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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엔 우리가 만든 위성 우리가 쏠 것"
우주인 배출사업 주관 항공우주硏 최기혁 단장
우주산업은 국제 협력 중요… 美 2015년 달기지사업에 한국 동참해야



4일 저녁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호텔에서는 김우식 과학기술부총리가 마련한 조촐한 비공개 만찬이 있었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 최종 후보로 선발된 고산, 이소연 씨를 축하하고 마지막 관문에서 아깝게 탈락한 나머지 4명을 격려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날 만찬에는 우주인 배출사업을 주관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인개발단 최기혁 단장도 참석했다. 그는 2005년 11월 사업 총괄 지휘자 역할을 맡아 지난 한 해 우주인 탄생의 산파 역할을 해낸 숨은 주역이다. 최 단장을 만나 우주인 배출사업에 대한 ‘중간 브리핑’을 들어 봤다.

-우주인 배출사업을 챙기느라 무척 바쁜 한 해를 보냈는데 소감은.

“(업무 협의를 위해) 러시아 출장만 다섯 번을 다녀올 정도로 정말 정신없이 바쁘게 지나왔다. 우주인 사업에 대해서는 모든 게 처음이고 아는 사람도 없어 처음엔 막막했지만 과기부, 공군 등 유관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소임을 잘 마칠 수 있었다.”

-우주인 후보가 선발됐는데 전체 사업은 어느 단계에 와 있나.

“우주인 선발, 훈련 및 임무개발, 비행, 귀환 후 정리 등 크게 4단계로 볼 때 이제 1단계를 끝낸 셈이다. 하지만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는 게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고비를 넘은 셈이다.”

-우주인 사업이 본격화된 지난해에 가장 인상적인 순간은 언제였나.

“성탄절에 최종 후보 두 명이 선발되는 순간에는 의외로 담담했다. 아마도 매일 후보들의 점수를 살펴봐 어느 정도 예상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9월 2일 전국 6개 도시에서 열린 첫 번째 평가인 마라톤 테스트가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다. 우주인 사업이 가시적인 첫발을 내디딘 순간인 데다 시민들도 많은 관심을 보여줘 앞으로 잘 될 것 같다는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선발 과정을 꼼꼼히 지켜봤을 텐데 최종 후보 두 사람은 단장이 보기에도 적격자인가.

“두 사람 모두 유력하다고 생각했던 후보들이다. 마지막까지 남은 여섯 명 가운데 두 명이 특히 전체 평가 항목에서 고른 점수를 받았다. 이소연 씨는 전 항목에 걸쳐 우수함을 나타냈고 고산 씨는 과학 역량이 뛰어난 데다 등산, 복싱 등으로 다져진 고난 극복 능력이 훌륭했다. 탈락한 네 명도 예비 우주인 후보로 관리되기 때문에 언젠가 우주 비행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는 남아 있다.”

모든 우주인 후보들은 크게 과학 역량, 언어 역량, 사회 적합성, 의학 및 체력, 우주 적응성, 인성 등 6대 항목, 26개 세부 항목에 걸쳐 세밀한 평가를 받았다. 그 과정에 각계 전문가 80여 명이 평가위원으로 참여했다.

후보들을 대거 걸러내는 데는 신체 조건을 따지는 의학 테스트와 어학 능력 테스트가 결정적 구실을 했다. 특히 초긴장 상태에서 심장이 어떻게 견뎌내는지를 평가하는 이른바 ‘틸팅 테이블’ 시험 때는 최종 단계까지 올라온 후보들도 아찔한 순간을 맞았다고.

-우주인 사업에 대한 비판적 여론도 있다. 비용은 많이 들지만 정작 그만큼 얻을 게 있느냐는 지적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무인 우주기술 개발을 해왔는데 이제는 유인 우주기술 개발로 가야 한다. 우주기술은 전략 기술이기 때문에 선진 국가들은 절대 이를 공개하지 않는다. 돈을 준다고 해도 못 얻는다. 그렇기 때문에 협력 사업을 통해서만 중요한 자료와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이번 우주인 사업에 들어가는 비용은 우리의 유인 우주기술 개발을 위한 ‘수업료’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 남의 나라 우주선을 타고 가는 게 뭐 그리 대단하냐는 비판도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되는 우주개발 사업을 혼자서 무리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의 기술 수준과 경제 역량에 맞게 적당한 사업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실제 미국, 러시아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다른 나라와의 협력을 통해 우주사업을 펼치고 있다.”

