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제조 회사가 일관제철소를 갖춘 종합철강 사업에 도전한 사례로는 ‘루즈(Rouge)’ 제철공장이 대표적이다.

포드사는 1927년 헨리 포드의 ‘철광석에서 자동차까지’라는 발상에 근거해 미국 내 최대의 철강 일관생산 공장인 루즈 공장을 건설했다. 당시 잘 나가던 포드사였으니 수요가 튼튼했던 루즈 공장 역시 한동안 호황을 누렸다. 이때 미국 내 철강산업 또한 호황기를 누렸다.

하지만 2차 대전이 끝나고 일본이 철강 산업을 주도하면서 미국 내 철강업도 사양길을 맞게 된다. 루즈공장 역시 예외가 될 수 없었다. 이후 적자에 허덕이던 루즈 공장은 89년 결국 러시아의 철강회사에 매각된다. 81년부터 매각이 추진되기 시작한 지 8년 만이다. 철강업계 일부에서는 ‘자동차 회사의 철강 사업 도전 실패 사례’라고도 불려진다.

이에 대해 현대제철은 조사해보니 “루즈사의 불황과 쇠락은 철강 경기의 하강 때문이지 결코 자동차 제조사가 운영한 철강회사이기 때문이 아니다”고 주장한다. 이런 논리의 기저에는 고로 부문의 경쟁자인 포스코의 논리가 스며 있는 것 아니냐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철강업계에서는 “루즈 공장이 망한 것이 불경기 때문만이라면, 지금껏 살아 있고 잘 꾸려나가는 기존 철강회사들은 왜 문을 닫지 않았냐”고 반문한다. 모기업인 자동차회사에 의존하는 수직적 경영 시스템에다 자체 생존력 또한 취약했기 때문이라는 것. 결국 포드사가 어려움에 빠지게 된 것도 철강회사의 부진도 한몫했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현대제철은 이 또한 “현대자동차 회사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반박한다. 예전처럼 보증을 서주는 것도 아니고 자체 자금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또 자동차 회사가 아닌 하공정 생산과정에서 자리잡은 제철회사가 일관제철소 사업에 도전하기 때문에 루즈 공장 사례와는 비교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박원식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