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F,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시장서 참신한 CF로 브랜드 인지도 높이기 성공

#1 용모 단정하고 얼굴 예쁘게 생긴 20대 여성이 극장을 찾았다. 영화 티켓을 사려던 그녀, 문득 매표 창구 뒤편의 어떤 글귀(‘쇼를 하면 영화 티켓이 공짜’)를 보더니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갑자기 춤을 추기 시작한다.

팔 다리를 마구 흔들며 좌우로 왔다갔다, 표정도 사뭇 진지하다. 잠시 ‘막춤’을 선보인 그녀는 매표소 직원에게 손을 내밀지만 그는 오히려 황당하다 못해 얼이 빠진 모습. ‘뭔가 이상하네….’ 난감하고 무안한 얼굴의 그녀. 이어지는 독백. “어, 이 쇼가 아닌가….”

#2 텅 빈 24시간 은행 무인점포에 복면 강도가 가방을 메고 들어선다. 강도는 가방에서 망치를 꺼내 다짜고짜 현금 입출금기를 두들겨 부수려던 찰나 뭔가(‘쇼를 하면 현금이…’라는 안내문)를 보고는 동작을 멈춘다.

복면을 벗는 강도. 눈이 잔뜩 휘둥그레져 있다. 그리곤 주변 눈치를 쓱 보더니 뜬금없이 춤을 추기 시작한다. 폐쇄회로TV 카메라를 바라보며 제자리에서 엉덩이를 뒤로 쭉 빼고 팔을 좌우로 흔들흔들. 하지만 한참을 춤추던 그의 표정은 아무 변화가 없자 서서히 조급함으로 일그러진다.

2세대 서비스와 차별성 부각

요즘 TV에서 곧잘 접할 수 있는 KTF의 3세대 이동통신 브랜드 ‘쇼’(SHOW)의 광고 장면이다. 한번쯤 접해봤을 테지만 독특한 상황 설정과 기발한 이야기 구조는 어김없이 시청자들의 폭소를 자아낸다.

아닌 게 아니라 ‘쇼’ 광고는 올해 광고업계에서 최대의 흥행작으로 떠올랐다. 삼척동자에서 정치인까지 ‘쇼’를 되뇔 만큼 온 국민의 이목을 사로잡는 데 성공한 것.

물론 3세대 이동통신 시장에서 1등이 되려는 야심을 가진 KTF의 대대적인 물량 공세 덕도 있겠지만 광고 자체의 참신성이 그로 인해 가려지지는 않는다는 평이다. 게다가 워낙 ‘쇼’ 광고의 기세가 등등하다 보니 경쟁사인 SK텔레콤(SKT)의 3세대 이동통신 광고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3세대 이동통신 시장은 이제 막 열린 터라 향후 판도는 아직 예측불허다. 하지만 KTF가 1라운드의 기선을 제압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 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해낸 것은 물론 ‘쇼’ 광고 캠페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처음부터 ‘쇼’ 광고는 달라도 아주 달라야 한다는 원칙이 있었어요. 브랜드 자체가 기존 (2세대) 시장과 완전히 다른 시장을 알려야 하는 대전제를 가졌기 때문에 그 전위부대 역할을 하는 광고는 더욱 파격적인 결과물로 나와야 했던 거죠.”

‘쇼’ 광고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제일기획 광고9팀 김태해 팀장은 ‘쇼’의 핵심 속성은 바로 ‘이노베이티브’(innovative, 혁신)이며 광고 전략 역시 그 정신을 충실히 담는 방향으로 구상했다고 밝혔다. ‘쇼’는 영상통화, 고속데이터 전송, 글로벌 영상로밍 등이 가능한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인 만큼 기존의 ‘듣고 말하는’ 2세대 서비스와 확실한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김 팀장이 ‘쇼’ 광고 캠페인을 맡아 론칭을 준비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3월. 올 2월에 티저 광고가 처음 나갔고 3월부터 정식 론칭 광고를 내보낸 점을 감안하면 준비 과정에만 거의 1년을 쏟아 부은 셈이다.

