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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감 마케팅' 기분좋은 촉감이 고객 지갑을 연다
의류·화장품에서 자동차·IT·생활용품 등으로 폭넓게 확산



서울시내 한 백화점에서 여성고객이 진열된 의류를 만져보고 있다.


거리에서 여성들에게 기능성 화장품을 직접 바르고 느껴볼 수 있게 하는 이벤트를 하고 있다.


완전 터치스크린 방식의 LG전자 프라다폰.

사람들은 의류 매장에서 옷을 고를 때 어떤 판단 과정을 거쳐 구매를 결정할까. 일반적으로 가장 먼저 디자인에 끌리게 되고, 그 다음에는 색상을 살펴본 뒤 마지막으로 옷의 재질을 따질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옷을 구입할 때 마지막 선택의 관문이 옷의 질감이라는 점이다. 아무리 디자인이 근사하고 색상이 화려해도 착용했을 때 피부에 와 닿는 느낌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그 옷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는 말.

수년 전 일본의 한 중소기업이 출시한 ‘모구’라는 브랜드의 인테리어용 쿠션이 2년 만에 700만 개나 팔리는 대히트를 쳐 일본 사회에 큰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모구’ 쿠션은 타사 제품과 비교해 디자인 측면에서 별다른 우월성이 없는 데도 두 배 이상의 고가에도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그 비결은 바로 촉감에 있었다. 이 회사는 ‘기분 좋은 촉감’을 쿠션의 마케팅 전략으로 삼아 타사 제품과 확실한 차별화를 이뤄냈던 것이다.

두 사례는 촉감과 마케팅의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여준다. 옷이든 쿠션이든 모두 사람의 신체와 접촉을 전제로 하는 상품들이다. 이런 상품의 경우 대개 촉감이 소비자의 구매의사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 있다. 때문에 기업들은 최근 마케팅 전략의 기본요소로 촉감의 중요성에 눈뜨기 시작했다.

피부에 바르는 화장품도 촉감 마케팅이 필수적. 제품의 속성상 미용, 피부 보호 등의 본질적 기능 외에도 사용자의 촉감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촉감·기능 체험으로 구매 유도

요즘 화장품 업계는 제품 자체의 품질 향상 못지않게 촉감과 기능을 체험하도록 함으로써 구매를 유도하는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백화점 화장품 코너나 전문 매장에서 고객이 직접 테스트용 샘플을 써보도록 한다거나 메이크업 서비스를 제공해 친숙도를 높이는 것은 이미 보편화된 사례다.

통상 의류, 침구류, 화장품, 유아용품, 여성용 위생용품 등 피부와의 접촉이 잦은 상품군은 비슷한 가격과 품질이라면 보다 나은 촉감을 가진 제품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신상품을 내놓을 때도 주된 광고홍보 전략은 향상된 촉감을 소구점으로 삼는다.

그런데 최근 들어 언뜻 신체접촉과는 별 관계가 없는 것으로 여겨지는 상품군에서도 촉감 마케팅의 활용 빈도가 점점 높아져 눈길을 끌고 있다.

벽지를 대신해 고급 주거시설이나 상업시설의 내부 마감재로 요즘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데코레이션 페인트도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데코레이션 페인트는 보편적으로 많이 쓰이는 단색 위주의 수성 페인트와 달리 다채롭고 독창적인 문양을 표현할 수 있는 데다 부드러운 촉감을 주된 특징으로 한다.

단지 허전한 벽면을 가리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거주자들이 손끝으로도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품질을 업그레이드시킨 것이다.

최근 출시되는 자동차의 내부에서도 촉감 마케팅의 사례를 읽을 수 있다. 전통적으로 자동차는 주행 성능이 품질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지만 현대인들이 자동차 안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운전자 편의성이 그에 못지않은 품질 기준으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럭셔리 세단을 표방하는 고급 차량들은 한결같이 운전자들의 손길이 닿는 각종 장치나 실내 마감재를 촉감 중심으로 개발해 생산하고 있다.

예를 들어 스위치를 작동할 때 독특한 느낌을 경험할 수 있도록 특별한 소재를 적용한 벤츠 ‘뉴 S클래스’나 손가락 근육과 촉감만으로 수백 가지 기능을 조작할 수 있는 BMW의 ‘I-드라이브’ 다이얼 장치 등이다.

현대ㆍ기아자동차가 몇 년 전부터 글로벌 시장에서 품질 경쟁력을 평가받기 시작한 배경에도 촉감을 중시한 생산 전략이 한 축을 이루고 있다. 2004년 기술연구소 산하에 통합상품성 연구그룹을 발족시켜 오디오, 냉난방 장치와 창문 여닫이 버튼, 손잡이 등의 촉감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 온 것.

현대인의 필수품이 된 휴대폰도 최근 기능 경쟁에서 촉감 경쟁으로 전선을 옮기는 양상이다. LG전자는 지난 1월 세계적으로 화제를 불러 모은 일명 ‘프라다폰’을 공개했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프라다와 손을 잡고 내놓은 프라다폰은 숫자와 메뉴 버튼을 포함한 키패드를 없애고 3인치 액정 전체에 터치 스크린 방식을 적용해 사용자의 촉감을 높인 게 최대 특징이다.

감성적 요구 충족시키는 프리미엄 마케팅

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이 휴대폰을 손에 잡았을 때의 느낌을 보다 향상시키는 싸움이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노트북 컴퓨터 등 여타 IT 기기 시장에서도 촉감을 마케팅 요소로 강조하는 제품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최근 촉감 마케팅이 부각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소비자들의 소득 수준이 향상되고 웰빙 풍조가 정착하면서 그들의 눈높이와 감성적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프리미엄 마케팅’의 필요성이 증대한 때문이다. 아울러 기술 발전에 따라 제품 가공 능력이 높아지면서 웬만한 상품에는 모두 촉감 마케팅 전략을 구사할 수 있게 됐다. 촉감 마케팅은 기술 진보의 산물인 셈이다.

촉감 마케팅은 또한 단순한 기능에 만족하지 않고 상품 소비에 자신의 감성을 투영하는 현대 소비자의 특성과도 결부돼 있다. 소비자의 감성 충족이 제품 판매 성패의 관건이 되는 이상, 이제 촉감 마케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돼가고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LG경제연구원 이현정 연구원은 “기업들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일차적 경험인 소비자의 촉감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고객의 신뢰와 애착을 형성해 나가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간의 오감 중에서도 대상을 가장 진실하게, 따뜻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이 촉감이다. 그것을 잡아야 소비자의 마음과 ‘통’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입력시간 : 2007/03/28 16:31




김윤현 기자 uny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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