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은 취약한 지역노선 '전화위복' 계기 표정관리

대한항공은 조용한 미소, 아시아나항공은 쓴웃음.

중국 둥팡(東方)항공의 중국행 항공료 인하 도전을 받은 국내 항공사들의 입장은 어떨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모두 가격 공세에 맞대응해야 하는 입장은 똑같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희비가 엇갈린다.

이유는 그동안 이들 중국 노선에서 우위를 점했던 항공사가 아시아나항공이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오픈 스카이가 도입되기 전까지만 해도 중국 노선에 대해서는 많은 이점을 누려왔다. 대한항공에 비해 신설 항공사인 데다 원거리보다는 단거리 해외 노선에 치중한다는 정부 정책에 의거해 여러모로 배려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은 오픈 스카이 도입으로 인천-산둥성 구간 노선이 자유경쟁체제가 되면서 기존에 누려왔던 기득권을 잃어버리게 됐다. 둥팡항공의 항공료 인하 공세로 피해자가 된 셈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울상인 반면 대한항공은 ‘불감청이언정 고소원’격으로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비교적 취약했던 이 지역 시장에 진입해 시장을 넓힐 기회를 얻게 됐기 때문. 그렇다고 아시아나항공을 바라보면서 ‘입을 벌리고’ 웃을 수는 없기에 대한항공은 일체의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먼저 공격적으로 나서기에는 불편한 입장이었는데 둥팡항공이 선공을 펼쳐주니 ‘울고 싶던 차에 뺨 맞은 격’이었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은 ‘항공 시장이 세계적인 추세인 자유경쟁으로 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대세이고 소비자들에게도 좋은 소식”이라고 겉으로는 느긋하다. 둥팡항공의 항공료 인하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측은 아시아나항공이라기보다는 한-중 페리 노선이라고 지적하기도 있다. 실제로 이들 구간을 오가는 여객선의 승객이 4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더라도 기득권이 줄어든 아시아나항공은 속이 쓰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박원식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