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보호·정보 공유 '일석이조''개방·공유·참여' 표방하는 웹2.0시대. 비영리목적 개인에 정보사용 허용

저작권은 기본적으로 창작자가 보유하는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권리다. 창작자들에게 이러한 권리를 보장해준 것은 창작의지를 고취시키려는 의도다. 어렵게 만들어 낸 창작물을 누구나 허락없이 마구 가져다 사용할 수 있다면, 누가 창작을 하려 하겠는가.

하지만 저작권은 공유를 통한 사회적 재창조를 가로막는다는 비판에 늘 시달려왔다. 새로운 기술의 등장으로 복제가 쉬워지면서 저작권은 더욱 강화돼 왔고, 이는 ‘저작권의 남용’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지나친 저작권 보호는 사회 전체적으로는 큰 손해를 불러 온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양쪽의 주장은 저작권 탄생 이후 지금까지 평행선을 그리며 달려왔다. 그리고, 마침내 ‘개방, 공유, 참여’라는 정신을 앞세운 웹2.0 시대가 펼쳐지면서 또 한번 대대적인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

인터넷은 저작권자들이 보기엔 ‘저작권의 무풍지대’다. 누구나 저작물을 손쉽게 복제하고 전송할 수 있는 무방비 상태의 플랫폼으로 여겨진다.

저작권자들은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의 등장과 확산에 속수무책이었다. 저작권 침해 상대가 수십만, 수백만 명에 이르는 상황에 어찌 손 써볼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저작권자들은 ‘한 놈’을 지목하기 시작했다.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를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다. 냅스터, 벅스, 소리바다 등 음악파일 공유 사이트들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저작권자들의 철퇴에 시나브로 무너졌다.

하지만 기술은 늘 법을 앞서간다. 무너뜨리면 또 다시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하고, 이를 꺾으면 다시 또 다른 대안 기술과 서비스가 나타난다. 결정적으로 웹2.0의 등장은 저작권자들의 불타는 가슴에 기름을 부었다.

이율배반적인 화두 아우르는 '묘안'

웹2.0은 ‘개방, 공유, 참여’의 정신을 모토로 확산되고 있는 거대한 변화의 흐름이다. ‘집단지성의 파워’, ‘경이로운 1인미디어 세상’이라는 찬사 속에 세계를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UCC와 블로그의 열풍은 웹2.0의 구체적인 실체다.

저작권자들의 공격은 시작됐다. 이미 웹2.0의 대명사 구글, 유튜브 등은 언론사들로부터 저작권 침해 소송에 직면했고 국내에서도 언론사를 중심으로 저작권 강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하지만 개방과 공유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 정신’이 돼 버렸다. 웹2.0이 출현하기 앞서 전 세계 개발자들은 배타적인 독점권을 거부하고 개방, 공유, 참여의 정신으로 모두가 공유하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이제 소프트웨어 거대기업 마이크로소프트의 최대 경쟁자로 부상했다.

수백만, 수천만 명에 이르는 UCC 제작자 및 블로거들은 1인 미디어의 꽃으로 불리며 확산되고 있다. 이들을 대상으로 저작권 전쟁을 벌인다는 것은 무모한 일처럼 보인다.

그럼 어찌할 것인가. 실제 UCC의 상당 부분이 저작권 침해 소지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어찌할 도리가 없으니, 저작권을 포기하라고 할 것인가. 정보공유 시대에 저작권은 이제 폐기돼야 한다는 급진적인 주장도 있지만, 섣불리 저작권을 폐기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그렇게 될 리도 만무하지만.

그렇다면, 저작권을 보호하면서도 정보 공유라는 시대정신을 거스르지 않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방법은 없을까. 이율배반적인 이 두 가지 화두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묘안’이라며 등장한 새로운 저작권이 있다. 바로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CCL, Creative Commons Liscense)'다. 우리말로 풀면 ‘창조적 공유 저작권’쯤 될 것 같다.

전통적인 저작권은 ‘All Rights Reserved'다. 웬만한 홈페이지를 방문해도 맨 아래 이 작은 문구는 빠짐없이 들어가 있다. 모든 권리는 나에게 있다. 절대 허락없이 사용하지 말라는 뜻이다.

CCL의 기본 컨셉은 ‘Some Rights Reserved'다. 저작권 가운데 일부만 권리를 주장한다는 의미다. 그 일부의 구체적인 내용은 저작권자가 임의로 부여할 수 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형태는 이런 것이다.

“개인이 비영리 목적으로 사용한다면 맘대로 써도 좋다. 단, 저작권자가 누구라는 것은 반드시 밝혀야 한다. 또 영리 목적으로 사용할 생각이라면 반드시 허락을 받아라.”

CCL은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라이선스다. ‘절대 불가’를 주장한다 한들, 인터넷 사용자 전체를 대상으로 저작권 침해를 감시, 감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개인들에게는 ‘공유의 정신’에 맞춰 사용한다는 전제로 사용을 허락하되, 영리적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개인이나 기업에게는 대가를 요구하겠다는 얘기다. 시대 정신에 부응하면서도 권리는 보호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저작권인 셈이다.

웹2.0 시대에 맞는 찰떡궁합 저작권이라는 평가가 나올 만하다.

웹2.0확산과 함께 최근들어 주목

CCL은 2001년 미국 스탠퍼드대학 로렌스 레식 교수가 주도해 만들었다. 크리에이티브커먼즈라는 세계적인 조직도 꾸려졌다. 벌써 등장한 지7년이나 된 저작권이지만, 웹2.0의 확산과 함께 이제야 점차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에는 2005년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Creative Commons Korea, www.creativecommons.or.kr)가 설립되면서 첫선을 보였다. 한국정보법학회 주도로 도입됐으며 현재 윤종수 서울북부지방법원 판사가 프로젝트 리더로서 CCL 보급에 나서고 있다.

아직은 미약한 조직이고 CCL에 대한 일반의 인식도 부족하지만, 국내에서도 조금씩 CCL을 도입하는 곳이 늘고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세대재단이 공동 지원하는 청소년 미디어 지원사업 '유스보이스(youthvoice.daum.net)'는 공식사이트 전체에 '원저작자 표시-비영리' 조건의 CCL 2.0을 적용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3월7일 '아이템 팩토리(http://item2.naver.com/TopMain.nhn)' 정식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이용자가 직접 만든 블로그 스킨에 CCL을 도입해 스킨 제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면서 이용자가 안전하고 자유롭게 스킨을 공유.배포할 수 있도록 했다.

1인 미디어의 뉴스공동체를 표방하며 지난해 9월 서비스를 시작한 블로터닷넷(www.bloter.net)은 언론사 가운데 처음으로 CCL을 도입했다.

‘웹2.0 시대의 저작권’이라는 평가 속에 주목을 받고 있는 CCL. CCL 보급의 전진기지인 크리에이티브커먼즈코리아가 3월21일 설립 2돌을 맞았다. 그리고 올해 CCL 보급 확대를 위한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4월에는 플래시와 미디어아트를 결합한 온라인 공동창작 프로젝트 'Code Can Be an Art'를 개최할 예정이며 국내 환경에 맞는 CCL 3.0 버전도 그때쯤 내놓을 계획이다. 웹사이트 개편도 추진 중이며 CCL을 더욱 널리 알리고 CC코리아의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별도의 커뮤니티와 기술지원 개발자 모임도 준비하고 있다.


김상범 블로터닷넷 대표블로터 ssanba@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