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견한 시청률 1%… 공중파에 '잽'차별화한 소재·형식으로 자체 프로그램 제작, 성공 가능성 보여줘

오렌지 카운티의 주부들
“향후 5년간 1,500억원을 쏟아붓겠다.”(CJ미디어의 tvN)

“콘텐츠 구매 및 제작에 연간 250억원을 투입하겠다”(온미디어의 스토리온)

케이블TV(CATV)업계의 양대 강자인 CJ와 오리온의 공중파 방송 도전은 어디까지 가능할까. 지난해 CJ미디어가 개국한 종합오락채널 tvN(total variety Network’과 최근 오리온그룹 계열인 온미디어의 여성 ‘스토리온’ 리런칭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케이블TV가 이제는 KBS나 MBC, SBS 등 공중파 방송 시장에까지 도전장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CJ그룹 계열의 CJ미디어가 지난해 말 런칭한 tvN은 “다양함 속에서도 최고의 프로그램만을 편성하는 채널을 추구한다” 란 기치 그대로 공중파와 같은 종합오락채널을 지향한다.

드라마와 버라이어티 장르 프로그램을 80% 이상 할애하고, 최신 흥행 영화를 고정 배치하는 한편, 코나미컵 등 화제가 되는 빅 스포츠 이벤트도 특별 편성하고 있다.

tvN의 출범은 특히 CATV 업계 최초로 자체 제작 프로그램 위주의 방송 채널이란 점에서 커다란 의미를 갖고 있다. 그동안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을 재탕, 삼탕 방송하거나 외국에서 값싼 프로그램을 사들여 틀어주는 기존 케이블TV의 이미지에서 완전히 탈피한 신호탄이다.

시청가구수 1,000만 이상 확보

tvN은 초기부터 드라마 <하이에나>, 신동엽의 <감각제국>, 옥주현의 <라이크 어 버진>의 성전환 프로젝트 M2F 등 기존의 지상파 방송과 차별화된 소재와 형식으로 완성도 높은 프로그램을 제작해 왔다. 편당 제작비도 8,000만원~1억원 수준으로 케이블 TV치고는 결코 적지 않은 자금을 들여 새로운 제작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업계에서 CJ미디어와 함께 양대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온미디어도 올해 초부터 발빠른 행보에 나섰다. 지난 3월 1일 ‘30대 여성을 위한 라이프 스토리 채널’인 ‘스토리온’을 재개국시키며 전국 방송으로 확대한 것.

기존 채널인 ‘스토리온’의 콘텐츠를 대폭 강화한 이번 리런칭에서는 박철이 진행하는 여성 버라이어티쇼 <박철 SHOW>와 퀴즈 프로그램을 새로 신설하는 등 자체 제작에 무게를 실었다.

더불어 <브라더스 앤 시스터스>, <멘 인 트리스> 등 해외 인기 TV시리즈와 <>, <트레이딩 패밀리> 등 리얼스토리 프로그램, <심플리 와인>, <리빙 스페이스> 등 생활정보프로그램도 강화했다.

전체 규모는 tvN과 비교해 다소 처지는 감이 없지 않지만 어쨌든 스토리온 역시 자체 제작 프로그램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에 일견 공중파 방송에 선전포고를 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기존 공중파 방송국들처럼 프로그램을 자체 제작하겠다는 의욕 못지않게 tvN과 스토리온은 시청자 확보 규모에서도 메이저급이다. 지난해 10월 9일 성대하게 개국 행사를 가진 tvN은 신규 채널임에도 불구하고 런칭 초기에 케이블 가입 가구 1,070만 이상을 확보했다.

영화나 게임 같은 특정 장르의 채널을 제외하고는 CATV에서는 이미 공룡 채널로 자리잡았다. 스토리온 역시 올 연말까지 1,000만 시청가구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어 기세가 만만치 않다.

tvN이 출범한 지 반년째 접어 들고 스토리온까지 가세하면서 두 미디어 그룹의 도전에 대한 평가도 분분하다. “CATV의 한계를 뛰어 넘는 새로운 차원의 시도다”라는 긍정적인 평가와 “CATV가 공중파를 겨냥하기에는 시기상조다”라는 부정적인 견해가 엇갈린다.

시청률 면에서 tvN은 최근 자체 제작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중 <신동엽의 Yes or No>와 <리얼스토리 묘>, <독고영재의 현장르포 스캔들> 등이 회별 평균 시청률 1%(AGB닐슨미디어 기준)을 넘나들며 자체 제작 프로그램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

공중파 방송에서 최고 인기 프로그램이 수십% 이상의 시청률을 보이는 것과 단순 비교를 할 수는 없지만 케이블TV에서 시청률 1%를 넘어선 것은 획기적인 일로 평가된다.

tvN은 또 출범 당시 자체 제작 비율이 50% 내외에 그쳤지만 개국 100일을 맞는 시점부터 이를 60%대로 끌어 올렸으며 앞으로 70%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감각적이면서도 트렌디한 콘텐츠 구성으로 정평이 난 온미디어 역시 “2004년 개국한 온스타일이 20대 여성들의 꿈을 대변한 채널이라면 스토리온은 TV 주시청자인 30대 이상 여성들을 위한 내용 구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공중파 뛰어넘기'엔 아직 역부족

tvN과 스토리온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아직 케이블TV의 ‘공중파 뛰어넘기’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일단은 힘을 얻고 있다. 도전장을 내민지 얼마 되지도 않을 뿐더러 규모나 시청률 면에서 여전히 공중파에 열세를 보이고 있다. 자체 제작물 콘텐츠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내용의 구성이나 수준 등에서 케이블TV가 역부족이다.

이에 대해 CJ미디어나 온미디어 모두 겸손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공중파 방송 시장에 대한 도전이 결코 아니다. 아직까지는 벽이 높은 것을 실감하고 있다”며 “새로운 시도가 일견 주춤하고 있는 인상을 주는 것도 사실”이라고 시인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지금 시점에서 두 미디어의 새로운 도전을 평가하기에는 이른 감이 없지 않다”며 “어쨌든 용기 있게 투자할 수 있는 기업들이란 점에서 평가해 줄 만하다”고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한 CJ나 오리온 모두 “앞으로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고 포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케이블TV와 공중파 방송들은 지금 CJ와 오리온의 도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시하고 있다. 사활을 건 미디어전쟁의 또 다른 단면이다.


박원식 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