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커뮤니티 '폰' 가입하면 어디서든 무선랜 공유 가능한국서도 서비스… 인터넷 전화 곧 공짜로 사용 길 열려

‘개방, 공유, 참여’. 흔히 웹2.0을 얘기할 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독점과 폐쇄’를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는 일반적인 비즈니스 룰을 거스른 웹2.0의 화두는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단순히 시대 정신이나 문화 조류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비즈니스 모델로도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한 가지 예가 바로 무선 인터넷 공유 커뮤니티인 ‘폰(Fon)’이다. 스페인에서 발원한 ‘폰(www.fon.com)’이 지금 유럽을 거쳐 미국, 그리고 세계로 퍼지고 있다. 지난 4월 23일 미국 2위의 케이블 사업자 타임워너 케이블이 폰과 손을 잡았다는 소식이 발표됐다. 이에 앞서 구글과 스카이프는 폰에 대규모 투자를 한 바 있다.

요즘에는 ‘나홀로 PC'가 거의 없다. 그저 책상 위에서 문서나 작성하고 게임을 하기위해 PC를 사는 사람들은 없다는 얘기다.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네트워크의 개인 단말기 노릇을 하는 게 요즘의 PC다. 또 노트북에는 인터넷에 무선으로 접속할 수 있는 무선랜 장치가 기본으로 장착돼 있다. 인터넷도 무선으로 접속하는 시대다.

노트북을 열고 무선랜 장치를 켠 후,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무선 네트워크가 있는지 확인해 본 경우가 있는가. 집에서든 사무실에서든 1개 이상의 접속 가능한 네트워크 이름이 떠오르는 것을 볼 수 있다. 누군가 옆집 또는 뒷집에서 무선랜 공유기를 설치해놓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이걸 살짝 ‘훔쳐’서 쓸 수도 있겠지만….

지난해 스페인에서 시작 돌풍

무선 네트워크가 곳곳에 넘쳐나는 세상인데, 내가 장비를 또 따로 구입해야 하는 것이 낭비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가. 그렇다고 인터넷 접속을 계속 훔쳐쓰기도 찜찜하고. 그렇다면 옆집 철수네와 약속을 하나 하면 어떨까. 다행히 옆집 철수네 아버지가 우리 회사 근처에 사무실이 있다. 집에서는 철수네 무선 공유기를 같이 쓰고, 사무실에서는 우리가 무선 공유기를 설치해 우리 것을 같이 쓰자고 말이다.

이런 생각이 커져 2006년 2월 스페인에서 시작된 커뮤니티가 바로 ‘폰’이다. 공유의 정신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커뮤니티에 가입해 무선랜을 공유하자는 것이다. 커뮤니티가 커지면 커질수록, 만약 전 세계 네티즌이 커뮤니티에 동참한다면 노트북을 들고 세계 어느 곳을 가든 무선으로 인터넷에 접속해 쓸 수 있는 시대가 온다. 내가 폰 커뮤니티에 가입한 회원이라면,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노트북을 열고 근처에 폰 회원의 무선모뎀을 찾아서 인터넷에 접속하면 된다는 얘기다.

폰 사이트에 다음과 같은 소개글이 올라와 있다. “폰은 매우 간단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집에서 이미 지불하고 있는 인터넷 접속료를 왜 집 밖에서 인터넷 접속을 할 때마다 따로 지불해야 하나요? 물론 이러한 이중 비용 지불은 불필요합니다. 그래서 저희 폰은 공유를 통해 인터넷 회선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를 설립하는데 도움을 주기로 하였습니다.”

폰 회원이 되는 것은 간단하다. 회원에 가입한 다음 전용 무선공유기 ‘라 포네라(La Fonera)’를 구입해 설치한 후, 누구든 접속할 수 있게 전원을 켜놓기만 하면 된다. 다른 회원이 내 집 근처에서 내 공유기를 쓸 수 있게 하는 대신, 나는 집 밖 다른 곳에서 노트북으로 ‘라 포네라’를 찾아 인터넷에 접속하면 된다. 물론 이때 접속 폰 회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무료로 인터넷을 쓸 수 있다.

폰 공유기를 구입하지 않아도 폰을 사용할 수 있는데, 이때 사용자는 하루 3,000원의 사용료를 내야 한다. 폰 공유기를 설치해 이 같은 사용료를 받는 것을 수익모델로 삼아도 된다.

폰 커뮤니티가 커지면 또 다른 놀라운 무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게 된다. 바로 인터넷 전화다. 인터넷망을 이용해 전화를 걸고 받을 수 있는 서비스로 유명한 스카이프가 폰에 투자를 하고 제휴를 맺었다. 조만간 인터넷 전화 전용 휴대폰인 ‘스카이폰’이 출시될 예정인데, 이렇게 되면 회원들은 스카이폰으로 어디서든 무료 전화를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폰 커뮤니티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회원을 확보하느냐에 있다. 폰 공유기가 가능한 많은 곳에 설치돼야 한다는 얘기다. 공유할 자원이 적다면 아무리 무료 서비스라 해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또 하나,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와의 관계다.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고 접속료를 받는 하나로텔레콤이나 KT 같은 사업자 입장에서 폰 커뮤니티를 결코 가만 두고 볼 리 없기 때문이다. 폰은 국내에도 이미 들어와 있다. 지난해 6월 한국폰이 설립됐다. 한국폰의 과제도 바로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와의 관계 개선이다. 한국폰 허진호 사장은 낙관적이다. 이미 세계적으로 서비스 사업자들이 폰과 속속 제휴를 맺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될 것이라고.

한국폰 회원 2만 명 넘어

폰은 유럽에서 Neuf Cegetel(프랑스), Glocalnet(스웨덴), Labs2(스웨덴), Elitel/Interroute(이태리)와 같은 인터넷서비스 사업자(ISP)와 제휴관계를 맺고 있으며, 아시아에서는 Excite(일본), Seednet(대만)과 손을 잡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타임워너케이블과 폰이 제휴를 맺음으로써 미국 시장에서도 폰 커뮤니티 확산의 발판을 마련했다. 타임워너케이블은 미국 33개 주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유력 케이블TV 사업자로, 케이블방송 가입자 1,340만 명에 케이블 기반 초고속 인터넷서비스 가입자 660만 명을 보유하고 있다.

폰은 이미 미국에서 6만 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번 제휴로 급속한 회원 확산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폰에 대한 기대는 투자자들에게도 매력적인 모양이다. 구글, 스카이프, 인덱스 벤쳐스, 시쿼이어 캐피탈 등으로부터 225억원 가량의 투자를 받은 바 있다. 이후 추가로 125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폰 설립이후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32만 명의 회원과 12만 개의 접속 포인트를 확보했다. 현재 한국폰의 회원은 2만 명이 넘어섰다. 한국도 폰 커뮤니티가 활발한 국가인 셈이다. 한국폰 측은 올해 10만 명의 회원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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