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 우려오 국제 금융시장 충격… 中·日에 이어 세 번째 악재21일 美 공개시장위원회에 촉각… 금리인하 단행땐 증시 호재로 작용할 수도

뉴욕증권거래소의 한 딜러가 주가가 폭락하자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시황판을 쳐다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올해 들어 우리나라 증시는 오히려 국내 요인들보다는 국외 요인들에 의하여 더 큰 영향을 받았다. 우선은 중국 증시의 하락세가 우리 증시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지난 2월, 중국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하자 우리나라 주가도 덩달아 조정과정을 겪은 바 있다. 하지만 중국 증시가 거품 논란으로 인하여 하락하면 하락할수록 거기서 빠져나온 자금이 우리나라 증시에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인하여 소위 ‘차이나 쇼크’를 극복하고 코스피지수가 1,471이라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기쁨도 잠시. 이번에는 일본이 앞을 가로막고 나섰다. 엔 캐리 자금이 청산될 우려가 크다는 인식으로 인하여 세계 증시가 다시 추락하면서 한국 역시 글로벌 증시의 하락 분위기를 피해가지 못하였다.

우리나라의 주가도 한동안 하락하며, 조정과정을 거치기도 하였다. 그러나 다른 나라의 증시와는 달리 우리나라의 주가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 있다는 가격 메리트가 작용하여, 충격을 이겨낼 수 있었다.

결국,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 증시와 비교할 때 차이나 쇼크와 엔 캐리 자금 청산 우려 등의 악재에서 쉽사리 회복될 수 있었고, 상승폭도 상대적으로 높아서 이번에야말로 안정적인 상승장세가 꽤 오랜 기간 이어질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지난주, 다시금 불거진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 우려로 인하여 세계 증시가 하락하자 이번에도 또 코스피지수는 덩달아 주저앉고 말았다.

통상 ‘삼 세 번’이라고 말하지만 최근 우리나라 증시뿐만 아니라 글로벌 증시를 충격에 빠뜨리고 있는 악재는 중국의 주가 급락,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 청산 가능성, 그리고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 우려감의 세 가지로 요약된다.

뉴욕거래소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 우려로 글로벌 증시가 폭락했다.
우리 증시는 두 가지의 악재는 나름대로 극복하였다고 주장하여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아직 하나가 더 남아 있다. 특히 이번에 부각되고 있는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비롯되는 금융 위기, 경기침체 우려감 등은 중국이나 일본발(發) 악재와는 그 강도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것이다. 과연 이번에도 우리 증시가 삼 세 번째로 맞는 글로벌 악재의 영향을 극복할 수 있을까?

연체율·저당권 압류 4년 만에 최고치

서브 프라임 모기지는 신용도가 낮거나 처음 대출받는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부동산 대출을 말한다. 이 상품은 신용도가 우수한 사람에게 제공되는 프라임론에 비해 금리가 최소 2~3%포인트 높다. 금리가 높지만 최근 2년 사이 전체 모기지 대출에서 서브 프라임 모기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 이상에 이를 정도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대출을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소득이나 자산 증빙서를 제출할 필요 없이 간단한 서류만으로 손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어 좋고, 모기지 업체의 입장에서는 높은 금리로 대출할 수 있기에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에는 다소 높은 금리일지라도 여하간 대출을 받아 집을 사놓기만 하면 집값이 올랐으니 별 문제가 없었다. 집값이 오른 만큼 담보가치가 늘어났으니 기존의 대출을 좋은 조건으로 바꾸거나 혹은 그 집을 팔아 대출을 상환하는 것이 가능하였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하락 국면을 맞은데다 금융기관이 부동산 대출 심사를 엄격하게 하면서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기존의 대출이 만기는 되었고, 집값은 떨어졌고, 대출을 상환하거나 새롭게 연장할 수도 없으니 대출이 연체가 되고 급기야 담보로 맡긴 집을 고스란히 빼앗기는 사태로 내몰린 것이다.

미국 모기지 은행협회(MBA)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서브 프라임 모기지 대출의 연체율이 13.33%를 기록하여 4년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또한 서브 프라임 모기지에 대한 저당권 압류는 지난 3분기 2.19%로 역시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민간 연구기관이 600만 개 이상의 모기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과거 2년 사이에 취급된 서브 프라임 모기지 가운데 5개 중 1개의 비율로 결국 담보로 맡긴 주택이 차압될 것으로 예측되었다.

상황이 꽤 심각한 정도에 이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아울러 대출금을 제때에 회수하지 못한 모기지 업체들의 경영도 이미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경우, 벌써 20개 이상의 모기지 대출을 취급하는 업체들이 문을 닫았으며 올해 들어서도 업계 2위인 뉴 센추리 파이낸셜이 파산설에 시달렸고, 또한 샌디에이고 소재 업계 15위 업체인 어크레디티이드 홈 렌더스가 1억9,000만 달러 규모의 마진콜로 인해 자금난을 겪고 있다고 스스로 밝히면서 하루에만 주가가 65%나 폭락하는 등 여기저기서 경고등이 들어오고 있었다. 부동산을 담보로 한 대출이 부실화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는 징후가 여러 곳에서, 진작부터 감지되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주식시장을 비롯한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지 않았던 것은 모기지 부실에 따른 주택시장 둔화가 경기 침체로 연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2위의 모기지 업체인 뉴 센추리 파이낸셜이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증시에서 퇴출되고, 미국 모기지 협회에서 작년 4분기 모기지 연체율이 급증했다고 발표하자 시장은 더 이상 막연한 낙관론에 기댈 수만은 없게 되었던 것이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금융권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뉴욕 증시의 폭락세를 유발했고 그것이 글로벌 증시의 하락세를 촉발하였다.

시장 "단기 충격에 그칠 것"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될까? 물론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 상황이 자칫 더 나빠질 수도 있다. 예컨대 미국 1위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업체마저 손을 든다거나 하는 지경에 이른다면 미국의 금융 시스템이 크게 흔들리는 사태로 전개될 수도 있을 터. 부동산 경기 경착륙, 금융시스템 마비 등의 상황도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보다 사정이 더 나빠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왜냐하면 미국의 금리가 더 이상 올라갈 공산이 낮기 때문이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의 연체가 많아진 것도 따지고 보면 대출자들이 고금리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이유의 하나인데, 현 수준에서 금리가 더 오르지 않는다면 부실 대출이 갑자기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금융시장에서는 3월 21일에 열릴 미국 중앙은행의 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문제가 불거져 있는 상황이기에 만일 이번 공개시장위원회에서 미국의 금리를 인하하기라도 한다면 그것은 주식 시장에 호재로 작용하리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과거 1998년, 롱텀 캐피탈 매니지먼트라는 대형 헤지펀드의 파산으로 미국의 금융 시스템에 위기감이 닥쳤을 때, 당시 미 중앙은행은 즉각적인 유동성 공급으로 위기를 극복한 바 있기도 하다. 그러니 이번에도 금리인하 같은 조치가 기대되기도 하는 것이다.

물론 서브 프라임 모기지 문제가 일거에 해결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가계 대출과 관련된 일이므로 해결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고, 결국 앞으로도 두고두고 시장에 잠복하면서 잠재적인 악재로 작용하고 심리적으로 시장을 압박할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은행의 분석처럼 지난 2002년 엔론 사태 때에도 부실규모가 굉장히 컸지만 미국 경기에 미치는 파장은 크지 않았듯이, 미국 금융 시스템의 전체적인 건전성을 신뢰한다면 이번 일도 역시 단기 충격으로 그칠 공산이 높다는 것이 시장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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