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만 보고 무작정 따라하기보다는 안정성 고려한 투자계획이 바람직

돈 모으기 방법을 소개한 책들. 재테크는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흥수 기자
“올해는 베트남과 중국펀드가 유망하다더라.”

“그것보다는 경기가 살아난 일본펀드가 대세라던데….”

“땅덩어리가 좁은 한국에서는 뭐니뭐니해도 부동산 투자가 최고지.”

요즘 자녀 학자금과 노후자금 마련이 중요해지면서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날로 커지고 있다. 금융기관이나 백화점 문화센터, 지자체 등에서 주관하는 재테크 공개강좌에는 아줌마들로 넘쳐난다.

예전엔 은행에 저축만 하면 저절로 돈 관리가 다 되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저금리 시대가 정착되면서 이제는 수익률을 조금이라도 더 높여주는 재테크 요령을 터득하기 위해 모두가 안간힘이다.

이제야 우리나라 아줌마들도 선진국처럼 나름대로 목표와 목적을 가지고 계획적으로 돈을 모아야 할 필요성에 눈을 뜬 듯하다. 만시지탄이지만 바람직한 현상이다.

다행히 각종 재테크 강좌나 인터넷, 신문, 금융전문가들이 쓴 책 등을 통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재테크 고수들이 전해주는 비법을 그대로 모방만 해도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목표한 수익률을 올렸다는 사람이 드물다.

오히려, 거시적 원론에는 정통하지만 미시적 각론에서 계획을 잘못 세우거나 판단을 그릇쳐 큰 손실을 봤다는 개미 아줌마들이 수두룩하다.

재테크 강좌에도 열성적으로 참여하는데도 왜 그럴까. 어디에서 문제가 있을까.

이유는 대부분의 아줌마들이 내 몸에 맞는 재테크 옷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남들이 다 좋다고 하니까, 그리고 유행하고 있는 옷이니까 그냥 따라 입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 놓고는 정작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 재테크 상품에 문제가 있다고 불평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 당신에게 옷을 공짜로 준다고 가정해보자. 조건은 두 가지 의류 중 한 가지만 고를 수 있다. 당신이라면 어떤 옷을 고르겠는가.

당연히 십중팔구는 비싼 드레스를 고를 것이다. 그러나 당신이 그 옷을 입고 당장 마라톤을 뛰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면 그것이 올바른 선택이었을까. 마라톤과 드레스, 이것은 황당한 조합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는 비싸지 않고 볼품은 없더라도 드레스 대신 운동복을 골라야 최적일 것이다.

재테크도 마찬가지다. 고수익률만을 좇아, 또는 남들이 선호하는 상품만을 골라 무작정 묻지마 투자를 하면 때로는 큰 손실을 볼 것이다. 물론 재테크강좌에서 배운 금융 정보들이 쓸모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내게 맞는 정보를 취사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아줌마들이 백화점이나 시장에서 자신에게 맞는 옷을 고르기 위해 발품을 팔 듯이 ‘내게 맞는 재테크’를 찾기 위해 시간과 땀을 투자해야 한다. 기성복이 내 몸에 맞지 않는다면 때로는 맞춤복을 사서 입을 수도 있다.

남들에게 잘 어울리는 재태크가 내 성격이나 자금 여건에 맞지 않는다면 내게 맞게 디자인된 맞춤 재테크를 구해야 한다. 혼자 힘으로 불가능하다면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할 필요가 있다. 이때 3가지 원칙을 명심하자.

1. 유행에는 민감하되 무작정 따라하지는 마라

진정한 멋쟁이 아줌마들은 결코 유행과 크게 동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무조건 유행을 좇아가지도 않는다. 유행의 큰 흐름 속에서 조화롭지만 남들과 차별화된 자신의 패션을 연출할 줄 아는 사람이 바로 멋쟁이들이다.

재테크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요즘 아줌마들은 재테크 하면 펀드 상품을 먼저 떠올린다. 지난해에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죽쑤고 있을 때도 해외펀드 상품은 높은 수익률을 올렸기 때문이다.

