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인상' 악재 없어… 증시, 순항 예고일본은행 총재 "추가인상 계획없다" 발표… 국내 금리인상 압력도 미미엔 캐리 트레이드 급격한 청산 없을 것, 금융시장 '불확실성' 사라진 셈

지난주 21일, 일본은행은 금융정책위원회를 개최하여 기준금리인 무담보 콜 론(Call Loan)금리를 0.50%로 0.25% 포인트 인상했다. 이번에 일본의 금리 인상은 지난해 7월, 제로금리 정책에서 탈피하며 기준금리를 0%에서 0.25%로 올린 이후 거의 7개월 만에 단행된 것이다.

알려지기로는 금리 인상을 위한 표결에 참가한 일본은행의 금융정책위원 중에서 찬성한 위원이 8명인 데 반하여 반대한 위원은 단 1명에 그칠 정도로 절대 다수결로 결정됐다.

사실 이번 금융정책위원회가 열리기 전, 시장의 예측은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과 동결할 가능성을 각각 절반으로 보는 양상이었다. 거꾸로 말한다면 “금리를 올릴지 어쩔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

일본의 경제 여건으로 보아서는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았지만, 정부나 정치권에서 금리인상에 대하여 여전히 강력하게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월에 거의 대부분의 시장 참가자들이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일본은행이 금리를 인상하지 않은 것이 이번 금융정책위원회의 결정에 대한 예측을 더욱 어렵게 한 요인이기도 하다.

당시 일본은행은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금리를 인상하지 않았는데,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후쿠이 도시히코(福井俊彦) 일본은행 총재가 지난해 펀드 스캔들로 사임 위기에 내몰렸을 때, 자신을 적극 변호해주었던 당시 관방장관이던 현 아베 수상에 대하여 ‘마음의 빚’을 갚았다는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였던 터.

즉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리지 않음으로써 아베 수상의 정치적 입지를 공고하게 하는데 도움을 주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일본은행이 정치권의 눈치를 볼 수 있다는, 즉 중앙은행으로서의 ‘독립성’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커졌고, 그 결과 과연 이번에도 금리를 올릴 수 있을지 관심을 끌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4월에 지방선거를 맞게 될 집권 자민당의 입장으로서야 금리가 인상되는 것이 결코 탐탁하지 않기 때문. 따라서 이번에도 일본은행이 또 일본정부의 입장을 고려하여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의견도 만만치 않게 많았다.

엔화, 금리인상 불구 악세 기조 유지

그러나 여하간 일본은행은 금리를 인상하였다. 그런데, 정작 일본은행이 금리를 인상하고 나서도 일본의 엔화는 오히려 약세기조를 이어갔으며, 일본의 증시도 그다지 하락세를 보이지 않았다.

통상적으로 한 나라의 금리가 오르면 주가는 약세를 보이는 반면에 그 나라의 통화는 강세를 보이기 마련이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왜냐하면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린 연후에 나온 후쿠이 일본은행 총재의 비둘기파적인 발언에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이 안도하였기 때문이다.

그는 금융정책위원회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금리조정은 서서히 진행될 것이란 기존 스탠스에 변화가 없다"며 "연속적으로 금리를 올릴 계획이 없으며, 금리 인상과 관련해 정해진 스케줄도 없다"고 말했다.

즉 이번에는 금리를 올렸지만 당분간 금리를 올릴 계획이 없다는 것을 대내외에 천명한 셈. ‘과거’의 일보다는 ‘미래’의 일을 미리 반영하며 움직이는 금융시장으로서는 이미 금리가 오른 상황에서 더 이상 뒤를 돌아볼 필요는 없게 되었다.

특히 “연속적으로 금리가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후쿠이 총재의 발언으로 인하여 주식시장이나 외환시장 등 금융시장이 두려워하던 ‘불확실성’이 사라진 것이다.

