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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경제습관서 '한국의 버핏' 나온다
[아줌마 재테크 강좌]

초등학교 어림이들이 국내 한 증권사가 마련한 '어린이 경제교실'에 참가해 경제의 기초, 용돈 관리 방법 등에 대한 체험학습을 하고 있다.




얼마 전 지인의 소개로 재테크 상담을 위해 찾아온 춘봉이라는 대학교 2학년생을 만난 적이 있다. 상담하면서 참 놀란 점은 그가 가계부를 쓰고 있다는 것이다. 젊은 대학생이, 그것도 남자가 가계부를 쓴다면 웃는 사람이 있겠지만 춘봉이는 여느 대학생들과 달리 자신의 노력으로 벌써 금융재산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통장을 3개나 가진 춘봉이의 총자산은 무려 1,360여 만원. 춘봉이에게 어떻게 이런 돈을 스스로 모았냐고 물었다.

그의 대답에 고개가 끄덕여졌고 다른 학생들도 춘봉이처럼 하면 ‘대학생 부자’가 될 수 있겠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다만 여기서 놓쳐서는 안 될 전제는 춘봉이 부모가 일찍부터 아들에게 올바른 경제습관을 교육했다는 점이다. 춘봉이 부모의 경제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졌을까. 재테크와 관련된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저축의 보람을 돼지저금통에서 처음 알다.

춘봉이의 기억은 4세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춘봉이의 부모는 늘 돼지저금통을 춘봉이 손에 닿는 위치에 두었다. 작은 동전이라도 춘봉이가 직접 저금통에 넣도록 하게 한 원려였다. 그리고 춘봉이에게 “돼지저금통에 더 이상 동전이 들어가지 않을 만큼 가득 차면 그 돼지저금통을 잡아 네가 가고 싶은 곳에 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 후 정말로 돼지저금통이 가득 차게 되면 어김없이 춘봉이가 가고 싶었던 놀이동산이나 바닷가 등에 갔다. 춘봉이는 늘 가고 싶은 곳을 생각하며 동전을 돼지저금통에 넣는 게 습관으로 자리잡았다.

5세 나이에 도장과 통장이 생기다

돼지저금통에 동전을 넣는 재미를 붙이고 있던 춘봉이는 5세가 되던 어느 날, 부모 손에 이끌려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도장을 판 후 은행에 갔다. 춘봉이는 영문도 모른 채 자신의 이름과 도장이 찍힌 통장(부모가 1,000원 입금)을 가지게 되었다. 그 당시 그가 의아했던 점은 집 앞에도 분명히 은행이 있는데 왜 마을버스로 두 정거장이나 떨어진 은행에 가서 통장을 만들어 주실까 하는 것이었다.

그때 이유를 물었더니 어머니는 “집 앞 슈퍼에서 100원짜리 과자 한 개를 살래, 아니면 100원짜리 과자를 사면 20원짜리 과자를 덤으로 주는 옆동네 슈퍼에서 과자를 살래?”라는 아리송한 말을 했다고 한다. 금리 때문이었음을 나중에 알았지만 어쨌던 춘봉이는 한 달에 두 번씩 어머니와 그 은행에 저금하러 다녔고 입금도 스스로 했다. 처음엔 친구들과 놀고 싶은 마음에 은행에 가기 싫다고 고집도 부렸지만 부모 덕분에 춘봉이는 혼자 저축하는 습관을 가졌다. 그리고 통장 안에는 명절 때 어른들께 받은 용돈도 고스란히 들어갔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용돈을 받다.

춘봉이는 7세 때 유치원에 입학했고 글자와 돈을 알게 되면서 2주에 한 번꼴로 가던 은행도 돈이 생길 때마다 수시로 갔다. 그것도 걸어서. 또 한 가지 변화는 매주 용돈을 1,000원씩 받았다는 것. 다만 조건이 있었는데, 용돈을 받기 전에 용돈 사용계획을 반드시 부모님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10원이라도 남기는 계획을 세워야 했다. 대략 내용은 이렇다.

● 춘봉이가 받는 용돈 : 1,000원

● 7일 동안 살 것 : 과자 850원 + 딱지 140원

단순한 계획이지만 유치원생에게는 쉽지 않은 용돈타기였다. 때문에 춘봉이가 갖고 싶은 고가의 장난감이나 비싼 과자들은 다른 방법을 통해 얻을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어 1,000원짜리 과자가 먹고 싶다면 책이나 장난감 정리하기 300원, 아버지 구두닦기 500원, 각종 심부름 100원 등의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한 것. 결국 춘봉이는 은연 중에 용돈을 통해 지금 당장 얻을 수 있는 것과 조금 후에 얻을 수 있는 것 그리고 나중에 얻어야 할 것에 대한 이해와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방법에 대해서 미리 생각하는 습관을 길렀다.

초등학교 때 통장 쪼개기를 배우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자 어머니는 용돈을 매주 대신 2주에 한 번 통장으로 입금했는데 금액도 5,000원으로 늘었다. 물론 용돈 받기 전 계획과 용돈을 사용한 후 내역에 대해서도 용돈기입장을 작성해 어머니에게 검사(?)를 받아야 했다. 그리고 용돈을 받는 통장을 별도로 만들어야 했고 어릴 적부터 한 달에 두 번 넣고 있는 저금통장에는 남은 용돈을 넣어 저축했다. 부족한 용돈은 집에서 하는 아르바이트로 채웠고 아르바이트 비용은 노력 정도에 따라 차등해 받았다. 이렇게 초등학생 춘봉이는 용돈 통장과 저금 통장 그리고 동전을 담는 돼지저금통으로 통장 쪼개기를 처음 맛보게 되었다.

