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보험, 보장자산·소득·현 자산·남겨진 가족 고려한 계산 필수

윤은숙 케이리치 연구원
며칠 전 프랑스인 친구가 한국을 방문했다. 패션에 관심이 많은 그는 서울의 여성들을 보며 한마디를 했다. “정말 다들 얼굴이 모델을 뺨치는데, 하나같이 비슷한 옷차림과 액세서리뿐이네. 각자 신체 조건과 취향이 다를 텐데 외모는 똑같아. 자신들만의 개성을 살리면 더 아름답다는 사실을 모르는 걸까.” 한국 여성들의 몰개성 패션 감각을 꼬집는 말이다.

사실 한국인처럼 유행에 민감한 민족도 드물다. 쉽게 끓고 쉽게 식는 냄비 근성 탓인지 남이 하니까 나도 따라간다는 사고방식이 유별나다. 이것은 몰개성으로 연결된다. 왜 내가 그래야만 하는지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흐름에서 뒤지면 낙오된다는 초조감도 담겨 있다.

그런데 몰개성은 패션에만 그치지 않는다. 보험 가입에서도 ‘남 따라하기’를 찾아볼 수 있다.

내가 상담하는 고객의 과반수는 자신이 들고 있는 보험이 어떤 상품인지, 또 어디까지 보장하는지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한다. 자신이 처한 상황과 경제적 여건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그저 현재 인기를 끌고있는 상품에 가입하고는 “이 정도면 문제 없겠지” 하고 안심하게 된다.

문제는 매달 보험료로 10만원 이상씩 지출하면서도 정작 위급한 상황에서는 아무런 보장을 받지 못하고 경우가 허다하다는 점이다. 그런 어처구니 없는 일을 겪은 후에는 ‘보험에 가입해봤자 보장도 제대로 못 받으니 앞으로는 더 이상 가입하지 않겠다’고 냉소한다. 과연 그럴까. 보험은 내게 아무런 쓸모가 없을까.

어느 날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이 불의의 사고를 당하거나 큰 병에 걸린 경우를 상상해보라. 남은 가족은 앞으로 살아갈 일이 막막할 것이며 병원비 등 마련에 가계가 휘청거릴지도 모른다. 이처럼 하루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시대에 사는 현대인들에게 그래도 보험은 필요한 존재다. 다만 보험을 제대로 알아야 똑같은 비용으로 200% 효과를 볼 수 있다.

‘개성’ 없는 보험, 보장금액은 적기 마련

최근 종신보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29세의 김 씨. 2주 전 친구가 종신보험에 가입할 때 옆에서 지켜보다가 자신도 설계를 받았다고 한다. 김 씨는 가족의 의료비를 보장받기 위해 보험에 가입하려는데, 보장 내용을 잘 모르겠다며 내게 설명을 의뢰했다.

▲ 29세 김 씨의 종신보험 설계 내용

종신 4,000만원 = 68,400원 - 사망보장
정기특약 4,000만원 = 42,400원 - 사망보장
재해사망 1억원 = 11,000원 - 사망보장
재해사망특약 8,000만원 = 4,720원
입원특약 4,000만원 = 6,000원
수술특약 7,000만원 = 4,100원
암진단특약 2,000만원 = 1,800원
암수술특약 200만원 = 800원

매달 보험료로 지출되는 돈은 13만8,420원. 가입 내용 중 3가지는 사망과 관련되어 있고 그 보험료는 12만1,000원이다. 다시 말해 이 보험은 의료비 보장보다는 사망보장에 중점을 두고 있다.

우선 종신 4,000만원은 나이에 관계없이 사망 시 4,000만원을 보장하며, 정기특약 4,000만원은 60세 이전에 사망할 때에만 4,000만원을 지급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48세에 사망하면 4,000만원(종신) + 4,000만원(정기특약) = 8,000만원이 지급되지만 64세에 죽으면 4,000만원(종신)만 지급된다.

또 재해사망 1억원은 재해로 죽을 때만 1억원을 지급한다는 말이다. 60세 이전에 재해로 죽으면 종신 4,000만원 + 정기특약 4,000만원 + 재해사망 1억원 = 1억8,000만원이 지급되며 60세 이후 재해 사망 시에는 종신 4,000만원 + 재해사망 1억원 = 1억 4,000만원을 받는다.

▲ 29세 김 씨의 사망보장 내용

60세 이전 사망 시 - 4,000만원(종신) + 4,000만원(정기특약)
60세 이상 사망 시 - 4,000만원(종신)
60세 이전 재해사망 시 - 4,000만원(종신) + 4,000만원(정기특약) + 1억원(재해사망)
60세 이후 재해사망 시 - 4,000만원(종신) + 1억원(재해사망)

30세 사망시 8,000만원 과연 충분할까

결혼 2년차인 김 씨는 임신 6개월의 아내와 살고 있다. 김 씨는 대기업의 연구원으로 월 소득이 250만원에 매달 고정적으로 230만원 이상을 지출하고 있다. 홀어머니에게 매달 50만원씩 용돈으로 드리며 월 20만원씩 적금을 들고 있다.

