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스타일 파격적 진화… 패스트리·퐁듀 등 신개념 피자로 고객의 입맛 유혹

프리타 피자
쿠키, 퐁듀, 패스트리, 화훼타, 그리고 탄두리···. 모두 음식의 종류를 나타내는 이름이다. 그런데 요즘 피자들이 이런 이름들과 짝짓기를 하고 있다.

퐁듀 피자, 탄두리 피자 등. 최근 나온 신제품 피자들이다. 때문에 때아닌 업계에 ‘피자 논쟁’이 뜨겁다. 말하자면 ‘피자가 피자가 아니다’라는 것. 그러면 피자의 경계선은 어디이며, 피자의 변신의 끝은 어디까지일까.

피자라면 ‘도우’라고 불리는 밀가루 반죽 위에 치즈나 햄, 버섯 등 갖은 재료들을 얹고(토핑), 화덕(혹은 오븐)에서 구워낸 음식을 말한다. 하지만 최근의 피자들은 기존의 피자 개념을 파괴한다.

피자를 멕시코의 음식인 화훼타처럼 싸먹는다든지, 스위스의 퐁듀처럼 피자 조각을 소스에 찍어 먹는다든지, 신제품 피자들은 ‘퓨전’의 성격을 띠고 있다. 피자가 피자로만 머무르지 않고 ‘탈(脫) 피자’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

도미노 피자가 지난해 선보인 도미노 Puff16(퍼프 식스틴) 피자는 패스트리 개념을 원용했다.

‘16겹의 바삭함!’이란 의미에서 이름 붙여진 이 피자는 패스트리를 만들 때처럼 16겹의 얇은 도우를 사용해 바삭바삭하고 풍성한 맛이 나도록 했다. 여기에 담백하고 고소한 호두와 새콤하고 상큼한 발사믹 애플소스로 시원한 끝맛을 냈다.

미스터피자가 올해 초 선보인 피자 ‘그랑프리’는 피자에 쿠키 개념을 접목시켰다. 피자의 밀가루 반죽 가장자리를 유럽풍 소프트 쿠키로 만든 것. 기존 피자가 토핑이 없는 테두리 부분(엣지)을 밋밋하게 먹었던 것과 달리 호박씨, 해바라기씨 등을 넣은 부드러운 쿠키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색다르다.

치즈바이트 퐁듀 / 치즈볼 크러스트 / 까망앤 블루 피자
쿠키 스타일 외 블루베리 소스에 찍어먹도록 한 것도 새롭다. 슈림프와 포테이토 2가지 맛을 동시에 맛볼 수 있게 토핑이 반반씩 되어 있다.

미스터피자가 지난해 초 내놓은 신제품 ‘프리타’는 화훼타와 헷갈린다. 화훼타는 밀가루 전병에 각종 고기나 야채 등을 싸 먹는 멕시코 음식. 그런데 또한 화훼타처럼 싸먹는다. 는 피자 빵 위에 다양한 토핑과 치즈를 올려 구운 전통적인 피자와는 달리 토핑과 도우를 따로 분리했다.

피망, 치즈, 콘, 블랙올리브 등의 기본 토핑만 올려진 담백한 씬피자와 멕시칸 양념이 된 슈림프, 비프, 치킨의 세 가지 토핑이 뜨거운 접시에 올려져 별도로 제공된다. 개개인의 기호와 스타일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먹을 수 있다.

피자헛이 지난해 ‘사람들이 피자를 찍어먹기 시작했다(?)’며 대대적으로 광고한 치즈바이트 퐁듀는 이름 그대로 퐁듀에 가깝다. 28개 고구마 치즈롤을 따끈한 에멘탈 치즈에 찍어먹도록 만든 신개념의 피자다.

고구마와 모짜렐라 치즈가 가득한 치즈롤을 하나씩 떼어 먹는 재미에, 오븐을 갓 통과한 따끈한 에멘탈 치즈 퐁듀에 치즈롤을 찍어 먹는 별미까지 더했다. 광고처럼 ‘한 조각 떼어, 찍고, 한 입에 쏙쏙!’ 먹는 것은 퐁듀를 먹는 모습이다.

퍼브 16 월넷 / 쿠키같은 그랑프리 피자 / 탄두리 피자
피자헛은 또 올해 초 피자에 강렬한 소시지 이미지를 부각시킨 신제품 ‘로열크러스트’ 피자를 내놨다. 피자 반죽의 가장자리 부분인 크러스트 속에 천연 양장(羊腸, 양의 창자)으로 만든 독일식 정통 수제 소시지와 모짜렐라 치즈를 넣었다. 마치 왕관과 흡사한 모양의 크러스트를 피클 머스터드 소스에 찍어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치즈 크러스트 피자의 후속타인 ‘소시지 크러스트’다.

파파 존스 피자도 소시지 개념을 강화한 신제품 ‘소시지 센세이션’으로 피자의 퓨전 바람에 가세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출시된 이 피자는 소시지 세블락, 핫쵸리죠, 이탈리안 소시지의 토핑이 풍성하게 들어가 매콤하면서 풍부한 질감을 느낄 수 있다.

또 파파존스는 시금치를 이용한 ‘스피니치 알프레도’ 피자도 선보였다. 업계에서 처음 시금치를 사용한 웰빙형 피자다.

피자에땅이 내놓은 탄두리 피자도 최근 트렌드인 인도풍 치킨요리를 토핑으로 접목한 제품이다. 인도 음식에 주로 쓰이는 흙으로 만든 화덕 탄두르에 숯불로 구워 만드는 요리 방식처럼 기름기를 제거해 맛이 담백한 데다 얇고 바삭한 도우가 특징이다. 특유의 스파이시한 맛과 매콤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이처럼 피자가 ‘피자답지 않게’ 변하고 있는 것은 도우와 토핑에서의 변화가 한계에 다다랐다고 보기 때문이다. 밀가루 반죽과 그 위에 얹는 재료들의 차별화만으로는 새로운 것을 찾아내기 어렵다 보니 다른 음식의 영역으로 진출하는 것이다.

퓨전 피자에 대해 업계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새로운 차원의 ‘맛의 창조’로 보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정도를 벗어난 ‘맛의 일탈’이 아니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그 때문인지 일부에서는 굳이 피자의 본래 형태를 버리기보다는 웰빙 개념을 강화해 질을 고급화하는 경향도 두드러지고 있다. 토종 피자 브랜드인 빨간모자는 상대적으로 프리미엄급 재료들을 사용하는 고품격의 웰빙 피자를 내놓고 있다.

부드러운 맛과 향의 프랑스산 까망베르치즈와 감촉이 부드러운 고르곤졸라 치즈를 사용한 최고급 프리미엄 피자인 ‘까망앤 블루’피자는 호두와 밤의 고소함과 벌꿀의 달콤함까지 곁들였다.

피자에땅은 이탈리안 블루치즈인 고르곤졸라 치즈를 이용하여 만든 곤졸라피자를 선보였는데 기존 치즈보다 더욱 풍부하고 깊은 맛과 염도를 느끼게 했다.

도미노피자 또한 부드럽고 신선한 생 모짜렐라 치즈의 풍부한 맛을 강조한 치즈볼 피자를 출시했다. 상큼한 생토마토, 고소한 생양송이와 찰떡궁합을 이룬다.

트랜스지방 함유 논란으로 영향을 받고 있는 피자업계. 고객의 발길을 잡기위한 업계의 피자 변신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박원식 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