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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서비스 시장 개방 '알짜'가 빠졌다
교육·의료 개방 등 유보… "제도보완으로 경쟁력 길러야"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2일 밤 한미FTA 타결에 관한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과 관련한 대국민 담화에서 “법률, 회계 등 서비스 시장에 대해 좀 더 과감한 개방을 하라고 지시했는데 교육, 의료 시장의 경우 전혀 개방되지 않았고, 문화산업도 크게 열리지 않았다”며 서비스 분야의 협상 성과에 대해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미 FTA 협상 결과에 대해 “경제적 실익을 중심에 놓고 철저히 손익계산을 따져 우리의 이익을 관철했다”며 전반적으로 득의에 찬 평가를 내린 것과는 사뭇 대조되는 대목이다.

노 대통령의 고백이 아니더라도 국내 경제ㆍ통상학자들은 대부분 서비스 분야의 협상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한다. 통상 전문가들로 이뤄진 FTA교수연구회는 4일 한·미 FTA 평가 설명회에서 이번 협상 결과에 대해 ‘중상급’의 점수를 줬지만 서비스 분야의 개방 수준은 미흡하다고 꼬집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지도 서비스 분야가 대폭 축소된 점 등을 주목해 “이번 한·미 FTA 협상은 빅딜이 아니다”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한·미 협상팀이나 양국 국민들 모두 쌀, 쇠고기, 자동차, 섬유 등의 민감한 교역품목에 초점을 맞추는 바람에 관심 대상에서 다소 비켜갔지만 사실 서비스 분야 개방은 한·미 FTA를 추진하게 된 주된 이유 중 하나였다.

국내 서비스 산업 도약 계기 놓쳐

정부는 지난해 한·미 FTA 협상을 시작하면서 국내 서비스 산업의 육성과 질적 도약을 주요 명분으로 내세웠다. 제조업 기반의 성장 전략이 서서히 한계를 드러내는 이상 주요 선진국처럼 서비스 산업을 키워 경제발전의 새로운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명분이었다.

실제 우리나라의 서비스 산업이 국내총생산(GDP)과 고용 창출에 기여하는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치에도 훨씬 못 미치고 있다. 서비스 수지 적자 역시 2001년 38억 달러 규모에서 2005년 130억 달러 규모로 불과 4년 만에 3배 이상 증가했다.

한미 FTA협상 미국의 웬디 커틀러(왼쪽) 대표와 김종훈 대표가 4월 3일 하얏트 호텔 기자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박서강 기자
서비스 수지 ‘역조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는 것은 특허권 사용료나 법률 및 경영 컨설팅 등 지식기반 서비스를 이용한 대가를 외국에 지불하는 규모가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교육이나 의료, 여행을 위해 국민들이 해외로 나가 지출하는 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것도 중대한 이유다.

이런 가운데 국내 서비스 산업의 성장률은 전기ㆍ가스ㆍ수도ㆍ건설업을 제외하면 2003년 1.6%, 2004년 1.9%에 그칠 만큼 수년째 게걸음을 하고 있다. 1990년대 7%를 상회했던 경제성장률이 2000년대 들어 5%대 아래로 떨어진 까닭도 서비스 산업이 성장률을 까먹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당초 정부가 미국과 FTA를 반드시 맺어야 한다고 주장한 이유도 상당 부분 이런 현실에서 비롯됐다.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미국의 서비스 기업들에게 문호를 개방하면 국내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이끌어내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경제구조 고도화를 달성할 수 있다는 논리였던 것.

그러면서 정부는 최근 미국과 FTA를 체결한 칠레(2002년)나 싱가포르(2003년)가 높은 수준의 서비스 개방을 포함했다는 점을 들어 우리나라도 서비스 시장 개방을 국가 발전전략의 도구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뚜껑을 연 협상 결과는 맥이 빠질 정도다. 무려 88개 분야가 개방 대상에서 빠졌다. 이번 FTA에서 사실상 서비스 분야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선 대부분 국민이 이용하는 교육과 의료 서비스 분야가 개방에서 제외됐다. 미국은 현재도 한국인 유학생과 환자들이 넘칠 만큼 유입되는 터라 교육, 의료 분야 개방에는 처음부터 관심조차 없었다는 전언이다. 정부는 국민을 상대로 FTA의 필요성을 강조할 때 교육, 의료 시장 개방을 통한 후생 증진을 줄곧 말해 왔다.

마찬가지로 국민들의 수요가 많은 법률, 회계 시장도 이미 단계적으로 개방 중이라는 이유로 따로 건드리지 않았다. 방송, 통신 서비스 시장은 일부 빗장을 풀었으나 국내 거대 기업들의 기득권을 깨지는 못하고 작은 기업들만 거센 경쟁의 파고 앞에 놓이게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전문직 비자쿼터 협상 거부

국내 고급 서비스 인력의 미국 진출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부는 의사, 변호사, 약사 등 전문직종의 상호 자격인정 제도를 마련해 국내 전문 인력의 미국 시장 진출 기반을 마련한다는 방침이었지만 미국이 ‘전문직 비자쿼터’ 협상을 거부해 엔지니어링, 건축설계, 수의사 등 고작 3개 직종에 대해서만 향후 논의키로 합의하는 데 그쳤다.

이처럼 서비스 분야 개방이 거의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해 일각에서는 한·미 FTA가 실패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상품 교역 시장의 득실에 대해서도 치열한 논란이 벌어지는 가운데 정작 궁극적 목표였던 서비스 개방을 이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부측은 경쟁력이 취약하거나 공공성이 강한 서비스 분야에 대해서는 개방 수위를 조절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전면적 서비스 시장 개방을 부르짖었던 당초 기세를 떠올리면 옹색한 변명일 수밖에 없다.

한 통상 전문가는 “미국과의 FTA라는 ‘외부 충격’을 통해 경제구조 선진화를 이루려 했던 목표는 실패한 감이 짙다”며 “정부가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 향상을 기하려면 이제라도 정책과 제도 변화 등 ‘내부 자극’을 주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입력시간 : 2007/04/10 14:35




김윤현 기자 uny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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