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심리 안정… 긍정적 효과 기대장·단시에 걸쳐 상승세 예상… 산업별·종목별 희비 엇갈릴 듯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고치인 1,438.41포인트로 장을 마감한 4월 4일 오후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에서 직원들이 모니터를 살펴 보고 있다.
길고 지루한 협상장에서의 실랑이 끝에 마침내 한미 간의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되었다. 아직 두 나라 국회에서의 비준 동의 절차가 남아 있긴 하지만, 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일단 거쳐야 할 과정의 절반 이상은 넘어선 셈.

이제 시간이 지나고, 절차에 따라 협정이 국회에서 비준 동의되고 효력이 발생된다면, 한미 간의 FTA가 우리나라 경제에 미칠 영향력은 쉽게 상상이 가지 않을 정도로 강력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FTA를 두고 ‘제3의 개국’이라고 지칭하고 있을 정도이다. 그만큼 파급 효과나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의미일 터.

그런데 FTA로 인한 부작용과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지만, 반면에 FTA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작지는 않다. 모든 산업분야가 죄다 플러스 효과를 누릴 수는 없을 것이다. 좀 더 세분한다면 산업별로 희비가 엇갈릴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자유무역협정은 두 나라의 시장을 상호 개방하는 성격인지라, 산업별 경쟁력의 유·불리에 따라 의당 수혜가 기대되는 업종이 있는가 하면 피해가 우려되는 업종도 있기 마련이기 때문.

그러나 투자자들의 입장으로서야 각 산업의 유·불리를 논하기에 앞서서 당장 한미 간의 FTA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어떨지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사실 한미 FTA가 주식시장에 미칠 파급효과가 무엇일지 따지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는 한미 간의 FTA 협상이 타결된 이후 해당 산업의 반응만으로도 익히 알 수 있다. 농민 단체나 축산업 단체들은 쇠고기 시장의 개방을 비롯하여 오렌지 수입 등으로 인한 FTA의 피해를 우려하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에 자동차 산업이나 섬유산업의 경우는 관세 인하에 따른 수출증대 효과를 기대하며 ‘환영’의 뜻을 전하고 있다.

그러기에 가장 손쉽게 따지더라도 농업 관련주는 FTA로 인한 피해가 예상되고, 거꾸로 자동차, 섬유 등을 비롯한 수출 관련주는 수혜가 기대된다고 말할 수 있다. 만약 주식시장에서 농업 관련주와 수출 관련주들이 각각 절반씩의 비중을 차지한다면 FTA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플러스/마이너스로 ‘제로’일 수밖에 없을 터. 그런데 실제의 주식시장은 그렇지 않다.

현실의 주식시장에서는 농업 관련 주식들의 비중이 그리 높지 않은 반면, 자동차 등을 비롯한 수출 관련주의 비중은 월등하게 높다. 그러니 이것이 바로 FTA 타결로 인한 효과가 주식시장에는 긍정적일 수 밖에 없음을 강력하게 시사하는 대목이다.

국가 신인도 향상에 기여

현실에서도 이는 주가에 반영되었다. FTA 타결 소식이 당장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였던 것.

코스피지수는 FTA 타결 소식이 알려진 지 이틀 만에 1,480선에 올라선 상태로 마감되어, 지난 2월 23일의 장중 사상최고치 1,471.04를 가볍게 뛰어넘었다. 이제 심리적 저항선으로 알려진 지수 1,500까지는 채 20포인트도 남아있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기에 1,500선을 넘어서는 일은 이제 방향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의 문제일 따름으로 간주되는 분위기이다.

물론 중국의 증시가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는데다 일본의 엔 캐리 트레이드가 재차 활성화된다는 등의 호재가 작용한 바도 크다. 그러나 증시가 다시금 상승세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로는 FTA의 타결에 따른 투자심리 안정이 절대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보아 주가는 상승세로 기대된다. 그렇다면 FTA가 주식시장에 대한 장기적인 영향은 어떨까? FTA의 긍정적인 측면이 주가에 계속 영향을 미쳐 주가를 장기적으로 한 단계 레벨 업 하는 요인이 될 수는 있을까?

