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본격화KTF 1일부터 전국 서비스 돌입, 2세대 선두 SKT 대책 마련 부심이동통신 시장 판도에 변화조짐, 콘텐츠·서비스 차별화가 관건

‘세상에 없던, 세상이 기다리는 쇼를 하라!’

요즘 생활 주변 곳곳에서 TV광고나 가두홍보 등을 통해 자주 접하게 되는 문구다. 바쁜 일상 속에서 다소 무뎌진 현대인의 말초적 호기심을 건드리는 이 자극적 구호는 뭘까.

바로 KTF가 3월 1일부터 전국 서비스를 시작한 3세대(3G) 이동통신 서비스 브랜드 ‘쇼(SHOW)’의 광고 홍보 캠페인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카피다.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의 기술적 명칭은 HSDPA(고속하향패킷접속방식)이다.

KTF 조영주 사장은 3세대 이동통신 전국 서비스 개막 즈음에 “3월 1일은 1896년 우리나라에 자석식 전화기가 처음 도입된 이후 110여 년간 지속된 듣고 말하는 음성통화 시대가 막을 내리고, 전국 어디서나 보고 즐기는 영상통화 시대가 열리는 커뮤니케이션 혁명일로 기록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KTF의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는 단일국가 시장 전역을 커버하는 전국 서비스로는 세계 최초다. 때문에 KTF는 영상통화를 핵심으로 하는 3세대 이동통신의 주도권을 쥐는 동시에 전체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서 패권을 노리고 있다.

1996년 한국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2세대(2G) 이동통신(CDMA, 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 시장에서는 SK텔레콤이 줄곧 1위 자리를 차지했지만 3세대 이동통신을 계기로 그 구도를 깨겠다는 야심이다. 지난해 말 기준 2세대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은 SK텔레콤 50.4%, KTF 32.1%, LG텔레콤 17.4%로 SK텔레콤이 시장의 절반을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KTF는 3세대 시장에서는 초창기부터 기선제압을 통해 패권을 틀어쥔다는 복안이다. 올해 3세대 이동통신 가입자 예상치는 최대 500만 명. KTF는 이 가운데 270만 명을 확보해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2세대가 주류인 이동통신 시장은 2010~2012년께 90% 이상 3세대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때 가면 이동통신 시장은 완전히 세대교체가 이루어진다. 때문에 KTF는 지금부터 3세대의 고삐를 계속 잡고 나가면 3~5년 내에 이동통신 시장에서 1등 깃발을 꽂을 수 있을 것으로 계산한다.

3세대 이동통신 전국 서비스에서 한 발 뒤진 SK텔레콤은 KTF의 정면 도발을 애써 무시하는 듯한 대응을 취하고 있다. 우선 김신배 사장이 직접 ‘김빼기’에 나섰다.

김 사장은 지난 13일 서울과학종합대학원 CEO클럽 월례 조찬회에서 “SK텔레콤은 HSDPA와 비슷한 EV-DO 방식의 3세대 서비스 가입자 1,100만 명을 확보하고 있다”며 “우리가 이미 3세대 서비스에서 1위 업체”라고 애써 강조했다. EV-DO는 최대 2.54Mbps의 데이터 전송속도를 가진 동기식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를 가리키는 말로 국내 이동통신 회사들도 몇 년 전부터 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V-DO가 3세대 이동통신 기술의 하나로 국제적인 인정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김 사장의 발언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업계에서는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의 핵심기술이 영상통화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는 그것은 과장됐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EV-DO는 2.5세대 서비스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SK텔레콤의 EV-DO 서비스 가입자는 대략 1,100만 명에 달하지만 그중 영상통화가 가능한 단말기를 구입한 가입자는 겨우 10만 명 선에 불과하다. 이들 모두가 실제로 영상통화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는지도 미지수다.

게다가 데이터 전송속도에서 EV-DO는 최대 2.54Mbps로 HSDPA의 최대 14.4Mbps에 크게 뒤진다. 이 때문에 HSDPA는 3.5세대 이동통신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이와 관련, KTF 관계자는 “이동통신 서비스의 세대 구분에서 핵심적인 기준은 데이터 전송 속도”라며 “HSDPA는 EV-DO보다 훨씬 진보한 기술이라는 점에서 같은 서비스로 묶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SK텔레콤은 전국 서비스 개시는 늦었지만 HSDPA 서비스를 지난해 5월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는 점에서 위안을 삼는다. SK텔레콤은 지난해 84개 도시에서 HSDPA 서비스를 실시했다. 그러나 시작은 SK텔레콤이 먼저 했을지 몰라도 전국 서비스는 KTF에 뒤져 있다.