물론 펀드 투자가 바람직하지 않은 재테크는 아니지만 만약 당신이 6개월 뒤에 써야 할 돈을 한시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면 펀드는 피하는 것이 좋다.

자신이 처한 상황과 목적에 맞춰 돈을 굴려야 하는 것이 성공 재테크의 첫걸음이다.

종잣돈을 마련하려면 수익성보다는 안정성을 우선 고려해야 하고, 이렇게 모은 종잣돈을 더 크게 굴릴 경우에는 좀더 공격적으로 운용해 안정성보다 수익성에 비중을 더 둘 만하다.

2. 유니폼을 입고 튀기를 바라는가?

운동 경기에서 유니폼을 입고 펼치는 단체전의 경우 승부를 공유하기 때문에 나만 크게 낭패보거나 돋보이는 일은 적다. 우리도 그동안 스포츠팀 선수들이나 치어리더들처럼 똑같은 옷을 차려 입고 재테크라는 경기에 임했던 것은 아닐까. 그러나 엄연히 재테크는 긴 시간에 걸쳐 벌이는 개인전이다.

남이 이득을 올렸으면 누군가는 손해를 볼 수 있는 게임이다. 개인전이라 하더라도 코치가 있어야 하고 감독도 필요하다. 하지만 다른 선수들과 같은 옷을 입고, 같은 기술을 구사하고서는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기란 쉽지 않다.

아래의 그림은 지난해 우리나라의 자산구성비를 나타낸 통계자료이다.

예전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선호한 재테크 투자 대상 1위는 단연 부동산이었다. 너도나도 땅과 재건축 아파트 등에 투자해 최근 몇 년 동안 급등의 단맛을 보았다.

며칠 전에는 인천 송도 오피스텔 분양에 수천 명이 몰려 청약 접수 현장이 아수라장이 되었다. 아직까지도 부동산 투기 광풍은 여전하다. 하지만 과연 앞으로도 그럴까.

도를 넘는 부동산 버블에 대한 우려가 팽배하다. 또한 정부가 쏟아낸 각종 고강도 부동산 안정대책 때문에 올 들어 강남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게다가 금리 불안과 잇단 규제, 저출산 영향 등을 고려한다면 과거와 같은 급상승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도 당분간 하락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앞으론는 부동산만 편애해 남들과 똑같이 투자해서는 남들보다 더 나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천편일률적인 유니폼을 벗고 내게 맞는 나만의 무기를 가지고 재테크 전선에서 개인전을 준비할 때다.

최근 전국은행연합회에서 나이에 맞는 금융상품을 추천했다. 20대에는 내 집 마련을 위한 주택청약부금과 목돈마련을 위한 세금우대저축을, 30대에는 자녀 교육자금 마련과 노후 준비를 위한 연금저축을, 40~50대에는 부동산 간접투자와 재산 증식을 위한 적립식펀드를 권장했다.

그러나 평균적으로 안전한 투자를 위해서 그렇다는 얘기지, 달리 보면 또 하나의 유니폼일 수 있다. 내게 맞는 재테크는 그래서 더 절실하다.

3. 재테크도 리폼이 필요하다.

맞춤복을 사기 위해서는 내 몸의 치수를 재고, 재단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때로는 헤진 곳을 수선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듯이 재테크 상품을 고를 때도 내게 맞는 재무 계획을 세워주고 수정해주는 전문가를 내 곁에 둘 필요가 있다.

아줌마들은 옷을 살 때는 이것저것 꼼꼼하게 따지면서도, 재테크 상품을 선택할 때는 주변의 말에 쉽게 현혹되는 경향이 있다. 괜히 까다롭게 굴면 자신의 이미지만 상할까봐 제대로 묻지도 않는다. 나중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수정하자고 요청하는 것을 꺼린다.

이제부터라도 늦지 않았다. 아줌마들도 재테크에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자기 성향에 맞는 재테크 계획을 세우되, 전문가를 찾아가 조언을 받고 검증도 받아야 한다.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얻듯, 용기 있는 아줌마들이 돈을 버는 세상이다.

-. 이화여대 신방과 졸
-. 전 한국국세신문 기자
-. 케이리치(주) 자산운용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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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숙 케이리치 연구원 jhs1164@kric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