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앱스' 유료서비스로 소프트웨어 시장 진출 본격 선언MS '오피스 2007' 출시로 맞불… 한국 '씽크프리'도 다크호스

구글과 MS, 숙명의 결전이 시작됐다.

웹2.0시대에 돌입한 인터넷 세계의 패권을 둘러싸고 ‘세기의 대결’이 막 올랐다. 예견된 일이었다는 점에서 피할 수 없는 결전이다. 바로 구글(Google)과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격돌 얘기다. 전운이 감돌던 두 기업 간의 긴장감은 드디어 구글의 선전포고로 ‘숙명의 대결’을 시작했다.

구글은 인터넷을 통해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강력한 검색 서비스를 기반으로 인터넷 세상의 최강자로 우뚝 섰다. 전 세계 블로거(Blogger)를 대상으로 한 광고서비스 ‘구글 애드센스’, UCC의 원조로 꼽히는 ‘유투브’ 서비스를 제공하는 웹2.0 시대의 맹주다. MS는 PC용 운영체제 ‘윈도우’를 기반으로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거인이다.

출신 성분(?)이 전혀 다른 두 거인의 싸움은 전혀 뜻밖의 일은 아니다. 갈수록 업종 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시대에 인터넷이나 소프트웨어 시장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기 때문이다. 마침내 구글이 이 경계를 무너뜨리기 시작한 것이다.

구글, "앞으로 MS 제품 사지 마라"

지난 2월 22일 구글은 그동안 무료로 제공해오던 ‘구글 앱스(Google Apps)’를 유료 서비스로 전환했다. 구글 앱스는 바로 구글이 그동안 치밀하게 준비해 온 ‘인터넷에서 바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서비스다.

메일 서비스인 '지메일(Gmail)'과 메신저인 ‘구글 토크(Google Talk)', 일정 관리 프로그램인 '구글 캘린더(Google Calendar)', 워드 프로세서와 표계산 소프트웨어인 ’구글닥스(Google Docs & SpreadSheets)', 온라인 웹 페이지 저작 서비스인 '구글 페이지 크리에이터(Google Page Creator)' 등이다.

그동안 이 서비스를 대담하게도 ‘무료’로 제공하던 구글이 드디어 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 사용해온 사용자들에게는 그대로 무료로 제공되고, 앞으로도 계속 기존 서비스만큼은 무료로 제공된다. 하지만 용량을 더 늘리거나 고객지원을 원할 경우 앞으로는 연간 50달러를 받겠다는 얘기다. 인터넷 검색 서비스 업체 구글이 소프트웨어 시장 진출을 본격 선언한 셈이다.

당연히 소프트웨어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MS를 겨냥한 선전포고다. “그동안 비싸게 사서 썼던 MS의 각종 소프트웨어들을 이제 인터넷에서 저렴하게 사용하라”는 것이다.

실제 구글이 유료화를 선언한 서비스들은 하나같이 MS가 팔고 있는 주요 소프트웨어 제품들을 겨냥한 것이다. 그중에서도 MS의 오피스 소프트웨어가 핵심 타깃이다. 오피스 소프트웨어는 워드프로세서인 ‘워드’, 표계산 소프트웨어인 ‘엑셀’, 프레젠테이션 소프트웨어인 ‘파워포인트’, 이메일 및 일정관리 소프트웨어인 ‘아웃룩’ 등을 하나로 묶은 제품이다.

타깃은 오피스 소프트웨어

MS에게 오피스 소프트웨어는 어떤 제품인가. MS는 윈도우로 운영체제 시장을 석권했지만, 실제 ‘짭짤한’ 수익원은 오피스 제품이다. MS가 매년 벌어들이는 순수익의 30%는 바로 오피스 제품 판매로 거둬들이는 것이다.

시장 조사 업체인 가트너에 따르면 기업들은 평균적으로 매년 1인당 225달러를 MS 오피스와 익스체인지를 사용하는 데 지불하고 있다고 한다.