결론부터 말한다면 FTA는 장기적으로도 역시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왜냐하면 근본적으로 FTA를 통하여 미국이라는 큰 시장에 다가설 수 있는 길이 한층 넓어진 셈이므로 기업으로서는 이익 확대의 좋은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우리나라 시장도 개방됨에 따라 경쟁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는데, 이것이 기업의 체질개선 노력으로 이어지면 장기적으로 주가에 도움이 되는 요인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북한과의 문제로 인하여 소위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문제를 안고 있었던 터.

그런데 이번에 미국과의 FTA는 한국의 국가 신인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기에 역시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요인이 된다. 물론 긍정론을 모든 산업에 일률적으로 마냥 적용할 수는 없다.

수출비중이 높은 자동차, 섬유, 철강 등의 업종은 유리할 것으로 보이지만, 반면에 농업 관련 주식을 비롯하여 FTA로 인하여 약품의 특허권이 강화되는 제약업은 장기적으로도 불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다른 나라의 경우에도 FTA가 주식시장에는 상승작용을 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증권선물거래소는 지난 3일, 미국과의 FTA 협상 타결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즉각 다른 나라의 사례에서 FTA 체결이 주식시장에 미친 영향을 조사하여 발표하였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미국과 FTA 협정을 체결한 나라는 모두 12개국이다.

그중에서 경제나 증시 규모가 우리나라보다 미약한 국가를 제외하고, 증권선물거래소가 캐나다, 호주, 싱가포르, 칠레, 멕시코를 대상으로 FTA 협정 발효를 전후한 주가 동향을 조사하였다. 그 결과, 멕시코를 제외하고는 모두 FTA가 발효되기 이전보다 발효된 이후의 주가 상승폭이 커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2004년 1월에 미국과 FTA 협정이 발효된 칠레와 싱가포르의 경우를 따져보면, FTA 협정이 발효되기 이전, 주식시장의 주가 움직임은 과거 3년 동안 각각 16.89%와 -2.81%의 수익률을 보였으나, FTA가 발효된 이후 3년 동안에는 각각 22.89%와 23.07%의 수익률을 기록하였다.

FTA가 발효된 이후 주가가 현저하게 상승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2005년 1월에 미국과의 FTA가 발효된 호주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FTA가 발효되기 이전 2년간 주가는 평균 6.88%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FTA가 발효된 이후 2년 동안의 주가는 23.58%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멕시코의 경우는 정반대이다.

멕시코는 1994년 1월부터 미국과의 FTA가 발효되었는데, 협정이 발효되기 전만 하더라도 무려 104.64%나 오르는 등 급등세이던 주식시장이 FTA가 발효된 이후에는 9.71% 상승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멕시코의 경우는 FTA라는 요인 외에 95년에 있었던 외환위기로 IMF의 구제 금융을 받았다는 또 다른 변수가 있어서 직접적인 비교가 어렵다.

다른 나라 사례서도 주가상승 입증

여기에 대하여서 혹자는 반론을 펼칠 수도 있을 터. 예컨대 FTA로 인한 영향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마침 주가가 ‘우연하게도’ 올랐기에 그것이 마치 FTA로 인한 상승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논란에 대하여 증권선물거래소는 FTA를 체결한 나라의 주가 상승률과 같은 기간 중 전 세계 주가 상승률을 상호 비교하는 것으로 증명을 해보이고 있다.

여기에 의하면 FTA가 발효된 이후 캐나다(15.29%), 멕시코(70.48%)의 연평균 주가 상승률에 비하여 같은 기간 중 모건스탠리 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세계지수의 연평균 주가 상승률은 그보다 낮은 11%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싱가포르(23.07%)와 칠레(22.89%)의 경우에도 FTA 협정이 발효된 이후 주가의 상승률에 비하여 MSCI 세계지수(14.63%)의 상승률은 역시 현저히 낮았다.

그러니 FTA의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겠다. 물론 주가의 상승요인을 오로지 FTA 협정 하나로만 국한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정황으로 미루어볼 때, FTA가 증시에 장·단기에 걸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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