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서생 둥팡항공 한국지사 총경리(지사장)

“이제는 한국에 들어 오는 중국인 관광객들에 대한 출입국 절차부터 간소화해야 합니다.”

한·중 노선 항공료 인하 바람을 이끌고 있는 이는 중국 둥팡(東方)항공 한국지사의 황서생 총경리(지사장)이다. 그는 지난해 6월 한국 전역과 중국 산둥성, 하이난섬 노선이 오픈 스카이로 지정되자 즉시 항공료 인하를 단행했다. 지금 이 지역을 오가는 둥팡항공의 왕복 항공료 가격은 예전의 절반 수준. 고객도 부쩍 늘었다.

하지만 그가 처음 꺼낸 말머리는 항공 얘기라기보다는 한국의 관광 정책에 대해서다. 왜 중국 사람이 한국 관광에 대해서 왈가왈부할까 궁금해하기도 전에 그는 “그것이 한·중 간 항공 수요를 키울 수 있는 유일한 길이고 또 한국경제에도 보탬이 되기 때문”이라고 먼저 답한다.

“이제 한·중 노선의 항공권 할인은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더 이상 내린다면 항공사가 생존할 수 없는 수준이죠.” 동방항공의 산둥성 노선 항공료를 최근 16만원까지 내린 그는 “이번에 10만원짜리 항공권 싸움은 먼저 걸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원가 절감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지금의 할인율은 과도하며 결코 오래갈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오픈 스카이 체제가 되면서 항공사 간 경쟁이 치열해졌습니다. 더 많은 고객을 먼저 유치하기 위해 가격 싸움이 일어난 것이죠.” 황 총경리는 다음 수순은 한국정부에 있다고 단언한다. 신규 고객을 창출하고 시장을 확대하려면 중국인들에 대한 한국의 출입국 절차 간소화가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중국인들은 한 해 3,200만 명이 해외 여행을 떠나고 있으며 1인당 1,500달러를 씁니다. 그런데 이 중 2.1%만이 한국을 찾는데 이는 가까운 거리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치입니다.” 그는 중국인들이 한국에 오지 않는 이유로 비자 문제를 꼽는다. 단체관광 비자는 내주지만 개인 비자는 받기가 워낙 번거롭다는 것.

하지만 중국인들은 가족이나 친구 단위로 개별 여행을 떠나는 것이 주류다. 때문에 절차가 간단한 유럽이나 일본에는 많이 가더라도 여러 가지 서류를 첨부해야 하는 한국은 당연히 기피 국가라는 것. 또 단체여행객들이 한국을 찾고는 있지만 실제 돈 씀씀이가 큰 것은 개별 여행객들이다.

“중국 사람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관광 시장이 커지면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항공사도 살고 이는 여행 수지 적자에 허덕이는 한국 경제도 살리는 길입니다.” 한국 내 불법체류자들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주장에도 그는 반박한다. 과거 한국이 조선족들의 불법체류를 막기 위해 까다로운 입국절차를 운영한 것은 당연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미 불법체류할 만한 이들은 많이 양성화돼 있어 불법체류를 걱정할 만한 단계는 벗어났다”는 근거를 댄다.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하고 1992년 한국에 처음 온 그는 16년째 한국에서 근무하고 있다. 한국이 좋아서 남아있기도 하지만 한곳에 오래 머물러야 현지화되고 전문화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둥팡항공을 한국에 취항하고 있는 55개 외국 항공사 가운데 최고의 항공사로 성장시킨 1등 공신이다. 지난해 매출만 1,970억원으로 취항률이나 탑승률에서도 모두 1위다. 직원 570여 명 중 한국인만 560여 명. 중국 본사에서 온 직원은 8명에 불과할 정도로 한국화되어 있다.

그는 “앞으로는 국경을 초월해 양국이 힘을 합쳐 공동의 부를 창출한다는 마인드를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원식 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