 만나는 시대가 열렸다. 제작 기술의 발달에 따라 업체 간 기능 면의 차별성이 좁혀지면서 독특한 외모로 승부하려는 디자인 강조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디자인 혁신을 위해선 전문 영역의 경계도 과감히 넘나든다. 사진 작가가 도자기를 디자인하고, 산업 디자이너가 화장품 용기를 만들고, 패션디자이너가 가전에 색을 입힌다. 뿐만 아니다. 아릭 레비, 카림 라시드 등 해외 스타 디자이너들의 한국 진출도 줄을 잇고 있다.

전자업계는 ‘가전 제품의 예술 작품화’를 모토로 이른바 VIP 고객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순수 예술을 제품 디자인에 접목한 ‘아트 디오스’ 냉장고를 내놓고 ‘갤러리 키친’ 붐을 일으키고 있다. 6월 “디자인을 중심으로 제품을 개발하겠다”는 ‘디자인 경영’을 선포한 뒤 선보인 첫 작품이다.

‘꽃의 화가’로 유명한 서양화가 하상림의 작품을 이용한 것이 특징이다. ‘냉장고 = 흰색’이라는 공식을 깨뜨리고 전면에 아무런 문양을 넣지 않은 기존 제품과 달리, 유명화가의 그림으로 ‘냉장고는 가전인 동시에 집안을 꾸미는 인테리어 작품’이라는 개념을 심는 데 주력했다. 또 스와롭스키 크리스탈을 표면 유리 아래에 정교하게 새겨, 보석을 수놓은 듯한 화려함과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이러한 LG전자의 ‘아트 디오스 – 모던 플라워’ 냉장고는 기존 동급 냉장고보다 10~15%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게 LG전자측의 설명. 9~10월 LG전자에서 판매한 150만원 이상 프리미엄급 냉장고의 두 대 중 한 대가 아트 디오스일 정도로 큰 인기다.

“주거의 고급화 및 생활 수준 향상으로 인해 눈이 높아진 소비자들에게 ‘갤러리 키친’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확산, 가전의 디자인 패러다임을 바꿔나갈 것”이라는 게 ‘아트 디오스’를 야심차게 선보인 LG전자의 청사진이다.

삼성전자는 4월 패션 디자이너 앙드레 김과 디자인 협력을 맺고 프리미엄 생활가전 브랜드 이미지 강화에 나섰다.

“한국 전통 문양의 우아함과 서양 황실의 화려함을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앙드레 김의 최신 디자인으로 생활공간의 품격을 한층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 디자인그룹 정상욱 상무는 “앙드레 김의 디자인은 트렌드에 연연하지 않고 품격과 전통을 중시한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라며 “주방과 거실 등 생활공간에 두고 오래 사용해야 하는 가전제품의 특성과 프리미엄 브랜드의 가치를 동시에 추구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드 업계의 명품 디자인 경쟁도 치열하다. KB카드는 지난달 앙드레 김이 직접 디자인한 여성 전용 ‘이퀸즈 앙드레 김 카드’를 출시했다. 할인과 포인트 제공 등 신용카드의 서비스 기능에만 초점을 맞추던 데서 벗어나 예술적 디자인을 강조한 감성적 마케팅의 일환으로 앙드레 김과 디자인 협력을 맺어 눈길을 끈다.

현대카드는 4월 국내 업계최초로 화폐 디자인 기법을 도입, 카드 디자인을 대대적으로 리뉴얼했다. 신용카드 위상을 단순한 결제 수단을 넘어선 발전된 화폐로 높이고, 모방이 힘든 독창적 브랜드 가치를 구축한다는 것. 이를 위해 스위스 화폐 디자이너 레옹 스톡을 기용해 ‘뉴 알파벳 시리즈’를 선보였다.

