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서 방식 논의… 주공도 "내년 시범도입" 밝혀 맞장구토지확보에 재원 필요 등 난제 많아 전문가들은 회의적 반응

참여정부 들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는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하여 갖은 대책을 마련하여 발표하였다. 재건축 억제, 개발이익금 환수 등의 수요억제 정책에다, 1가구 2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종합부동산세 등의 세금정책, 그리고 송파, 판교, 김포 등 신도시 개발을 통한 공급확대, 그리고 아파트 분양가 공개 등 공급가격 인하 유도에 이르기까지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었지만 부동산 시장은 ‘대책’이 발표될 당시에만 반짝하고 약발을 받았을 뿐, 조금만 지나면 “언제 그랬더냐”는 듯 금세 내성이 생겨 급등하기 일쑤였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전반적인 정부 정책의 신뢰성까지도 심각하게 상처를 받았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지금,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서는 소위 ‘반값 아파트’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토지 임대부 아파트 공급으로 아파트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하여 이를 당론으로 채택하였고, 열린우리당에서도 환매조건부 분양방식이라는 정책을 들고 나왔다.

한나라당에서 마련한 ‘토지임대부 주택 분양방식’은 토지, 건물을 모두 분양하는 현행 방식과 달리 토지에 대한 소유권은 국가 또는 공공기관이 가진 채 건물만 일반에 분양하는 것이다. 이때, 입주자는 토지 임대료를 부담해야 하는데 서울의 경우 30평형대를 기준으로 월 30만원 정도면 가능할 것으로 한나라당은 보고 있다. 더구나 용적률을 400%까지 허용하면 땅값과 임대료를 더 낮출 수 있다고 말한다. 분양받은 아파트는 10년간 전매가 금지되고, 10년 후에는 일반 주택처럼 사고 팔 수 있다.

이에 비해 열린우리당에서 내놓은 ‘환매조건부 분양’은 공공기관이 저렴한 가격으로 실수요자에게 주택을 분양토록 하고 주택 소유권자는 주택에 대한 모든 권리를 행사할 수 있지만 팔 경우에는 반드시 공공기관에 되팔도록 하는 방안이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대한주택공사, 한국토지공사 등이 환매주택 건설사업의 주체이며 이들이 공공 택지 내에서 주택을 지을 경우 일정한 범위에서 환매주택을 우선 건설해야 한다. 또 환매주택을 공급할 경우 공급 원가를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하며 입주할 수 있는 사람은 무주택자로 한정하고 있다.

이들 정당의 주장대로라면 당장에 아파트의 공급가격이 절반으로 뚝 떨어질 듯하다. 그리고 그렇게만 된다면 이제까지 날로 급등하는 아파트 가격에 한숨만 쉬던 서민가계에 희망의 볕이 깃들 수도 있을 터. 과연 이런 반값 아파트가 실현가능한 일일까? 결론부터 말하여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대선을 앞둔 정치인들의 ‘한건주의’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실화되기에는 요원하다는 것이 부동산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더구나, 굳이 부동산 전문가들을 동원할 것도 없이 일반인들조차도 반값 아파트의 실현가능성에 회의적이다. SBS 라디오 <뉴스 앤 조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하여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민들의 42.5%는 반값 아파트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에서 반값 아파트가 ‘실현 가능하다’고 대답한 사람은 33.8%에 그쳤다. 또한 중앙일보의 조인스 풍향계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6%가 가능성이 없다고 답한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 대상자의 21.1%만이 반값 아파트가 실현가능하다고 대답하였다. 아울러 중앙일보 조사에서는 반값 아파트 공급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서도 조사하였는데, 부동산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46.1%)이라는 의견과 도움이 되지 않을 것(42.8%)이라는 의견이 비슷하게 나왔다.

전문가들이나 일반인들 모두 입을 모아 “반값 아파트가 실현되기 어렵다”고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이 손사래를 치는 것은 무엇보다도 반값 아파트 정책의 문제점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실제 정부에서도 조심스럽다. 지난주 임영록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반값 아파트 공급에 대한 정부 입장과 관련, "반값 아파트는 가격은 낮출 수 있지만 토지를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서는 재정 부담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이러한 방안을 포함해 분양원가 공개, 분양가 상한제 등에 대해서도 충분히 검토해 내년 1월까지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임 차관보의 지적처럼 반값 아파트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이 토지확보이다. 토지를 국가에서 보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분양은 정부가 토지를 확보하기 위해 막대한 재원이 소요된다는 점이 문제이며, 또한 환매조건부 분양도 공공기관이 환매조건으로 분양할 아파트를 짓기 위한 토지를 확보해야 한다는 점에서 역시 같은 문제점이 지적된다.

통상 수도권 신도시 아파트의 경우 토지비가 분양가의 60~70%를 차지하므로 토지비가 분양가에서 제외되면 분양가가 낮아질 수야 있으나, 정작 토지를 확보하기 위한 비용은 어떤 형태이건 국가 재정에서 투입되고, 이는 결국 국민의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아파트 분양을 받는 일부 국민을 위하여 전체 국민들이 부담을 안아야 한다는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되는 것이다.

아울러 반값 아파트 정책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것의 하나는 그것이 이름만 바꾸었을 뿐 기존의 정책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예컨대 토지임대부 분양은 건물은 분양받으나 토지는 임대의 형식으로 매달 임대료를 입주자가 부담하여야 한다. 한나라당의 주장처럼 30평형대의 아파트를 분양받아 매달 30만원씩 10년간 납부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총 3,600만원이 추가로 소요된다. 초기에 보증금을 납부하고, 매달 임대료를 내는 기존의 방식과 별로 다르지 않다.

그리고 환매조건부 분양방식도 마찬가지이다. 이는 주택의 소유권을 넘겨주기야 하지만 나중에 입주자가 주택을 팔아야 할 때, 공공기관에 되파는 조건이므로 이는 사실상 기존의 임대주택과 다르지 않다. 임대하는 기간만 사전에 정해지지 않았을 뿐 크게 보면 장기 임대아파트와 동일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기에 새로운 방식을 요란하게 선전하기보다는 차라리 기존의 임대주택 정책을 더 효율적으로 가져가는 것이 옳은 일이라는 지적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특히 한나라당이건 열린우리당이건 모두 싱가포르에서 실시되고 있는 정책을 모델로 하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싱가포르는 토지의 90퍼센트 이상을 국가가 소유하고 있으니 환매조건부든 토지임대부든 어떤 방식이건 가능하였으나, 우리나라는 국가가 소유하고 있는 땅이 국토의 30% 미만이고 그나마 산이나 하천 등 대부분 주택을 짓기에 적당하지 못한 곳이어서 싱가포르의 정책을 그대로 도입하는데 문제가 많다. 또한 싱가포르가 이 정책을 도입할 당시만 하더라도 주택보유율이 10%를 밑돌던 시기였지만 우리나라는 주택이 모자라서 아파트 값이 급등하는 것은 아니라는 문제도 있다.

거기에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지니고 있는 주택에 대한 생각이 '소유'에서 '거주'개념으로 바뀌지 않는 한 오히려 건물만 분양하고 토지는 분양하지 않거나, 혹은 나중에 되팔 때, 정부에게만 팔아야하는 식의 제한을 가하는 제도가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오히려 아무런 제한이 없는 기존 아파트의 가격만 더 올리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결론적으로, 부동산 시장의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해결될 수는 없을 것이다.

지난달 24일 열린 한 아파트, 분양권 공객 추첨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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