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세븐 지역 등 수천만원씩 뚝뚝… 매수세 없어 거래도 뚝고가 분양 아파트는 미분양 속출… 당분간 하락세 이어갈 듯

오르기만 하던 집값이 드디어 하락세로 본격 U턴이 시작되나.

‘1ㆍ11 부동산대책’이후 가격 상승을 주도했던 서울 강남권 등 이른바 ‘버블세븐’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값의 하락세가 뚜렷하고, 올들어 신규 분양시장이 심각한 수준으로 위축되면서 부동산시장 침체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월별 신규분양 건수는 1만 건 수준으로 지난해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으며, 버블세븐 지역 등의 기존 주택거래 건수도 월 100건 이하로 두자릿수로 급격히 떨어졌다. 공급확대와 분양가 인하, 주택담보대출규제 등을 골자로 한 지난해 11ㆍ15대책에다 민간택지 아파트의 분양가 상한제 확대 도입과 대출건수 제한 등 올해 1ㆍ11대책이 겹치면서 매수 심리가 완전히 꺾였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버블세븐 지역이 가격하락 주도

1ㆍ11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2주가 지나면서 그동안 집값 급등을 주도해온 버블세븐 지역 가운데 평촌신도시를 제외한 강남ㆍ서초ㆍ송파구와 양천구 목동, 분당신도시, 용인의 아파트 가격이 약세로 돌아섰다. 버블세븐 지역은 아니지만 지난해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뛰었던 과천시도 내림세가 4주째 이어지고 있다.

강남권은 특히 재건축 단지의 하락세가 뚜렷하다. 송파구 잠실 주공 5단지 35평형은 1ㆍ11 대책 이후 2주 만에 5,000만원이 내렸다. 강남구 개포 주공, 강동구 고덕 주공, 둔촌 주공 아파트 등도 집을 팔아달라는 매물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서초구 서초동과 잠원동 일대는 일반 아파트 매물이 약간씩 늘어나고 있다. 서초동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연초에 비해 1,000만~2,000만원 정도 호가가 떨어졌지만 거래가 안 된다”며 “매수자들은 집값이 좀더 떨어지면 사겠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지난해 집값이 폭등했던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일대는 최근 매수세가 사라지면서 매매가와 전세가가 동반 약세를 보이고 있다. 한때 최고 6억원까지 올랐던 7단지 20평형의 경우 최근 5억원에도 매물이 나오고 있으며, 27평형은 3,000만~5,000만원 내린 7억원대 초반에 급매물이 나왔다.

수도권에서는 과천시와 분당신도시의 약세가 두드러진다. 과천시의 경우 지난 연말에 비해 몇 천만원 낮춘 매물이 나오고 있으나 매수세는 아예 찾아볼 수가 없다. 분당신도시에선 7억5,000만원에서 최고 8억원까지 호가하던 서현동 시범단지 삼성한신 32평형이 7억원대 초반의 매물이 나왔다.

종부세와 서울시 부동산대책 발표 등 일련의 정책이 발표된 이후 강남·서초 등 지역에서 아파트 거래가 주춤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초 반포동 한 부동산중개업소의 급매물 공고판.
주택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서울 강남권과 분당, 과천 등 인기 지역의 아파트 거래건수도 급감하고 있다. 올 1월 현재 신고건수는 지난달의 10%~20%선으로 계절적인 비수기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매우 저조한 상태다. 서초구는 지난해 10월 790건이 거래된 후 11월 593건, 12월 390건으로 꾸준히 감소한 뒤 1월 24일 현재 겨우 75건이 신고됐다. 송파구도 지난해 10월부터 848건→638건→347건에 이어 1월에는 73건만 접수됐다.

강남구와 강동구도 상황은 마찬가지. 강남구는 지난해 10월 700여 건에서 이달 70여 건으로, 강동구도 10월 500여 건에서 현재 77건으로 두자릿수로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판교 분양에 힘입어 거래가 활발했던 분당신도시도 10월 879건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해 이달 77건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전국 도시 중 집값이 가장 많이 상승했던 과천시는 지난해 10월 149건에 달했으나 이달에는 3건에 불과해 매수심리가 급속히 얼어붙은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 매물 여부가 하반기 집값 좌우

전문가들은 버블세븐 지역의 집값 하락세가 인근 지역에도 영향을 주면서 수도권 주요 지역 집값이 봄 이사철이 마무리되는 4~5월께까지는 약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지금 나오고 있는 급매물이 소진된 뒤 시장에 재차 매물이 등장하지 않는다면 하반기부터는 집값이 다시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

이영호 닥터아파트 팀장은 “버블세븐 지역의 경우 당분간 약세가 지속되겠지만, 양도소득세 중과를 피하려는 급매물이 무더기로 쌓이기는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며 “따라서 현재 잠잠해져 있는 매수 심리가 되살아날 경우 언제라도 분위기가 반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소장은 “2007년도 종합부동산세 기준 시점인 6월 전에 추가 매물이 나올지 여부가 올 하반기 집값 흐름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또 3월로 예정된 청약제도 개편도 주택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요인으로 꼽고 있다. 청약 가점제 적용에 따라 아파트를 분양받기 어려워지게 된 소형주택 소유자나 무주택 기간이 짧은 신혼가구 등이 기존 주택 시장에서 새로운 매수세를 형성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도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면 새 아파트를 장만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청약 가점제를 정교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

김규정 부동산114 팀장은 “집을 늘려가려는 욕구가 강한 소형주택 소유자와 새 아파트를 선호하는 젊은 무주택 가구가 장기적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리면 굳이 기존 주택 시장으로 발길을 돌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분양시장도 찬바람 물량 급감

분양시장에도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민간 확대와 분양가 원가 공개를 골자로 한 1ㆍ11 대책이후 분양시장이 급랭하면서 건설사들이 분양계획을 미루거나 취소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국 분양 물량도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2월 전국 분양 물량을 집계한 결과, 총 22개 단지에서 9,932가구가 일반 분양될 예정이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일반 분양 물량(2만8,010가구)의 35.4%에 불과하고, 1월 분양예정 물량(1만8,397가구)에 비해서도 54%가 적은 물량이다. 특히 일반 분양물량이 1만가구를 밑도는 것은 작년 8월 이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분양 물량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서울ㆍ경기ㆍ인천 등에 13개 단지 3,675가구가 분양된다. 침체의 골이 깊은 지방 분양시장에서는 분양 물량이 거의 취소되거나 미뤄졌다. 대전과 전북은 2월 분양 예정 단지가 단 한 곳도 없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1ㆍ11대책으로 수요자들이 분양가 상한제 시행 때까지 청약을 미루면서 청약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어 분양시기를 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최근 신규 분양시장에서는 분양가가 저렴하거나 개발호재가 집중된 지역에만 청약자가 몰리는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저렴한 분양가로 관심을 끈 용인 흥덕지구 경남아너스빌은 수도권 1순위 마감 결과, 평균 82.24대 1의 청약경쟁률로 역대 최고를 기록한 반면, 고분양가였던 성원 상떼 레이크뷰와 서초 아트자이, SK리더스뷰 남산 등은 대거 미분양이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공급 물량이 적기 때문에 유망 단지의 경우 청약 과열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은영 스피드뱅크 리서치팀장은 “청약제도 개편 전까지 청약통장을 사용하려는 수요자들이 많다”며 “입지가 좋은 대단지에는 청약자들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혁 한국일보 산업부 기자 hyuk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