가족 여행 예산과 결산을 경험하다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용돈은 한 달 단위로 3만원을 받게 되었고 용돈 관리와 사용은 어려서부터 하던 방식대로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혹독한 외환위기를 극복한 후 예금 이율이 자꾸 낮아지는 것을 확인하고 높은 이율을 주는 은행이나 상품을 찾아야 했다. 물론 부모가 코치를 해줬고 그때 비로소 어릴 적 춘봉이가 통장을 처음 가졌을 때 왜 그 먼 곳까지 가서 통장을 만들어 주었는지 이해했다.

그 무렵 돼지저금통이 꽉 차서 여행갈 명분이 생겼다. 부모는 현재 모은 돈의 한도 내에서 여행 경비를 계획해 보라고 했고 나름대로 계획을 세워 여행을 떠났다. 결과는 참혹했다.

경비부족으로 엄청 고생. 세상 물정 모르는 중학생이 짠 계획이 제대로 진행될 리 없었다. 식대와 예상치 못했던 관람비용의 착오로 적자여행을 하게 됐다. 그러나 중학생 춘봉이는 준비과정에서 많은 경험을 했고 이후 가족여행의 예산 작성과 집행은 그의 몫이 되었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소비 정도를 알지 못하면 계획을 세울 수 없다는 것과 예산이 적을 때는 그것에 맞게 효율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흑자생활은 계속된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중학교 때 2개였던 통장이 1개 더 늘어 3개가 되었다. 이 중 1개의 통장은 용돈을 받는 통장이었지만 대학생이 되면서 이는 아르바이트비를 받는 통장이 되었다. 5세 때부터 부모가 만들어 준 이후 지금까지 한 달에 두 번씩 넣던 자유예금 통장, 고등학교 때부터 용돈이 늘면서 같이 액수가 불어난 적금통장, 그리고 아르바이트비를 받는 통장 이렇게 3개나 되는 통장을 가지고 있는 춘봉이의 현재 자산은 1,360여 만원이다.

춘봉이는 아직도 용돈기입장에서 가계부로 업그레이드된 장부를 일기처럼 작성하고 있다. 학비와 책값은 부모가 여전히 지원해 주지만 용돈만큼은 스스로 벌어서 아껴 쓰고 그중 절반 이상은 저축한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부터 줄곧 경제신문을 읽고, 중요한 내용을 스크랩하고 메모해 두는 습관을 가지다 보니 금융과 경제 관련 정보는 줄줄이 꿰차고 있다. 춘봉이는 곧 군 입대를 앞두고 있다. 그 전에 반드시 할 일이 있다.

지금 저축한 돈을 군 제대할 때까지 분산 투자할 해외펀드와 국내펀드에 대해서 알아보고 있다. 그 과정에서 필자와 만나게 되었다. 현재 춘봉이의 1차 목표는 35세 이전에 1억원의 자산을 갖는 것이다. 필자는 만약 춘봉이가 지금의 경제습관을 계속 유지한다면 충분히 목표 달성이 가능하리라 믿는다.

자녀 조기 경제교육은 과장된 것이 아니다

재벌도 자녀가 어릴 때부터 춘봉이 경우처럼 가계 경영의 세심한 가르침은 아니지만 회사 경영을 위한 수업들을 강도 높게 시킨다. 오너의 자녀들 대부분이 외국에 유학해 경영과 경제 관련 전공을 공부했다는 점에서 그것을 알 수 있다. 필자의 큰 아이는 지금 6세이다.

아이도 돼지저금통이 차는 즐거움을 알고 있다. 또한 지난해 아이의 도장과 통장을 만들어 춘봉이처럼 매달 저금을 시키고 있다. 물론 은행보다 이율이 높고 집과 좀 떨어 진 곳에 있는 금융기관을 이용한다. 춘봉이의 어릴 적 추억은 결코 과장이 아니라 사실이었다는 것을 필자는 내 아이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세 살 적 습관은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은 경제습관에도 적용된다.

동전을 알기 시작하는 유아기부터 늦어도 중·고등학교까지 자녀들에게 지속적인 저축의 즐거움과 절약하는 소비습관을 교육하지 않으면 그들은 그저 받는 것에 익숙해지고, 부족하면 부모의 경제적 무능력을 원망한다.

습관이 바뀌면 생활이 바뀌고, 생활이 바뀌면 인생이 바뀐다고 했다. 자녀들의 경제습관 또한 그렇다. 이것을 실천으로 보여 준 민족이 유대인들이다. 오랫동안 솔선수범하여 자녀들에게 근면과 검소를 교육하고, 경제습관을 주입한 결과, 유대인들은 세대를 거치며 부를 축적하여 현재 세계경제를 쥐락펴락하는 막강한 경제력을 갖추게 되었다.

대학생 때부터 신용불량자가 된 사례를 우리는 종종 본다. 그것은 전적으로 어릴 때부터 올바른 경제습관을 기르지 못한 탓이 크다. 그 책임의 절반은 부모에게 있다. 다만 학생들도 수동적으로 부모에 기댈 것으로 아니라 번 만큼 소비하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줄 아는 능력을 꾸준히 길러야 한다.

“탁월함은 행동이 아니라 좋은 습관이다.” 아리스토렐레스의 명구다.

● 약력
- 대구 한의대 졸
- AIG 그룹 본사 근무



입력시간 : 2007/01/25 13:43




김주형 케이리치 팀장 Jh-kim112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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