만약 김 씨가 30세에 죽으면 8,000만원의 보험금이 지급된다. 홀어머니, 아내, 뱃속의 아이가 살아가는데 충분할까. 매달 고정적으로 200만원이 지출된다고 보면 1년이면 2,400만원, 4년이면 9,600만원 정도가 필요하다.

4년 후 이 가족의 수중에는 한 푼도 안 남는다. 결국 가족이 생계를 유지하려면 4년내 홀어머니나 아내가 직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한다. 아이의 양육비와 교육비까지 감안하면 앞날이 캄캄할 것이다.

만약 김 씨가 40년 후에 죽으면 4,000만원을 보장받는다. 매년 물가상승률을 2%로 계산하면 40년 뒤의 4,000만원은 현재 화폐가치로 환산하면 1,800만원밖에 안 된다. 장례 비용으로나 쓸 만한 액수다. 보장 금액을 올리면 되겠지만 보험료 역시 덩달아 상승한다.

그런데 김 씨는 자신의 보험가입 목적이 가족의 의료비 보장이라고 했다. 김 씨의 의료비 보장 내역을 살펴보자.

▲ 의료비 보장 내역

입원비 - 4만원(3일 초과, 120일 한도)
수술비 - 20/50/100만원
암진단비 - 2,000만원
암수술비 - 200만원
암입원비 - 10만원

김 씨는 현재 29세이기 때문에 앞으로 50년 동안 보장받을 수 있는 보험설계가 필요하다.

20년 후 입원비 4만원은 현재 화폐가치로 2만6,918원밖에 되지 않는다(물가상승률 2%를 가정). 또한 성인의 주요 사망원인인 뇌졸중, 심근경색 진단비를 보장하지 않는다. 의료비가 많이 드는 뇌졸중과 심근경색의 진단비를 보장받고 싶었지만 보험료가 훨씬 높아지기 때문에 뺐던 것이다. 김 씨의 아내도 의료비 보장을 전혀 받지 못한다.

소득을 고려하여 김 씨가 보험료로 지출할 수 있는 금액은 많아야 15만원. 따라서 자신과 배우자가 함께 보장받을 수 있는 ‘소멸성 건강보험’일 경우 김 씨 부부의 의료비 보장이 가능하다. 여기에 사망보장을 감안한 정기보험을 추가하면 김 씨 한 사람의 보험료로 1석2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김 씨에게 요즘 민영의료보험처럼 생각되어지는 ‘통합보험’을 추천했다. 실비 보상과 정액 보상을 겸비한 보험이다. 실비 보상은 진료비 계산서에 적힌 본인부담액을 보험사가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실비로 지급받으므로 물가상승에 따른 실질 가치 하락을 상쇄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여기에 정액보상으로 암 진단비, 뇌혈관질환 진단비, 허혈관질환 진단비를 추가 할 수 있고 치료기간에 일자리를 잃을 경우 생활자금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운전자를 위한 보장도 추가할 수 있다. 보험사마다 통합보험을 취급하고 있지만 보장 내용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사전에 꼼꼼히 챙겨야 한다.

월 보험료 14만원으로 김 씨 부부의 의료비를 해결하기 위해 설계를 다시 했다.

▲ 설계 한 의료비 보장 내역

사망보장 4,000만원 등
상해의료비 1,000만원
질병통원의료비 10만원
질병의료비 3,000만원 등
암진단비, 뇌혈관질환진단비, 허혈성질환진단비 각 2,000만원 등
형사합의지원금등(운전자보험관련)

김 씨 가족을 위한 사망보장은 월 보험료 약 2만원으로 6,000만원을 보장받을 수 있는 생명보험사의 정기보험으로 보완했다. 김 씨가 생각하는 금액 15만원보다 1만원이 더 지출되었으나 그 정도는 감수할 만하다고 만족했다. 물론 사망보장이 정기보험과 통합보험을 합해 1억원에 지나지 않지만 소득이 늘면 좀 더 보완하기로 하고 보장설계를 마무리했다.

진정한 보험은 소득과 현 자산, 남겨진 가족을 충분히 고려한 금액에서 결정해야 한다. 보험료를 많이 지출한다고 하여 좋은 것이 아니다. 내게 맞지 않는다면 자산운용에 문제를 드러내 되레 낭비일 수 있다. 한번 가입하면 길게는 50년 이상을 보장받아야 하는 게 보험이다.

그러므로 보험에 가입하기 전에 내가 원하는 목적이 무엇인지를 충분히 상담한 후 가입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내가 가입한 상품이 다른 사람과 똑같은 것이 아니라 나의 개성을 살려주는 보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 카톨릭대학교 심리학 전공
- 전 한울미디어 아시아 담당
- 케이리치㈜ 자산운용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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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케이리치 연구원 eunsukyoun@kric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