-한국은 35번째 우주인 배출 국가가 된다. 선진국을 제외하고 우주인을 배출한 국가들은 어떤 성과를 얻었나.

“우주인 배출 국가 중 비(非) 선진국을 살펴보면 상당수가 옛 소련 시절 러시아가 공산권 블록에 시혜성 정책을 베푼 덕분에 우주인을 배출한 국가들이다. 때문에 사업 성과라고 할 만한 게 없었다. 그밖에는 이스라엘, 인도, 브라질 정도인데 이들 국가도 기술 확보보다는 국민 홍보 효과에 그친 것으로 파악된다. 우리는 거기에서 반면교사의 교훈을 얻어 반드시 의도한 결과를 얻도록 할 것이다.”

-우주인 사업의 목표는 크게 유인 우주기술 확보와 과학기술 저변 확대이다. 향후 밑그림은.

“유인 우주기술 프로그램을 어떻게 개발할 것이냐는 항상 고민하는 과제다. 올 연말이나 내년쯤에는 과기부나 항공우주연구원 차원에서 후속 우주인 사업 계획 또는 유인 우주기술 개발 계획의 큰 그림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그중에는 굳이 우주인이 안 올라가더라도 독자 기술로 개발한 장비를 다른 나라 우주선에 실어 올려 보내 여러 가지 우주실험을 수행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제안해온 2015년 달기지 건설 프로젝트 참여 등 국제 우주사업에 동참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볼 만하다.”

-우주인 사업뿐 아니라 나로우주센터 발사대 건조 작업도 러시아와 긴밀한 협력 하에 진행하고 있는데.

“러시아는 로켓, 기계 분야 등이 강하고 우리는 IT, 전자 분야가 강하다. 우주산업을 함께 할 여지가 그만큼 많은 것이다. 게다가 러시아와 협력 관계를 지속하면 잠자고 있는 그들의 우수 기술을 우리가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크다. 미국, 일본은 우방이라 하지만 기술 이전에서는 ‘국물’도 없다.”

-올해는 나로우주센터가 완공되고 우주인 훈련도 본격화하는 등 한국 우주개발 역사에 한 획을 긋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우주산업 어디쯤 와 있나.

“우리는 위성 개발에 뛰어든 지 10여년 만에 뚜렷한 성취를 이뤘다. 저궤도 지상관측위성의 경우 세계 수준에 도달했다. 그만큼 위성 분야는 성숙 단계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발사체 역시 ‘이륙 직전’에 와 있다. 내년에 나로우주센터에서 우리가 만든 위성을, 우리가 만든 발사체에 실어 우주로 쏘아 올리게 되면 6, 7개 국가밖에 안 되는 우주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기반기술 확보다. 남은 과제는 실제로 우주를 활용할 수 있는 유인 우주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우주의 산업화, 이를 통한 국민복리 증진을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이다.”

우주인 후보 고산, 이소연 씨는 1월 중 러시아로 날아가 2주간의 최종 의학검진을 받는다. 이어 2월 한 달 동안 항공우주연구원에서 기초 훈련과 한국 역사 및 문화 교육을 받은 뒤 다시 러시아로 가서 3월 한 달 동안 러시아 언어 및 문화 교육을 받는다. 가가린우주센터에서 본격적인 우주인 훈련을 받는 것은 4월에 시작된다.

우주 비행의 꿈으로 가득한 두 사람이 혹시 지나친 경쟁을 하는 부작용은 없을까. 이에 대해 최 단장은 전혀 걱정할 것이 없다고 말한다. “둘이 경쟁해서 한 명이 탈락하는 게 아니라 둘이 힘을 합쳐 한 명을 올려보내는 것이라는 점을 두 사람 모두 공감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어디 그뿐일까. 누가 최종적으로 우주복을 입게 되든 그는 한국인 모두의 꿈과 염원을 가슴에 안고 우주로 올라가게 될 것이다. 한국이 낳은 최초의 우주인이라는 자긍심과 함께.



입력시간 : 2007/01/09 19:35




김윤현 기자 uny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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