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악재와 대기업 출사표로 던킨 독주체제 무너져

‘던킨, 게 섯거라!’

국내 도넛 시장에서 ‘절대지존’으로 군림해 온 던킨 도너츠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롯데에 이어 GS와 CJ 등 대기업들이 최근 도넛 시장에 잇달아 뛰어들면서 도넛 시장이 새로운 경쟁 국면에 돌입했다.

던킨 도너츠는 지난해 420여 개의 매장에 매출(소매가 기준) 3,000억원을 올렸을 만큼 국내 도넛 시장의 절대강자 자리를 지켜왔다. 시장 점유율만 80%에 달할 만큼 사실상 독주 체제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던킨은 올해 들어 ‘던킨 도너츠의 제품 제조과정에서 위생에 문제가 있다’는 폭로가 인터넷 블로그 사이트에 떠돌고 공장이 영업정지 처분을 맞는 등 연거푸 터진 악재들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시장을 잠식해 들어올 수도 있는 강력한 경쟁자들이 속속 등장하는 형국에 설상가상으로 영업과 마케팅에 절대 불리한 뉴스의 당사자가 되고 있는 것.

무엇보다 올해 GS의 도넛 사업 런칭 소식은 도넛 시장을 가장 뜨겁게 달구고 있다. GS그룹 계열사인 GS리테일이 일본에서 ‘미스터도넛’ 브랜드를 들여 왔는데 이 도너츠가 다름 아닌 던킨의 ‘천적’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말 서울 명동에 1호점을 낸 미스터도넛은 일본시장에서 던킨을 퇴출시킨 브랜드로 유명하다. 특히 일본에는 1970년대 던킨과 미스터도넛이 비슷한 시기에 진출을 했는데 미스터도넛 때문에 던킨이 50개 점포를 출점하기도 전에 철수를 결정했다고 전해진다.

미스터도넛이 강조하는 도넛 경쟁에서 승리한 가장 큰 이유는 ‘신선하고 뛰어난 맛’ 때문이다. 던킨은 공장에서 기계로 찍어내는 방식인데 이보다는 매장에서 손으로 직접 만드는 따끈한 미스터도넛이 압도적 승리를 거둔 것.

미국에서는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하는 방식인 던킨이 성공을 거두었지만 일본에서는 수제 도넛을 고집한 미스터도넛이 성공을 거뒀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미스터도넛은 일본에서 1,300여 개 점포를 거느리고 약 1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대만, 중국, 필리핀 등 아시아 지역에서도 1,400개의 점포를 운영하며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GS, 던킨 천적 ' 미스터도넛'으로 도전장

GS리테일은 “현재 일본의 도넛시장에서는 미스터도넛이 절대강자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던킨 도너츠는 한 점포도 운영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미스터도넛은 일반 공장에서 배송되거나 기계로 만드는 일반 도넛과 달리 각 점포에서 요리사들이 직접 도넛을 반죽하고 제조하기 때문에 신선하고 맛이 좋다는 점을 먼저 내세운다.

일본과 한국에 위치한 도넛 아카데미를 졸업한 도넛 장인이 수제로 만들기 때문에 부드러움과 촉촉함에 쫄깃함까지 가미된 새로운 맛을 낸다는 것.

GS리테일 김일용 홍보팀장은 “밀가루, 오일 등 원재료에는 특이한 비법뿐 아니라 계절별로 온도와 배합을 최적화하는 등 50년 전통 수제 도넛 노하우가 담겨 있어 일반 도넛과 차별화를 이뤘다”고 소개한다.

CJ, 독자브랜드 '도노스튜디오' 오픈

CJ그룹 계열의 CJ푸드빌도 지난 2월 서울 역삼동에 도노스튜디오를 오픈, 도넛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특히 CJ푸드빌이 강조하는 부분은 여타 브랜드와 달리 도노스튜디오는 미국이나 일본에서 들여온 해외 브랜드가 아닌 국내 독자 브랜드라는 점.

도노스튜디오 역시 던킨 등 기존의 도넛과는 달리 매장에서 구워내는 도넛임을 내세운다. 공장에서 급속 냉동시켜 반가공 상태로 제공되는 도넛을 매장에서 해동시킨 후 매일 도넛 마스터가 직접 오븐에 굽고, 글레이징(도넛 윤내기)하고 아이싱(장식)해서 제공되기 때문에 진한 손맛이 더욱 느껴진다는 것.