내부 관리와 고객 지원 그리고 하드웨어 비용은 제외한 수치다. 이를 구글이 연 50달러에 제공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더구나 소프트웨어를 PC에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인터넷만 연결된다면 어디서든 구글 사이트에 접속해 소프트웨어를 불러내 쓰면 된다. 이른바 ‘웹오피스’인 것이다.

물론 구글이 제공하는 웹오피스와 MS의 오피스는 기능면에서 직접적인 비교가 어렵다. MS의 오피스가 기능면에서 훨씬 앞서 있고 관리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도 많다. 또한 사용자들, 특히 기업들은 자신들이 작성한 수많은 데이터가 외부에 저장돼 관리된다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다. 이런 점에서 MS는 아직은 구글의 서비스가 위협적이지는 않다고 여기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속내는 다르다. 시장은 언제든 변할 수 있고, 또 대세는 인터넷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기능이 좋고 많아도, 또 잘 쓰지도 않는 고급기능이 들어있다 해서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은 고객들로서는 속쓰린 일이다. 이런 점을 구글이 노리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MS도 인터넷으로 오피스를 제공하는 ‘오피스온라인(OfficeOnline)’ 서비스를 준비해왔다.

MS는 또 이전보다 훨씬 강력한 통합기능을 담은 차세대 오피스 소프트웨어 ‘오피스 2007’을 출시했다. “인터넷으로 제공할 수 있는 기능은 한계가 있다”고 반격에 나선 것이다. ‘오피스 온라인’으로 구글앱스를 견제하면서, 기존 고객들에게 더 강력한 기능의 오피스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이원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웹오피스 전쟁의 서막

창과 방패의 싸움이 ‘웹오피스’ 시장에서 불을 뿜었지만, 결과를 섣불리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분명해 보이는 것은 MS의 아성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MS가 사운을 걸고 덤벼들고 있는 시장은 이제 일반 개인이 아니라 기업들이다. 그리고 기업들은 그동안 이용해온 소프트웨어와 사용방식을 하루아침에 바꾸려 들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MS는 더욱 강력해진 기능의 소프트웨어를 내놓으며 “인터넷으로는 안 되는 게 있다”며 기업 고객을 유혹하고 있다.

그러나 웹2.0 시대에 비즈니스 모델의 근간인 ‘롱테일(longtail)’ 입장에서 보면, 구글의 웹오피스는 수적으로 훨씬 많은 개인 사용자들과 중소규모의 기업들을 겨냥하고 있다. “고급기능이 많으면 뭐하나, 평소에 쓰지도 않는데. 쓰지도 않은 고급기능에 왜 비싼 돈을 지불하고 있나?”고 외친다.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속내가 담겨 있다.

과연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 것인가. 이제 선택은 소비자의 손에 달렸다.

구글과 MS가 벌이는 웹오피스 전쟁에는 또 하나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있다. 바로 웹오피스 시장을 노리고 있는 ‘다크호스’들이다. 씽크프리(www.thinkfree.com)와 조호(www.zoho.com)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구글과 MS를 동시에 위협하고 있는 존재들이다.

이 가운데 더욱 눈길이 가는 곳이 씽크프리다. 대한민국산 웹오피스이자, 사실 웹오피스의 원조격이기 때문이다. 2000년 설립된 씽크프리는 당시 MS의 스티브 발머 사장이 ‘최근 가장 위협적인 존재’라고 꼽기도 한 바 있는 기업이자 서비스였다.

미국에서만 2,000만 달러가 넘는 투자를 유치할 정도로 주목을 받았던 씽크프리는 하지만 ‘너무 빨리 탄생했다’는 평가 속에 내리막길을 걷다가 한글과컴퓨터에 전격 인수된 후, 인터넷의 폭발적인 확산과 함께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 진출해 있는 씽크프리는 이미 현지 언론이나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조만간 국내 최대의 포털 네이버도 웹오피스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를 위해 현재 씽크프리와 공동 개발을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도 웹오피스 전쟁의 불씨가 지펴지고 있는 것이다.

1월 25일 미국 워싱턴주 레드레몬의 한 매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윈도비스타 시스템 광고를 위해 직원들이 선전문구가 인쇄된 광고지를 접고 있다.

김상범 블로터닷넷 대표블로터 ssanba@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