이에 앞서 현대카드가 지난해 2월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 카림 라시드와 손잡고 디자인한 ‘the Black’은 연회비가 100만원에 이르는 VVIP카드임에도 11월 현재 1,500여 명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러한 차별화한 디자인 전략이 “현대카드가 짧은 시간에 주요 카드사로 부상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줬다”고 회사는 평가한다.

화장품 업계에도 예술적 디자인 바람이 불고 있다. 일명 ‘전지현 파우더’로 유명한 ‘라네즈 슬라이딩 팩트’는 출시 2주 만에 무려 5만여 개가 팔려나갔다. 매끌매끌한 파우더 입자가 피부에 미끄러지듯 가볍게 발리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제품 용기 뚜껑이 핸드폰처럼 스르륵 미끄러지듯 열리게 만든 것. ‘애니콜’, ‘아이리버’ 등을 디자인한 산업디자인회사 이노디자인(대표 김영세)과 공동 기획했다. 20대 여성들의 감성을 자극하기 위해 디지털적 용기로 제품을 차별화했다.

예술적 감성을 담은 도자기도 나왔다. 행남자기는 세계 3대 산업 디자이너의 한 사람인 아릭레비와 유명 사진작가 김중만 등이 참여한 ‘디자이너스 컬렉션’을 10월 런칭하고 적극적으로 글로벌 명품 브랜드로의 도약에 나섰다. 이들 디자이너가 참여한 디자이너스 컬렉션 커피잔 세트의 경우 기존 제품보다 2배 가량 비싼 10만원에 달하지만, 우수한 디자인을 앞세워 내년에는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행남자기측은 내다봤다.

이뿐이 아니다. 고전 문학이나 김치 같은 전통적 상품도 현대적 디자이너의 감성을 높이 사고 있다. 외국 문학 전문 출판사 ‘열린책들’은 카림 라시드에게 디자인을 의뢰해 ‘Mr.Know’라는 책꽂이로 만들고, 동명의 세계문학전집을 출간했다. ‘지식의 나무’를 형상화한 이 책꽂이는 흔히 떠올리는 각진 외형을 탈피하여 유연하고 유기적인 형태를 하고 있다. 낡고 먼지 쌓인 고전 읽기에서 벗어나 새롭고 젊은 세계문학이라는 이념을 시각적으로 구현했다는 평이다.

‘더 김치’라는 김치 브랜드를 출시하여 대박 사장 대열에 오른 홍진경의 성공 요인 중 하나도 세련된 포장 용기에 있다. ‘the kimch mother made’라는 로고가 새겨진 포장팩은 우리 눈에 익은 투명한 비닐포장과는 분명히 구별된다. 가수 비, god의 앨범 디자인을 한 공민선 씨의 디자인 작품. 단순하면서도 세련됐다. ‘더 김치’ 홍정한 과장은 “김치 제품인데도 내용물이 보이지 않는 포장이어서 처음에는 주변의 우려가 많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젊은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성공 요인이 됐다”며 “소비자 분포도를 보면 더 김치의 경우 타 회사 제품들과 달리 20~30대 초반 전문직 여성들 고객들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전했다.

유명 디자이너의 작품을 선호하는 것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처럼 우리가 매일 접하는 가전제품에서 카드, 식기, 화장품, 책꽂이 등까지 앞 다퉈 예술 작품의 개념이 접목되는 것은 최근 우리 사회의 프리미엄급 소비의 확산과 맞물려 있다.

디자인마케팅 컨설턴트 회사인 데그립 고베 김승목 이사는 “이러한 디자인 지상주의 제품의 등장은 상품의 기능 뿐 아니라 품격을 추구하는 소비자층이 우리 사회에 일정 부분 형성되고 있다는 방증”이라면서 “프리미엄 제품이라는 특성상 대중화에는 일정 부분 한계가 있지만 특정한 계층을 겨냥한 제품의 출시가 더욱 다양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입력시간 : 2006/12/04 14:59




배현정 기자 hj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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