CJ푸드빌 심은정 팀장은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기술로 인정받고 있는 뚜레쥬르의 냉동생지 시스템을 활용, 급속 냉동 생지 형태의 도넛을 매장에 공급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설명한다.

이외에 고급 초콜릿의 주산지인 프랑스산 발로나 초콜릿을 사용하는 등 재료의 고급화를 통한 프리미엄 도넛 생산에도 주력한다.

롯데 '크리스피크림' 급성장

2004년 국내에 처음 상륙한 크리스피크림도 지난해 3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현재 22개 매장으로까지 늘어났을 정도로 급성장하며 선두인 던킨을 추격하고 있다.

특유의 달콤한 맛에다 ‘Hot Now’라는 네온사인이 켜졌을 때 도넛이 바로 만들어지는 제조 과정을 손님들이 지켜보게 해 시각과 후각, 촉각을 만족시키는 ‘핫 도너츠 체험’ 콘셉트를 강조하며 여타 브랜드의 도전에 맞서고 있다.

특히 도노스튜디오와 미스터도넛, 크리스피크림 등 신규 도넛 3대 브랜드의 강점으로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은 바로 손맛과 정성이 느껴지는 도너츠 작업 공간 이미지를 매장 내에 접목시켰다는 점이다.

매장 내에 들어서면 갓구운 향긋한 도넛 냄새와 갓 뽑아낸 은은한 커피향이 나고 오픈 주방에서 맛있는 도넛 만들어 가는 소리가 난다는 것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감성을 중요시하는 젊은 고객층들에게 크게 어필하는 부분이다.

새로운 인테리어와 수제 방식, 색다른 맛 등으로 무장한 경쟁 브랜드들이 속속 등장하는 와중에 수성의 입장이 된 던킨은 내부 악재로도 궁지에 몰리고 있다. 던킨 구로공장에서 5년간 근무했다는 방 모 씨는 지난 2월과 3월 식품의약품안정청에 “도넛 원재료와 식수 등이 오염됐다’는 주장을 펴며 민원을 제기한 것.

방 씨는 진술서에서 “자석으로 철가루를 골라내는 모습을 본 적이 있으며 공장지역에 단수가 돼 제품을 만들 수 없을 때 검증되지 않은 지하수를 사용해 제품을 만들었다”며 제조 과정에서 치명적인 위생결함을 안고 있다고 주장했다.

던킨도너츠는 또 서울 구로공장이 최근 수입식품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아 서울 금천구청으로부터 영업정지 2개월의 행정처분을 받은 상황과 맞물려 연거푸 도덕성 시비를 불러 일으켰다.

이에 대해 던킨 도넛츠를 운영하는 비알코리아 측은 “서울 구로공장 2개월 영업 정지는 식품을 일반 공산품으로 착각해 처리한 관세사의 실수로 행정이 누락된 만큼 문제될 것이 없다”며 서울행정법원에 영업정지처분 취소 소송과 함께 효력정지 신청을 제기해 놓은 상태라고 밝히고 있다.

또 “인터넷에서 던킨을 비방한 직원은 정식 직원이 아닌 도급회사의 직원이고, 던킨 도너츠 제조 공정에 관한 인터넷 내용도 사실무근의 내용”이라며 “이미 해당 관청에서 실사를 마친 상태로 아무 문제 없음을 판명받아 정상적인 영업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대기업들이 잇달아 도넛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는 것은 국내 도넛 시장이 해마다 성장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던킨이 처음 국내에 진출했을 때만 해도 도넛 시장이 미미했지만 이후 해마다 최고 3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고 2인자 격인 크리스피크림이 추가로 입성했음에도 기존 파이를 나눠먹기보다는 도넛 시장의 신규 수요가 새로 창출됐다는 분석도 이를 뒷받침한다.

후발 주자들의 협공으로 신규 브랜드들 사이에 포위됐다는 지적에 대해 던킨은 “일본에서의 상황과 한국은 전혀 다른 데다 아직 매장 하나밖에 오픈한 것에 불과하다”며 다양한 제품군으로 맞설 태세라고 각오를 보이고 있다.


주간한국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