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기 '빈자리 채우기' 고육책오픈 스카이 정책으로 중국 산둥성 일부 노선 항공요금 놓고 한·중 인하 경쟁

40만원→ 30만원→ 20만원→ 10만원→ 그리고 그 다음은?

중국으로 가는 항공권의 최근 가격 추이다. 지난해 여름 중국행 노선의 왕복 항공권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한 이래 급기야는 10만원 아래로까지 내려왔다. 물론 인천공항에서부터 칭다오(靑島), 웨이하이(威海), 옌타이(煙臺) 등 중국 산둥(山東)성 간의 일부 노선들에 국한된 얘기다.

최근 중국행 항공권 가격이 수직 강하하고 있다. 많은 나라 중에 왜 중국 구간, 그것도 산둥반도에 있는 도시들을 운항하는 구간에만 그럴까? 소비자 입장에서 항공권 가격이 내린다면 기쁜 소식이긴 하지만 구체적인 이유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싼 게 비지떡’이라고 되레 서비스가 부실해진다든지, 안전운항에는 문제가 없는지 걱정되기 때문이다.

한국-중국 노선의 항공료 인하 경쟁에는 중국 둥팡(東方)항공이 먼저 불을 붙였다. 중국 민간항공사인 둥팡항공은 지난해 7월 인천에서 산둥성 주요 도시 간의 왕복 운임을 기존 40만원대에서 24만원으로 크게 낮췄다.

동방항공은 이에 그치지 않고 이 구간 항공료 가격 인하 공세에 계속 나서고 있다. 항공료 가격을 20만원으로 한 차례 더 내리더니만 이후 18만원, 2월 초 기준으로 16만원선까지 떨어뜨렸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국내 항공사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더불어 항공료 인하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가만히 앉아서 손님을 놓쳐버릴 수가 없어서다. 대한항공은 인천-웨이하이 운임을 종전 29만 원에서 20만원으로 낮췄고 인천-칭다오 왕복요금은 33만 원에서 20만원대로, 새로 취항한 인천-옌타이 왕복요금도 20만원선으로 책정했다.

아시아나항공 또한 인천-옌타이 왕복요금을 35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낮추는 등 운임 인하 경쟁에 합류하고 있다. 모두 경쟁사들의 요금을 감안한 조치들이다. 이때부터 이 구간 왕복 항공요금이 10만원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는데 결국 반년 만에 소문이 현실이 돼버렸다.

이처럼 한국과 중국 간 항공료 인하 경쟁이 본격화된 것은 양국 간에 합의된 오픈 스카이(항공 자유화) 정책 때문이다. 항공 자유화란 당국의 허가 없이 항공사들이 시장 상황에 맞춰 운항 구간, 운항 편수, 가격 등을 임의로 정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종전에는 양국 간 취항 노선을 호혜주의에 따라 정부 간에 결정하고 각국 정부는 이를 자국 항공사에 배분하는 형식이었지만 오픈 스카이는 이 과정을 완전히 시장에 맡기는 방식이다. 오픈 스카이가 채택되면 항공사들로서는 완전 자유경쟁 체제에 돌입하게 되는 셈이다.

지난해 6월 한국과 중국 정부는 항공회담에서 단계적으로 항공자유화를 실시하기로 하고 우선 한국 전 지역과 중국 산둥성, 하이난(海南)섬을 1차 시범구간으로 지정했다.

때문에 한국-산둥성 간 노선이 오픈 스카이로 지정되자마자 둥팡항공이 먼저 가격 인하의 포문을 연 것. 인천공항과 이 지역 도시들 간의 취항에 후발 주자격인 둥팡항공으로서는 선점 효과를 위해 과감히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중국행 왕복 항공권 가격이 10만원선으로까지 떨어진 데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역할(?)이 컸다. 국내 항공사들이 둥팡항공이 종전에 내놓은 항공가격보다 더 값싸게 제시했다. 물론 2월, 혹은 설날 전까지만 한정한다는 전제가 붙어 있다. 둥팡항공의 선공에 맞서 국내 항공사들이 반격을 벌이자 둥팡항공도 2월 들어 산둥성 노선을 종전 18만원에서 16만원으로 2만원 더 떨어뜨렸다.

또 인터넷여행사인 온라인투어(www.onlinetour.co.kr)는 중국행 항공권을 9만원대에 내놓기까지 했다. 인터넷 판매가 기준으로 옌타이는 8만9,000원으로 국내 최저가를 선언하고, 베이징과 다이롄, 웨이하이는 9만9,000원에 판매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또 여행상품 가격도 덩달아 떨어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10만~20만원대 중국 여행 상품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것. 롯데관광 신건형 차장은 “중국 여행 상품이 싸지긴 하지만 호텔의 수준이나 옵션 유무, 기타 부대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를 일일이 확인하고 결정해야 한다”고 전한다.

비록 일부 구간이긴 하지만 10만원 아래로까지 떨어진 중국 왕복 항공권 가격은 그럼 앞으로 얼마나 더 떨어질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한 마디로 ‘기대 금물’이다. 지금의 항공권 가격은 더 이상 내려갈래야 내려갈 수 없는 한계점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항공업계에서조차 수지타산을 무시한 ‘비정상적인’ 가격이라고 말하고 있다.

무엇보다 2월 들어 이 지역 항공권 가격이 떨어진 것은 올해만의 현상은 아니다. 해마다 2월은 중국 골프 관광객 수요가 뚝 끊기고 학생들 방학도 끝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항공 수요가 움츠러드는 대표적인 관광 비수기이기 때문에 예년에도 2월에는 중국행 항공 및 여행 요금이 떨어지곤 했다.

다만 올해는 오픈 스카이 체제가 도입되면서 항공사 간 무한경쟁 상황까지 겹쳐 ‘정도가 지나쳤다’는 것. 당장 골프 시즌이 시작되고 유학생들이 오가기 시작하는 3월 성수기부터는 항공료가 지금보다 올라 갈 전망이다.

어쨌든 한국-산둥성 노선에서 촉발된 중국행 왕복 항공료 인하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과 중국 정부 간에 오픈 스카이 확대를 위한 항공협정도 지속되고 있다. 양국은 2년마다 한 번씩 열기로 한 이 회담을 최근에는 1년 단위로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오픈 스카이 도입과 확대 시기가 더 빨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일본은 지난해 오픈 스카이를 반대해 아직 일본 노선에까지 도입되고 있지는 않다. 그렇지만 한ㆍ중ㆍ일 3국 간에 협의가 계속되고 있어 일본으로 향하는 항공료 역시 지금보다 떨어질 수 있다는 성급한(?) 기대도 나오고 있다.


박원식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