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는 '거대한 입소문 마케팅의 엔진' 비즈니스의 툴로 확산

블로그(Blog)는 ‘웹(Web)에 기록한다(Log)’는 의미로 생겨난 말이다. ‘인터넷 일기장’으로 이해해도 좋을 것 같다. 이 블로그가 지금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면서 급기야 ‘웹의 다음세대’라는 뜻의 ‘웹2.0’을 탄생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단순한 구조와 쉬운 사용법 등에 힘입어 1인미디어의 대표주자로 자리잡은 블로그가 이제 기업의 마케팅 툴로 주목받고 있다. 거대한 ‘1인미디어 네트워크’를 구축해가고 있는 블로그 세상을 외면해서는 비즈니스를 생각할 수 없는 세상이 된 것. 오히려 블로그 세상에서 ‘왕따’를 당하는 기업은 생존의 위협까지 감수해야 할 판인지도 모른다.

기업의 CEO들이 직접 블로그를 개설해 고객과의 1대1 커뮤니케이션에 나서고 있고, 엔지니어, 마케터, 홍보 담당자들도 자신의 영역에서 블로그를 개설해 블로거들과 소통하고 있다. 아예 기업 공식 블로그를 운영하는 경우도 확산되고 있다. 바야흐로 블로그가 기업들의 필수 마케팅 채널로 자리잡는 시대가 눈앞에 다가온 느낌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은 외국의 사례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글로벌 기업의 한국 현지지사들이 조금씩 블로그 마케팅을 시작하고 나섰고, 국내 ‘젊은’ 기업들은 기업 블로그를 필수적으로 개설하는 분위기다. 블로그 마케팅의 바람이 서서히 국내에서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위기관리도 이제 블로그로 한다

미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지난 2월이니까 아주 최근이다. 블로그에 대한 미국 기업의 인식을 엿볼 수 있는 사례다.

중저가 브랜드로 7년째 고속성장을 해 온 미국의 항공사 제트블루(JetBlue)의 CEO 데이비드 닐레만(David Neeleman)은 2월 22일 자사가 운영하는 블로그에 ‘제트블루 고객들에게’ 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너무 죄송하고, 부끄럽다(We are sorry and embarrassed. But most of all, we are deeply sorry.)’는 말로 시작된 이 글은 바로 일주일 전인 2월14일 폭설로 인해 비행기 결항사태가 발생해 고객들이 불편을 겪은 일에 대한 사과의 글이었다.

닐레만은 이에 앞서 2월 19일, 사과의 방송까지 내보냈다. TV화면 앞에서 침통한 표정으로 사과문을 낭독하는 의례적인 방식이 아니었다. 사과 내용을 담은 동영상을 제작해 UCC 사이트 유투브에 올렸던 것이다.

닐레만은 블로거나 블로고스피어와의 네트워크를 통해 고객과의 직접 대화를 선택했다. 홍보나 마케팅 차원의 블로그를 넘어 위기관리의 채널로까지 활용하는 앞선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이 같은 행동과 자세는 순식간에 블로고스피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음은 물론이다.

"언론사보다 내 블로그 독자가 더 많다"

닐레만은 열성적인 블로거는 아니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파워블로거로 거듭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열성적인 CEO 블로거로는 미국의 유명 IT 테크놀로지 기업인 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조나단 슈워츠를 첫손에 꼽을 만하다. 슈워츠는 2004년 CEO로 부임하자마자 자신의 블로그(http://blogs.sun.com/jonathan/)를 개설해 지금은 다국어 버전으로 운영하고 있을 정도다.

“개발자들과 접촉하기 위해 <리눅스월드>에 광고해야 할까요? 제 블로그를 읽는 사람들이 <리눅스월드> 독자 수보다 많은데…”

유명 전문잡지에 광고를 해보는 것은 어떻겠느냐는 질문에 슈워츠가 답한 얘기다. 자신들의 제1 고객인 개발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충분하다는 자신감이다.

그는 자사의 신제품이나 기술, 다른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 등에 대해 자신의 블로그 독자들에게 자세히 설명하는 글들을 블로그에 꾸준히 올려놓는다. 세세한 자신의 동정도 동영상으로 제작해 올리기까지 하는 열성파다. 이 같은 CEO의 열성 덕분에 썬마이크로시스템즈는 CEO 블로그가 개설된 뒤 1년 후, 3만2,000명의 직원들이 블로그를 운영하는 거대한 블로그 기업으로 변신했다. 잊혀져가던 썬은 이를 계기로 다시 IT업계에서 주목을 받는 기업이 됐다.

거대한 '입소문 엔진' 블로그 네트워크

제트블루나 썬마이크로시스템즈뿐 아니라 미국의 거대 기업들은 속속 블로그 마케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악의 제국’이란 이미지를 씻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가 선택한 것도 블로그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공식 기업 블로그 ‘채널나인(channel9.msdn.com)'은 마이크로소프트 내의 소소한 일상까지 비디오로 촬영해 공개하고 있다. 이밖에 많은 직원들이 개인적으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악마의 소굴’이 아니라 ‘인간들이 살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수단으로서 마이크로소프트는 블로그를 선택했고, 내부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만 몇 개 뽑아봤다. 미국 기업들은 블로그를 고객과의 직접 대면을 하는 대화 채널로 적극 활용하고 있고, 이 같은 블로그 마케팅에 관심을 갖는 기업들은 점차 늘고 있다.

블로그 포털 테크노라티(Technorati)에 따르면 블로그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5,500만 개 정도가 개설돼 있다. 퓨 리서치(Pew Research)는 미국의 인터넷 사용자 4분의 1이 매일 블로그를 읽는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이 수치는 물론 점차 증가하고 있다.

블로그는 기본적으로 네트워크 지향적이다. 개인만의 폐쇄적인 비밀공간이 아니라, 다른 블로거와의 소통을 전제로 개설되고 운영되는 미디어다. 기업들에게 이러한 블로그의 속성은 ‘거대한 입소문 마케팅의 엔진’인 셈이다. 기업들이 이를 놓칠 리 없다.

얼마 전 한국HP는 신제품 발표를 위한 기자간담회 자리 이후 블로거만을 대상으로 한 블로거 간담회를 진행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도 기업블로그 개설을 적극 검토하고 있으며, 한국어도비시스템즈는 기업블로그 운영을 시작했다.

웹2.0을 슬로건으로 내건 국내 주요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은 기업블로그를 개설해 운영하는 게 필수가 됐다.

국내에서도 기업 블로그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김상범 블로터닷넷 대표블로터 ssanba@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