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세상에서 얼마나 오래 살지 누구도 알지 못하지만 내일 당장 죽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만 내일 일어날 일은 정확히 모르지만 반복되는 일상사의 경험으로 미뤄보며 어느 수준까지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재테크란 말은 일본에서 유래된 단어이지만 언제부터인가 이 세상에서의 ‘생존 능력’의 척도가 되어 왔다. ‘재(財)’는 재물이라는 것을 의미하며, 테크(Tech)는 테크닉의 약자로 조선 시대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잣대로 보면 상(商)과 공(工)에 해당돼 사대부들이 무관심해야 할 덕목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삶의 질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우리에게는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되었다.

왜 사람들은 재테크에 그렇게 몰두하는 걸까.

아마도 현재 우리 사회의 시류는 금전과 경제적인 부의 크기가 사회에서의 서열과 삶의 질을 결정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필자가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딜 때는 친구들 사이에 부의 서열이 있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경제적으로 성공한 친구들이 하나둘 나타나면서 우리 같은 평범한 샐러리맨들에게 그들은 감히 못 올라 갈 나무처럼 됐다. 그렇더라도 그 대열에서 낙오하지 않기 위하여 너도나도 재테크 방법 찾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들은 시대의 변화를 읽고 다른 친구들보다 앞서 치고나간 통찰력을 지녔거나, 집안 형편이 좋아 출발 여건이 다른 친구들보다 유리했기에 우리가 따라가기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재테크 정보를 얻기 위해 신문을 뒤져 보고, 인터넷을 서핑하고, 다른 사람의 성공담을 귀동냥하고, 아니면 강연회에 찾아가 트렌드를 파악하고, 케이블방송의 경제 프로그램을 밤늦도록 시청하기도 한다.

그래서 요즘 고객들의 눈높이가 매우 높아졌다. 人터넷 발달로 정보의 홍수 속에 사는 고객들의 지식은 거의 전문가 수준에 도달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의 지식이 단편적일지 몰라도 더러 깊이가 있어 전문가들은 더 긴장하고 더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

필자가 속해 있는 회사도 상담을 통해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금전적으로 보탬이 되는 정보나 해법을 전해주지만 사실 정보 접근의 제약성과 분석 능력의 한계에 자주 부딪쳐 고객들로부터 내가 모르는 것을 질문을 받으면 당황하거나 얼굴이 붉어지는 경우가 왕왕 있다.

요즘 재테크 지식은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신기(神技)에 가까운 테크닉으로 고수익을 내지 못하면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 요즘의 고객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재테크 정보가 거의 공개되어 있거나, 공개하지 않으면 그 정보와 관련된 산물이나 결과를 인정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고객에게 재정적으로 궁금한 것을 쉽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개념과 패러다임도 제시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재테크 컨설팅’이란 명목으로 고객을 만나고 그들의 고민을 들어보고 의견을 피력하면 돌아 오는 말은 “저도 이 정도는 아는 데요”라고 핀잔 듣기 일쑤다.

그 때문인지 신문이나 인터넷의 재테크 컬럼을 쓰는 필자들의 글을 보면 이제는 전문가들도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와 이론으로 채우고 있다. 이 정도 수준이면 대학 논문이나 전문 저널에 실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정도니 일반인들은 처음에는 읽다가 결론만을 보게 되는 결과를 얻게 되어 재테크컨설팅의 궁극적인 목표인 ‘재산의 증식’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고객들도 마찬가지다. 이미 재테크 강의나 컬럼을 많이 접했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고객이 바라는 것은 구체적인 주식종목이나 부동산위치를 알려 달라고 한다. 이해가 가지만 당황스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해 일단 그 자리를 피하곤 한다. 들리는 말로는 그 정도의 재테크컨설팅은 자신도 할 수 있겠다고 한다고 했다니 자존심(?)이 상하고 은근히 화도 났지만 다시 만나 필자가 전달한 의미를 다시 한번 설명해드렸던 기억이 난다.

그렇다면 재테크 컨설팅이 무의미하다는 말일까. 그렇지 않다. 단지 숨을 고르고 한번 의미를 다르게 보는 게 필요하다. 개개인의 삶이 똑같지 않듯이 ‘재산 모으기와 쓰임’도 각자의 관점과 환경에 따라 다른 것이다. 필자는 그래서 진정한 의미의 재테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우선 다음 세 가지에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첫째는 ‘직업테크’로 자신의 직업에 충실하자는 것이다. 직업은 소득의 원천이며 가계자산이 증식되는 출발점이다. 자신의 직업세계에서 전문가가 되어 오래 소득을 창출할 수 있다면 가장 훌륭한 재테크인 것이다.

둘째는 ‘건강테크’이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벌더라도 몸이 건강하지 못하면 모든 게 물거품이다. 무엇보다 건강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셋째는 ‘가정테크’이다. 결혼을 한 사람은 가정에 충실하는 것이 남는 것이요, 미혼인 사람은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루는 것이 돈을 모으는 지름길이다. 화목한 가정이 가져다주는 경제적 이득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 외에도 많은 재테크가 있으나 가장 의미 있고 필요한 것은 안분지족(安分知足)하며 ‘직업, 건강, 가정 테크’에 충실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돈을 굴리는 재테크에 충실하면 된다. 다음호부터 구체적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 약력

-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졸
- ㈜ 효성 회계팀, ㈜ 필립스코리아 재경팀, ㈜ 신원 경영기획팀 역임


신종원 케이리치㈜ Wealth Manager sjh010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