3세대 이동통신 시장의 향후 전망에 대해서도 SK텔레콤은 KTF와 적잖이 견해가 엇갈린다. KTF가 ‘쇼’ 서비스의 확산에 전력투구를 하며 3세대 시장의 성장을 낙관하는 것과는 분명히 온도차가 느껴진다.

SK텔레콤 관계자는 “3세대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려면 소비자들에게 확실하게 어필하는 차별화된 서비스가 제공돼야 하는데 그 점에서 아직 유인책이 부족하기 때문에 시장 전망은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당초 3세대 이동통신의 ‘킬러 애플리케이션’으로 지목된 영상통화가 소비자들의 적극적 구매 동기를 유발하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10만 명이 단말기를 구입하고 서비스 지역도 한정된 자체 EV-DO 영상통화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미지근했다는 점을 바탕으로 한 분석이다. 당연히 시장 분석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까닭에 SK텔레콤은 좀더 시장 반응을 점검해 가면서 3세대 이동통신 전략을 탄력적으로 꾸려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미 기술은 어느 정도 확보된 이상 고객 니즈 파악과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이 성패의 관건이라는 판단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SK텔레콤의 행보에 대해 이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2세대 시장을 좀 더 유지시키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평가한다. 안정적인 수익이 확보되는 기존 시장을 제 발로 차고 딴 시장을 먼저 개척할 필요는 없다는 것.

하지만 SK텔레콤은 내부적으로는 3세대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KTF의 공세에 대한 역공 차원에서 당초 5월로 예정됐던 전국 서비스 개시를 3월 말로 부랴부랴 앞당겼고 자사의 HSDPA 서비스 브랜드인 ‘3G+’를 알리기 위한 대대적 마케팅 활동에도 맞불을 놓았다.

두 회사 간 요금 전쟁도 이미 시작됐다. KTF가 ‘쇼’ 서비스의 영상통화 요금을 10초당 36원으로 책정하자 SK텔레콤 역시 기존 HSDPA 서비스의 영상통화 요금을 그보다 낮은 10초당 30원의 가격으로 뒤늦게 대응했다. 3세대 서비스용 단말기 보조금을 무기로 한 가입자 유치 경쟁도 한층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의 ‘가격 전쟁’이 가열될수록 소비자들은 싼 비용으로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어 3세대 이동통신 시장의 조기 확대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재판매’ 시장이 3세대 시장 판도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재판매는 다른 통신사업자가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자를 대신 모아주고 일정 수수료를 갖도록 하는 제도로 선진국 시장에서는 크게 활성화돼 있다.

KTF는 모기업인 KT의 거대 유통망을 통한 재판매가 3세대 시장 확대와 주도권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올해 가입자 목표치인 270만 명에도 KT를 통한 판매량이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별다른 원군이 없는 SK텔레콤과 LG텔레콤은 재판매가 통신시장 질서를 어지럽힌다며 딴죽을 걸고 있다. 하지만 재판매는 2세대 시장에서도 인정돼온 제도이므로 3세대 시장에서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3세대 이동통신 시장의 본격 개화를 좌우할 요소가 콘텐츠와 서비스의 차별화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SK텔레콤이 2세대 이동통신 시장에서 선착의 효과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손쉽게 1등을 차지할 수 있었듯이 3세대 이동통신 경쟁도 결국에는 누가 먼저 시장을 주도하느냐의 싸움으로 귀결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KTF와 SK텔레콤의 사활을 건 마케팅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그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3세대 이동통신, 어떤 서비스를 즐길 수 있나

KTF에 따르면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쇼'는 기존 CDMA 방식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통화자들이 서로 얼굴을 보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영상통화는 물론 다자간 영상통화, 영상채팅, 영상라이브방송, 웹투폰 영상전화 등 다양한 영상서비스가 우선 눈길을 끈다.

뿐만 아니라 동영상, 음악, 멀티미디어 메시지 등의 고품질 서비스가 가능해졌고 교통, 보안, 멤버십, 신용카드, 위치기반검색 서비스 등 생활밀착형 서비스도 제공한다.

국내에서 사용하는 휴대폰을 해외에서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글로벌 자동로밍 서비스도 큰 장점이다. 현재 자동로밍 서비스는 유럽, 일본 등 세계 50여개국에서 가능한데 오는 6월까지 100여개국으로 서비스 지역이 대폭 확대된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