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 액상조미료로 세대교체 조짐… CJ·풀무원·샘표 신세대 주부 공략 3파전

“전문 요리집 수준의 국물 맛을 가정에서도 낼 수 있다.”

“국물 요리는 기본이고 전골, 죽, 부침은 물론 이유식에까지 이용 가능하다.”

“한 숟갈이면 집에서 방금 우려낸 듯한 다싯물의 진하고 깊은 맛을 낼 수 있다.”

1980년대 이후 다시다가 절대 강자로 군림하던 조미료 시장에 세대교체 바람이 심상치 않다. 이른바 ‘제 3세대 조미료’가 출현한 것. 조미료 전쟁은 60, 70년대의 발효 조미료 미원과 미풍, 80년대의 종합 조미료

다시다와 맛나, 감치미 등이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세대 간 일합을 겨룬 바 있다.

◆ 풀무원, CJ, 샘표, 대상 제3세대 조미료류 잇따라 출시

최근 제 3세대 조미료 전쟁이 가시화된 건 대상이 지난달 천연 액상 조미료 ‘국鮮生’을 내놓으며 “천연 조미료 시대를 열겠다”고 야심차게 선포하면서부터다.

대상은 “이번 신제품인 ‘국鮮生’이 요리전문가가 직접 개발에 참여한 것은 물론 다양한 재료 구성(해물, 쇠고기, 닭고기, 야채 등 4종) 대비 합리적인 가격, 농축액이나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고 모든 원료를 직접 우려냈다는 점에서 기존 제품과는 확연히 구별된다”고 주장한다. 천연성과 간편성이라는 두 가지를 강점으로 내세워 20, 30대 신세대 주부층을 집중 공략할 방침이다.

대상 식품사업초괄 왕길완 상무는 “이번에 출시한 국鮮生은 기존 요리 습관과 식문화를 변화시켜줄 신개념의 전략 상품”이라면서 “기존 종합조미료 시장을 국鮮生류의 천연 조미료 시장으로 바꿔 차세대 조미료 시장을 선점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올해 100억원, 2010년까지 500억원 매출을 달성한다는 야심찬 목표다.

지난해 3월 액상 요리맛장 ‘백설 한술에’를 출시하며 시장을 다져온 CJ의 반격도 만만찮다. 탤런트 최명길을 내세워 시장의 인지도를 빠르게 높여가고 있다. 멸치, 새우, 가다랭이 등의 직접 우려낸 다싯물과 각종 양념을 우려낸 액상 요리맛장은 조림 볶음용, 국 찌개용, 찍어먹는 용 등 3종이 출시됐다. 기본 재료나 육수에 ‘백설 한술에’를 한 큰술만 넣으면 간편하게 진한 맛을 낼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사실 근래 불어 닥친 천연 액상 조미료의 원조는 지난해 2월 풀무원이 출시한 ‘맛있는 요리국물’. 표고버섯, 무, 생강 등 신선한 채소와 각 국물 요리에 어울리는 해산물, 양지머리 등 10가지 이상의 엄선된 천연재료를 우려낸 요리전용 국물로, 기존 육수 및 국물 제품들과 달리 물에 희석시킬 필요 없이 제품을 개봉해 그대로 붓기만 하면 요리가 완성되는 편리함을 지녔다.

풀무원이 제1, 2세대 조미료 시장을 선점한 대상과 CJ와 비교해볼 때 조미료 시장의 영향력이 약하지만, 바로 그것이 새로운 천연 액상 조미료 시장의 강자가 될 수 있는 이점이라고 풀무원 관계자는 강조한다.

“향후 웰빙 시대에는 되도록이면 음식에 첨가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알려진 조미료 회사의 제품보단 천연 제품 회사의 이미지가 뛰어난 풀무원이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는데 유리할 것입니다.”

간장으로 유명한 샘표도 천연 재료를 달여서 만든 신개념 간장인 ‘샘표 향신 간장’을 지난해 10월 출시하고 광고 마케팅을 본격화하며 최근 천연 퓨전 조미료 시장에 재빨리 발을 들여놨다.