그런데, 이참에 우리는 왜 우리나라의 금리도 아닌 일본의 금리에 주목하는 것일까? 거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로, 우리 증시와 일본 증시와의 연동성 때문이다. 이제는 우리 증시를 해외 증시와 떼어놓고 따로 생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한 발 더 나아가 우리나라 증시와 해외 증시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는 현상도 지극히 자연스럽다. 그런데, 해외 증시와의 연동 움직임도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나스닥지수 등 미국 증시의 움직임에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였다면 최근에는 점차 일본의 니케이지수의 움직임과 우리 증시의 연동성이 높아가는 추세이다.

실제로 펀드 평가회사인 제로인의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와 일본 주식시장 간의 상관관계는 2002~2004년 중에는 평균 0.50%였지만, 2006년 중에는 0.82%로 크게 뛰어 오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상관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연관성이 높은 것을 의미하고 반대로 0에 가까울수록 연관성이 낮은 것을 뜻한다). 같은 기간 중 우리나라와 미국 증시와의 상관계수가 0.64%로 조사되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제 우리나라 증시는 미국 증시와의 연동 양상에서 벗어나 오히려 일본의 니케이지수와 거의 같이 움직인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만일 이번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전망되었다면, 일본의 주가는 앞으로도 내내 하락압력을 받을 것이고 이는 고스란히 우리나라 증시에 악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행 총재가 밝혔듯 일본이 당분간 금리를 올릴 계획이 없기에 일본의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은 낮아졌고, 그만큼 우리 증시로서는 커다란 악재 하나에서 벗어난 셈이다.

일본 주가 하락 가능성 낮아

둘째로, 비단 우리나라 주식시장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 가능성 때문이다. 일본의 금리가 워낙 저금리인지라 이를 이용한 금융기법이 바로 엔 캐리 트레이드이다.

즉 일본에서 낮은 금리로 엔화를 차입하여 이를 수익률이 높은 곳에 투자하는 것인데, 우리나라 증시에 투자되어 있는 외국인 투자자금 중에서 상당 부분이 엔 캐리 트레이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거래는 자칫 금리 차이에 의한 수익보다도 환차손이 더 커져버리면 손실을 입을 위험이 있다.

따라서 엔 캐리 트레이드를 통해 각국 금융시장에 투자하고 있는 국제 금융자본은 언제라도 일본의 금리가 오르거나 혹은 일본의 엔화가 강세를 보일 조짐이 보인다면 즉각 엔 캐리 트레이드를 청산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따라서 만일 이번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전망되었다면, 일본의 엔화는 앞으로 내내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고, 이는 즉각적으로 엔 캐리 트레이드 세력들로 하여금 거래를 청산하려는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국제 금융자본으로서는 엔 캐리 트레이드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주식시장 등에서 주식을 매도하여야 하므로 엔화가 강세를 보일 전망은 당장에 주가에 악재로 작용할 터.

하지만 일본은행 총재가 밝혔듯 일본이 당분간 금리를 올릴 계획이 없고, 따라서 당분간 일본 엔화가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강세를 나타낼 가능성 역시 낮아졌으며, 이에 따라 엔 캐리 트레이드의 급격한 청산으로 말미암아 우리 증시가 충격을 받을 위험도 크게 낮아진 셈이다.

셋째로, 우리나라의 금리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에 기준금리인 콜금리를 4.50%로 인상한 이후 지금까지 6개월째 동결하고 있다.

그런데 만일 일본 금리가 올해 안에 지속적으로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면, 우리나라의 금리도 그만큼 상승압력을 받게 된다. 그러나 이제 그럴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졌으므로 국내 금리가 당분간 오를 가능성 역시 낮아졌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경기가 당장 과열된다거나 혹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거세다거나 하다면 또 모르겠으나 지금으로서는 그럴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비록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긴 하였으나 오히려 당분간 금리가 인상되지 않을 것이라는 후쿠이 총재의 발언으로 말미암아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증시도 기존의 상승 추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김중근 메버릭 코리아 대표 jaykki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