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생활가전 부문이 윤종용 부회장 직할 체제로 개편되면서 2004년 거뒀던 ‘윤종용 효과’가 이번에도 재연될지 관심을 끌고 있다.

윤종용 효과란 2004년 윤 부회장이 생활가전을 직속 체제로 두면서 당시 1분기 영업에서 흑자 성과를 거둔 것을 가리킨다. 2003년 말 한용외 생활가전총괄 사장이 삼성문화재단 사장으로 보직 이동한 이후 2004년 한 해 동안 윤 부회장은 생활가전을 직접 관할했다. 2005년 이현봉 사장이 맡기 이전까지이다.

당시 삼성전자 생활가전 부문은 2003년 4분기까지 76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다가 윤 부회장이 생활가전을 총괄하면서 2004년 1분기 570억원 흑자 실적을 올리며 대반전의 기대로 부풀었다. 영업이익률도 7.1%를 기록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깐. 2분기 110억원 적자, 3분기 90억원 적자, 4분기 900억원 적자를 보이면서 연간 기준으로는 540억원 적자로 마감했다. 비록 한 분기 실적만 흑자라는 ‘반짝 성과’를 냈으나 비교적 좋은 성적표를 받았고 삼성전자 측도 이를 적극 홍보했다.

때문에 이번 삼성전자의 생활가전 부문 인사는 2004년의 ‘판박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윤 부회장이 사장에게 업무를 맡기지 않고 생활가전 사업부를 꾸려나가는 최진균 부사장으로부터 직보를 받게 됐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형태를 달리 했고 기구가 축소됐을 뿐 ‘어게인 2004년’으로도 부른다.

차이점이라면 당시에는 윤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대표이사 겸 생활가전총괄을 겸직했지만 이번에는 당시 생활가전 총괄 부문이 사업부 차원으로 축소됐고 사업부장인 최진균 부사장으로부터 직보를 받게 됐다는 것이다. 때문에 윤 부회장은 이번에 또다시 생활가전을 직속 관할하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래서 올 상반기 삼성전자 가전 부문이 흑자를 거둘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조직개편과 함께 탈바꿈하려는 전사적인 노력도 있겠지만 윤 부회장이 직접 업무를 챙길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다. 윤 부회장도 인사 후 수원사업장을 찾아 생활가전 부문 임원들과 첫 회의를 주재하고 만년 적자를 보이고 있는 생활가전 사업부에 대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뜻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004년의 경우처럼 올해 1분기에 흑자를 거두더라도 구조적인 흑자 반전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당시 올린 1분기 흑자도 ‘부회장발(發) 약발’이라는 것. 즉 윤 부회장이 직접 챙기는 업무인 만큼 모든 관계 직원들이 열심히 나서 잠깐 흑자는 올렸지만 그것이 대반전의 기초가 되지는 못했다.

일부에서는 ‘1분기만 흑자이고 나머지는 적자라면 이는 관계 직원들이 상사를 의식해 밀어내기식으로 마케팅 영업을 한 것에 불과할 수도 있다’고 폄하한다. 앞으로 윤 부회장이 생활가전 부문에 어떠한 변화를 시도할지, 또 예전처럼 체면치레 반짝 흑자에 그칠지 주목된다.


박원식 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