◆ 세대 교체 이뤄질까

엄밀하게는 앞서 언급한 각 회사의 천연 액상 조미료들은 요리맛장, 요리국물, 천연 양념 간장 등으로 제각기 다른 맛과 용도로 구별된다. 이처럼 제3세대 조미료 시장은 “미원, 다시다 등 한 가지의 특정 형태가 아닌 용도와 맛이 다양한 제품으로 더욱 분화되며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사실 제 3세대 조미료 시장의 등장은 이미 침체에 접어든 2세대 조미료 시장의 새로운 돌파구로서 가능성을 지닌다.

업체들은 현재로서는 아직 시장이 형성되는 시기인 만큼 지금까지 누가 먼저 제품을 출시했냐 하는 것보다는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제품의 등장을 알리고 함께 시장을 키워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반응이다.

업계들은 또한 대체로 천연 조미료의 등장은 거부할 수 없는 시대 흐름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하지만 급성장은 어려울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온다.

CJ의 전명석 소스마케팅 담당 부장은 “소비자의 기호를 바꾸는 데는 1년이면 되지만, 소비자의 입맛을 바꾸는 데는 10년이 걸리고, 소비자 태도를 바꾸는 데는 20년이 걸린다.

분말형 소비 태도가 액상으로 바뀌는 데는 좀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며 “천연 액상 조미료가 시장의 대세가 되기 위해서는 분말형 조미료보다 적게는 30%, 많게는 50% 이상 높은 가격의 저항을 해소해야 하며, 소비자의 입맛을 바꿀 수 있는 영향력 있는 제품들이 더 많이 개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제 3세대 조미료' 전쟁 누가 웃을까

국내 조미료 시장의 역사는 경제성장에 따른 소비 트렌드 변화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60,70년대 발효(화학)조미료, 8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종합조미료는 시대 변화상을 반영하고 있어 흔히 세대로 구분해 부른다.

1963년 개발된 국산 조미료 1호인 발효조미료 미원은 한국인의 입맛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으로 반세기 가까운 시간동안 부엌을 지켜왔다.

‘맛의 혁명’이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일반 주부들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미원은 제 1세대 조미료. 일본의 ‘아지노모도’ 제품밖에 없던 50년대 미원(現 대상)의 창업주 임대홍 회장이 일본에 직접 건너가 조미료 제조공정을 익혀와 우리 입맛에 맞게 선보였다.

하지만 80년대 들어 천연복합 조미료에 조미료 왕좌를 내주고 해외 및 업소용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발효조미료 시장은 지난해 약 1,300억원 규모로 2003년 1,700억원 이래 매년 감소 추세에 있다. 대상이 전체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으며, 대부분이 업소용으로 판매된다.

80년대 이후에는 기존의 MSG를 바탕으로 쇠고기, 파, 마늘, 양파 등의 양념을 혼합한 ‘종합조미료’의 시대가 열렸다. 64년 ‘미풍’으로 조미료 시장에 진출했지만, 미원에 고전을 면치 못하던 제일제당(現 CJ)은 75년 ‘다시다’를 출시하면서 조미료 시장의 변혁을 이끌었다.

‘다시다’는 경제성장에 따른 소득 증가로 소비패턴의 변화가 일어난 80년대에 발효(화학)조미료의 단조로운 맛에 대한 불만과 천연 양념의 다양한 맛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며 조미료 시장의 대명사가 됐다.

미원은 ‘맛나’, ‘감치미’ 등 대응 제품을 내놓았지만 ‘다시다’의 벽을 넘지 못했다. 종합조미료시장은 약 2,200억~2,300억원대. 화학조미료시장과는 반대로 CJ의 ‘다시다’가 종합조미료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조미료에 대한 불신과 웰빙 식생활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가 높아짐에 따라 수요가 해마다 감소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최근 새롭게 열리고 있는 제3세대 천연 조미료 시장에선 누가 먼저 웃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발효조미료의 강자인 대상이 옛 영화를 되찾을 수 있을지, 종합조미료의 강자 CJ의 수성이 계속 이어질지, 아니면 웰빙 이미지의 풀무원이 새로운 바람몰이를 할지 천연 조미료 시장을 둘러싼 ‘삼국지’의 승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