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 물량 늘고 금리 인상 전망에 채권값 하락 예상… 증시는 낙관론 우세

전문가들치고 올해 우리나라 주식시장 전망에 대하여 비관론을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히려 각 증권사에서 내놓은 2007년 주식시장 전망자료를 읽다 보면 어떻게 하면 더 낙관적으로 전망할까 안달하는 듯한 눈치마저 느껴진다. 물론 주식시장이란 것이 항시 ‘다수결’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시장의 대다수가 주식시장에 대하여 긍정적인 의견을 가진다고 하여 그게 반드시 올해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이 오른다는 사실을 보증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나 어찌 되었건 시장 대다수의 의견이 부정적인 것보다야 지금처럼 낙관론으로 쏠려 있는 것이 백번 낫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터.

그렇다면 증권시장과 함께 금융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채권시장은 어떨까? 올해 우리나라의 채권시장은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을까? 사실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다. 왜냐하면 비록 채권시장이나 주식시장에 직접투자하지 않는 투자자라고 할지라도 이는 곧장 자신의 수익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단 0.1% 더 높은 수익률이라도 아쉬운 투자자의 입장으로서는 간접투자 방식을 택할 때 올해 시장에 대한 전망이 의사결정에 중요하게 영향을 끼친다. 펀드를 고를 때 올해 주식시장이 좋을 것인지 채권시장이 좋을 것인지에 대한 전망에 따라 주식형에 주안점을 둘 것인지 아니면 채권형에 주안점을 둘 것인지 결정하리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과거의 예를 참고로 살펴보자.

2005년의 경우, 주식형 펀드의 평균수익률이 56%이나 되었던 반면에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은 고작 1.79%에 그치는 양극화로 나타난 바 있다. 이는 말할 것도 없이 2005년의 주식시장이 한해 내내 상승세를 거듭하였던 것에 비하여 2005년의 채권가격은 잇단 금리인상으로 말미암아 내내 하락세를 면치 못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같은 돈이라도 주식형 펀드에 넣었다면 짭짤한 수익을 거두었을 것이나 그렇지 않고 채권형 펀드에 투자하였다면 수익률은 신통치 못하였음이 틀림없다.

그런데 이처럼 채권형 펀드가 판정패 정도가 아니라 KO패를 당하였던 2005년에 비하면 2006년은 상황이 다소간 바뀌었다. 지난해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평균적으로 0.86%에 그친 것으로 조사되었다. 마이너스 수익률까지는 아니었으나 원금을 겨우 보전하는 것에 만족하는 수준이었다. 그나마 코스피지수가 연초 대비 소폭이나마 상승하였기에 코스피200 지수의 움직임과 연동되도록 설계된 인덱스펀드의 수익률(5.76%)이 가장 높았으나, 그렇지 않고 채권과 주식이 혼합된 펀드의 경우, 수익률은 부진을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예컨대 주식편입 비중이 높은 펀드일수록 수익률은 거의 0에 가까웠으며, 특히 코스닥 종목에 중점적으로 투자하는 코스닥 전용펀드는 죄다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 평균적으로 -6.1%의 손실을 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는 2006년에는 코스닥시장이 상대적으로 부진하여 연초 대비 하락하였기 때문이다. 반면 2006년 전체적으로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은 평균 4.71%에 이른 것으로 조사되었다. 따라서 작년에는 오히려 채권형 펀드를 고른 투자자가 ‘적절한 선택’을 한 것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지난해의 예를 그대로 따른다면 올해에도 채권형 펀드가 상대적으로 선전할 수 있을까? 그러나 결론부터 말한다면 올해 우리나라의 채권은 그리 낙관적으로 전망되지 않는다. 이는 2005년에 부진하였던 채권형 펀드가 거꾸로 2006년에는 선전하였던 것과 같은 원리이다. 지난해 수익률이 좋았다고 하여 그것이 올해 수익률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올해의 경우, 금융시장 전문가들 대다수의 의견은 채권시장이 상대적으로 고전할 것이라는 쪽으로 쏠려 있다. 물론 앞서 살폈듯 금융시장이라는 곳이 항시 ‘다수결’이 통하는 데는 아니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이 비관론으로 기울고 있다면 주목해야 할 일임에는 분명하다.

채권의 가격은 금리와는 반대로 움직인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가격은 하락하고, 금리가 내리면 채권가격은 상승하는 법. 따라서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올해 채권시장이 그리 좋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은 결국 올해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 다시 말하여 채권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되기 때문이다.

금리는 경기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진다. 경기가 좋으면 금리가 오르고, 경기가 나쁘면 금리는 하락한다. 올해 국내 경기는 작년보다는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얼핏 보기에는 금리가 하락할 공산도 있는 듯하다. 그러나 올해 우리나라의 경기가 급격하게 둔화될 가능성은 낮다. 한국은행이나 각종 연구기관, 혹은 투자은행의 전망을 살피더라도 올해 우리나라의 경기가 작년보다는 못하겠으나 그렇다고 엄청나게 부진할 것으로 전망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하반기 이후 경기가 다시 상승국면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미국을 제외한 EU나 일본 등 선진국 경기가 견조한 상태이고, 미국의 경기 역시 올 하반기부터는 되살아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의 경우, 정책금리가 현 수준에서 점차 인하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결국 경기 회복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선진국을 비롯한 해외 경기가 순조롭다면 수출을 주도로 하는 우리나라의 성장세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 터. 그러니 경기가 부진하다는 이유로 올해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은 낮아진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은 좀처럼 안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물론 작년 같은 부동산 시장의 급등세가 또다시 재현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부동산 시장의 불안요인은 잠재해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한국은행의 입장으로서는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목적에서라도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우리나라의 절대적인 금리 수준이 높다면 별개의 일이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율과 잠재성장률을 합한 수준과 비교할 때, 현재의 정책 금리 수준은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라면, 올해 금리의 방향은 사실상 정해졌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채권시장의 수급 면에서도 올해는 하반기에 접어들수록 공급이 늘어날 우려가 크다. 올 12월에는 대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그것이 채권시장에 큰 변수로 작용하리라 예상된다. 과거의 경우, 정부는 대선을 앞두고 경기를 부양한다는 이유로 연초에 예산을 조기 집행하였고, 결국 하반기에 대규모의 추경예산을 편성한 바 있다. 2003년의 경우가 바로 그러하다. 당시 정부는 2003년 전체 예산 157조원의 53%에 달하는 83조원을 조기 집행한 후, 서민층 지원과 재해 복구라는 명분으로 7조5,000억원에 달하는 추경예산을 편성한 적이 있다.

따라서 만일 올해에도 정치권 일각의 주장대로 경기 부양에 정책 목표가 실린다면 정부가 예산을 조기 집행하고 하반기에 대규모의 추경예산을 편성할 것이 불가피할 터. 그리고 이는 결국 국채 발행 물량의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수요와 공급으로 시장가격이 결정되는 상황에서 채권의 발행물량, 즉 공급이 늘어난다면 의당 채권의 가격은 하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현 상황에서 올해 전망만을 놓고 본다면, 아무래도 채권형 펀드보다는 주식형 펀드에 무게중심이 기우는 것은 사실인 듯하다.


김중근 메버릭 코리아 대표 jaykki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