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2.0 시대 '매시업 서비스'개방·공유·참여 정신 기술적으로 구현한 대표적 사례구글·야후·네이버·다음 등 국내외 포털 API 개방 확대

매시업 서비스를 이용하면 위성사진 등 데이터베이스를 무료로 빌려 자신만의 웹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인터넷 서비스 사업을 하나 시작하려고 한다. 그럼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인터넷 사이트를 만드는 것. 그러자면 해야 할 것이 한둘이 아니다. 홈페이지를 디자인하고, 홈페이지에서 보여줄 정보를 쌓아두고 올려야 한다. 제대로 된 서비스를 위해서는 검색기능도 넣어야 하고, 이메일을 주고받기 위해서 이메일 시스템도 만들어야 한다. 이뿐만은 아닐 것이다.

부동산업자 김 씨는 인터넷으로 부동산 관련 정보를 제공해주는 홈페이지를 만들기로 한다. 다행히 김 씨는 프로그램 개발을 해본 경험이 있다. 직접 사이트를 만들기로 했다. 중요한 것은 부동산 매물의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전하는 것. 부동산 매물의 정보를 차곡차곡 정리해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이 정보를 빠르게 찾아볼 수 있도록 검색기능을 넣기로 했다. 추가로 부동산 매물의 위치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기왕이면 위성 사진으로 찍은 실제 화면을 보여주고 싶다.

기획은 했지만 막상 이같은 정보를 제공하자니 만만치가 않다. 부동산 정보를 하나둘 정리해서 쌓아두는 것이야 시간의 문제이겠지만, 이것을 검색해서 보여주자면 검색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직접 개발할 수는 없고 검색 소프트웨어를 구입해 프로그램에 연결해야 하는데 가격이 만만치 않다. 검색 소프트웨어는 구입한다 해도 위성사진에 매물 정보를 표시해 제공하려는 계획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위성사진을 어디서 구하겠는가. 김 씨는 “포털 사이트에서는 지도는 물론 위성사진도 보여주던데, 어휴 그건 포털같은 곳에서나 하는 일이지. 그냥 카메라로 찍어서 사진이나 올려야 겠다”며 계획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김 씨가 모르는 것이 있었다. 지금은 바야흐로 웹2.0 시대. 검색 소프트웨어를 굳이 돈을 주고 살 필요도 없고, 지도나 위성사진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바로 ‘매시업(Mash Up)’ 서비스를 이용하면 되는 것이다.

지금 인터넷 세상은 웹2.0 시대다. 개방, 공유, 참여라는 웹2.0의 모토가 다양한 기술로 실체화하고 있다. 그 가운데 주목받고 있는 기술 하나가 바로 ‘매시업’이다. 매시업은 누군가 이미 구축해 놓은 웹 시스템의 기능을 그냥 갖다 쓰는 것이다. 물론 누군가가 허락을 하고 시스템을 개방해놓아야 하는 것이 전제다. 지금 이런 매시업 서비스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앞에서 예를 든 김 씨의 경우, 매시업 서비스를 이용하면 고민할 게 없다. 검색하면 구글이나 네이버가 떠오를 것이다. 그런데 구글의 검색엔진이나 네이버의 검색엔진은 필요한 사람이면 누구나 그 기능을 가져다 쓸 수 있도록 개방돼 있다. 전문적인 용어로 ‘API를 공개’해놓은 것이다. API는 다른 프로그램이 접근해 왔을 때 자신의 기능을 어떻게 사용하면 된다는 것을 정리해놓은 규칙이다. 이 규칙을 공개해놓으면 누구든 그 규칙을 이용해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하면 김 씨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세계 최고라는 구글의 검색엔진을 간단히 갖다 붙일 수 있다. 네이버나 야후의 검색엔진을 써도 된다. 선택의 문제다. 물론 공짜다.

지도도 마찬가지다. 포털들은 이미 구축해 놓은 방대한 지도 데이터베이스나 심지어 위성사진 데이터베이스까지도 API를 공개해놨다. 그저 그 API만 이용하면 내 사이트에서 얼마든지 위성사진을 이용해 부동산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매시업은 단순히 원래 그 기능 그대로만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원래 기능에다 나만의 기능을 추가해서 제공할 수 있다. 그래서 ‘매시업’이다. 위성사진에 매물 부동산의 위치를 빨간 깃발로 표시해놓는다거나, 별도의 설명을 달아놓는 것 등 나만의 서비스를 추가해 새로운 서비스로 업그레이드할 수도 있다.

매시업 기능만 잘 이용하면 세계 최고의 기능과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살짝 빌려다 나만의 서비스로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구글이나 야후 같은 글로벌 기업은 물론이고, 네이버나 다음 등 국내 대표적인 포털들도 자신들이 그동안 만들어 놓은 시스템의 일부 기능을 매시업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개방하고 있으며 개방 범위도 점차 확대하고 있다.

매시업의 시작은 구글이다. 물론 구글이 처음부터 시스템을 열어놓은 것은 아니다. 매시업은 폴 래드마셔(Paul Rademacher)라는 사람이 구글이 제공하던 지도 서비스 ‘구글 맵스’를 몰래 해킹해 부동산 정보와 지도를 조합시켜 하우징맵스닷컴(www.HousingMaps.com)을 운영하면서 시작됐다. 구글은 폴 래드마셔를 고소하는 대신 정식 직원으로 채용하고, 아예 구글 맵스의 API를 공개해 버린 것이다. 이를 시작으로 위성사진 서비스인 ‘구글 어스’를 비롯해 많은 서비스를 개방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서점 아마존은 방대한 책 데이터베이스를 개방했다. 누구든 매시업 서비스를 이용해 아마존의 책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나만의 인터넷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책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블로그를 하나 만들어 자기가 읽은 책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소개하고자 한다면, 책의 서평을 정리해 올리면서 아마존의 책 데이타베이스에서 사진과 저자의 정보 등을 가져다 덧붙일 수 있는 것이다.

매시업 서비스는 개방과 공유의 정신을 기술적으로 구현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또한 매시업 서비스를 위해 포털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아직은 충분하지 않지만, 조만간 국내외 주요 포털들의 기능들만을 하나씩 떼어다 붙이는 것만으로 훌륭한 인터넷 홈페이지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미 검색은 구글, 지도는 네이버, 책 정보는 아마존, 사진 정보는 플리커의 서비스를 조합해서 나만의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외국에 비해 국내에는 매시업 서비스가 활발하지 않았다. 하지만 네이버, 다음 등이 적극적으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 주목된다. 경쟁관계인 두 회사는 최근 공동으로 매시업 경진대회를 마련했다. 자신들이 개방해 놓은 매시업 기능을 이용해 더 좋은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시합을 연 것이다. 이 대회에 총 63개 작품이 접수됐고, 지난 4월 11일 최종 본선에 오른 8개팀이 자웅을 겨뤘다.

네이버나 다음은 앞으로도 계속 매시업 경진대회를 열 계획이다. 자신들의 서비스를 개방함으로써 더 나은 서비스가 만들어지는 것은 포털 입장에서도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김상범 블로터닷넷 대표블로터 ssanba@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