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BMW·렉서스 빅3 지난해 한국시장서 성장세 둔화폭스바겐·아우디·인피니티 무섭게 질주… 시장 다극체제

벤츠와 비엠더블유(BMW)에서 렉서스로, 그리고 그 다음은···. 닛산 인피니티? 아우디나 폭스바겐? 아니면 혼다나 재규어?

앞으로 국내 시장에서 패권을 차지할 또 다른 수입차 브랜드는 어디가 될까. 대망의 2007년이 열리면서 올해 국내 수입차 시장의 향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수년간 국내 외제 수입차 시장을 이끌었던 브랜드라면 벤츠와 비엠더블유(BMW) 그리고 렉서스. 이들 빅3 브랜드는 지난해까지 국내 시장의 과반을 점하며 명실공히 3강 체제를 구축해왔다.

하지만 확고하기만 할 것 같던 3강 체제도 조금씩 변화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국내 수입차 시장의 성장세에 발 맞춰 여타 수입차 브랜드들도 맹추격에 나서고 있다.

최근 가장 두드러지게 부상하고 있는 브랜드는 아우디, 폭스바겐, 혼다, 닛산 등. 이들 차종은 지난해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며 국내 외제차 시장의 무게중심의 변화를 예고하고 나섰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 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통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건교부에 집계되는 차량 등록대수 현황(2006년은 1월~11월 말 기준)에 따르면 2005년에 비해 지난해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브랜드는 닛산의 인피니티였다.

이 기간 인피니티는 1,445대를 팔아 2005년 362대에 비해 무려 299%나 늘어나는 폭발적 증가세를 과시했다. 다음으로 증가폭이 컸던 브랜드는 폭스바겐. 2005년 1,437대였지만 지난해 3,411대를 팔아 137%의 성장세를 보였다. 또 재규어도 판매 대수에서 메이저급은 아니지만 2년 전 190대에서 지난해 406대를 판매, 113%의 증가폭을 기록했다.

수입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들 수치에 대해 “국내 수입차 시장이 종전 빅3 체제에서 이제는 다변화 체제로 옮겨가고 있는 양상”이라고 해석한다. 소비자들 사이에 기존 브랜드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한 브랜드와 차종에 대한 욕구가 생겨나 시장에 반영되기 시작한 것이라고 한다.

빅3 체제에 먼저 도전장을 던진 것은 사실상 아우디였다. 2005년에 아우디가 놀라운 성장세를 보여주며 선풍을 일으켰다. 아우디는 2005년 2,698대를 판매하며 2004년 807대에 비해 234%나 늘어나는 실적을 올리며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또 일제 자동차인 혼다도 지난해 3,297대를 팔며 41.6% 성장했고 1,327대를 판 푸조와 193대의 판매를 기록한 포르쉐도 각각 59%씩 증가를 기록했다.

이들 신규 브랜드의 부상은 상대적으로 미약한 수준이기는 하지만 종전 BMW, 렉서스, 벤츠 등 빅3 브랜드의 위축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해마다 국내 시장 점유율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2005년부터 2년 연속 수입차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 도요타 렉서스는 지난해 16.16%를 기록, 2004년 22.97%, 2005년 18.90%에 이어 3년 연속 소폭이지만 감소세를 보였다.

또 BMW도 2006년 14.94%로 국내 2위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했지만 2004년 23.6%, 2005년 18.72%에 비해서는 마켓 셰어가 약간씩 줄어들었다. 메르세데스-벤츠 또한 2004년 13.66%에서 12.98%, 12.75%로 미미하지만 감소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들 통계를 국내 수입차 빅3의 위축으로 보느냐에 대해서는 아직 이론이 분분하다. BMW, 렉서스, 벤츠 3개 브랜드의 차량 판매 또한 최근 수년간 꾸준해 증가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다만 증가폭이 상대적으로 신규 브랜드에 비해 떨어진다는 것일 뿐이라는 것.

BMW는 지난해 같은 기간 5,523대를 팔아 9.3% 성장했고 2005년과 2004년에도 각각 5%, 1.3%씩 판매량이 늘어났다. 지난해 21.3%의 증가세를 올린 렉서스도 2005년, 2004년에 각각 8.9%와 41.9%의 성장을 기록했다. 벤츠 또한 마찬가지 상황.

때문에 이미 한 해 판매량이 수천 대에 달하는 빅3 브랜드와 여전히 수백 대 수준에서 맴돌던 신규 브랜드를 단순 비교하는 것도 무리라는 해석이다. 그럼에도 시장 일각에서는 빅3의 시장 점유율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일단은 ‘위축’으로 표현해도 무리가 없다는 해석이 중론이다.

시장의 한 관계자는 “해마다 빅3 브랜드의 차량 판매 대수가 늘어나고는 있지만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늘어나는 시장을 신규 브랜드에 빼앗기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다른 신규 브랜드가 10대를 더 파는 동안 빅3는 몇 대를 추가로 파는 것’에 그치고 있다는 것.

수입차 시장이 더 이상 절대 강자를 허용하고 있지 않다는 주장은 지난해 월별 등록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월별로 많이 팔리는 브랜드와 차종이 서로 교차하며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어서다. 예년에는 이런 경우를 거의 찾아 보기 힘들었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이처럼 국내 수입차 시장이 다변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닛산코리아의 박준석 대리는 “외제차에 대한 판매가 늘어나고 관심이 높아질수록 다양한 형태와 디자인, 기능에 대한 시장의 욕구도 덩달아 올라가고 있다”며 “이런 욕구를 새 브랜드 차종들이 흡수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입차 시장 규모가 커지고 외제차를 한 번씩 몰아 본 이들이 늘어나면서 생기는 시장의 자연스런 구조 개편이라는 설명도 따라붙는다. 시장이 크지 않을 때는 몇몇 특정 브랜드가 시장을 이끌어갔지만 시장이 커지면서부터는 신흥 강자들도 가세할 수밖에 없다는 것.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2007년 수입차 신규등록은 2006년 예상대수 4만여 대보다 약 14% 증가한 4만5,500대로 전망된다. 전반적인 수입차 시장 증가폭은 2006년보다 다소 줄어들겠지만 성장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신규 브랜드들은 여세를 몰아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닛산은 TV 광고를 대대적으로 쏟아붓고 있다. 이는 외제차 시장에서 최다 연속 광고 집행이라 할 정도의 과감한 물량 공세다. 혼다도 올해부터는 고객과 직접 만나는 타깃 마케팅에 더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지난해 10개 차종 이상의 신차를 선보였던 폭스바겐은 올해는 인천, 마산 등 지방전시장 네트워크를 구축, 내실 다지기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류정기 대리는 “지난해 경우 대부분의 주요 브랜드가 마이너스 성장이 없을 정도로 수입차 시장의 성장세가 계속되고 있다”고 평했다. BMW 홍보팀 박혜영 대리는 “BMW는 꾸준한 성장으로 프리미엄 메이커의 지위를 이어가는 것이 본사의 새해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