그중에서도 ‘쇼’라는 브랜드 명칭을 결정짓는 데만 반 년 이상 걸렸다고 한다. 브랜드 네이밍(brand naming)은 어떤 브랜드 론칭에서건 첫 단추를 꿰는 출발점이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한 작업이다.

“처음 후보군에 오른 브랜드 숫자만 해도 1,000개가 넘었습니다. 이를 대상으로 수없이 많은 검토 작업과 소비자 반응 조사를 실시해 최종적으로 5개가 남았죠. 마지막에 간택된 게 바로 ‘쇼’였습니다.”

‘쇼’는 당초 한국인의 언어 습관상 다소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긴다는 우려도 낳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보고 보여주는’ 새로운 이동통신의 속성과 함께 재미와 즐거움, 엔터테인먼트 등의 이미지를 압축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작들을 모두 제칠 수 있었다.

김 팀장은 “통상 브랜드를 만들 때는 인위적인 작명을 하기 마련인데 ‘쇼’는 보통명사를 과감하게 채택한 경우”라며 “그만큼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내용을 가장 알차게 나타내는 데 ‘쇼’만한 브랜드가 없었던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요즘 세 살배기 꼬마들도 중얼거린다는 ‘세상에 없던 세상이 기다리는 쇼를 하라, 쇼’라는 광고 캠페인 슬로건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기획팀과 제작팀이 머리를 싸매고 공동회의를 갖던 중 그 문구가 튀어나왔는데 바로 이거다 싶더군요. 기존 시장과의 단절, 새로움, 놀라움을 잘 표현하는 데다 자연스럽게 고객의 가입을 촉구하는 중의적 의미까지 지녀 그야말로 안성맞춤이었죠.”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브랜드와 슬로건이 확정됐지만 ‘쇼’ 광고 캠페인은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그리고 지난 2월 16일 마침내 ‘쇼’의 탄생을 알리는 두 편의 티저 광고가 TV 화면에 등장했다.

하나는 영국의 세계적인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명에 적힌 ‘우물쭈물 살다가 이렇게 끝날 줄 알았지’라는 유명한 문구에서 모티프를 얻은 ‘지루함의 죽음’ 편이고 다른 하나는 국내 광고 최초로 정자를 소재로 채택해 화제를 낳은 ‘새로운 탄생’ 편이다.

두 TV 광고는 금세 ‘도대체 쇼가 뭐야’ 하는 궁금증을 낳으며 큰 화제를 불러 모았고, 네티즌들의 UCC 소재나 패러디 대상으로도 인기를 끌었다. 호기심을 유발하는 게 최대 목적인 티저 광고로서 소기의 성과를 거둔 셈이다.

“버나드 쇼의 묘비명은 알 만한 사람들은 아는 유명한 말이죠. 그걸 차용해서 한 번 사는 인생 우물쭈물 살지 말고 재미있게 살자는 메시지를 담은 거죠. 또 알파벳과 발음은 다르지만 그의 이름도 마침 쇼(Shaw)이고.”

열흘 남짓 전파를 탄 티저 광고의 바통을 이어 받아 본격적으로 ‘쇼’ 열풍에 불을 댕긴 것은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인 고 백남준 선생을 소재로 삼아 3월 1일부터 내보낸 론칭 광고다. ‘쇼를 하라, 쇼’라는 카피가 유행어가 된 것도 이 광고에서 비롯됐다.

론칭 광고의 소재로는 백남준 선생 외에도 여성에게 최초로 바지를 입힌 디자이너 코코 샤넬이나 하이힐, 비키니 등 수많은 후보가 거론됐다고 한다. ‘쇼’가 가진 혁신의 정신과 철학 등을 상징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인물이나 사물이 대상이었다. 결국 백남준 선생이 선택된 것은 그의 삶 자체가 어느 누구보다 ‘이노베이티브’했던 데다 한국인이라는 점도 고려됐다는 설명이다.

과도한 마케팅 비용 비판도

‘쇼’ 광고 캠페인은 2월 16일 개시된 티저 광고부터 현재 방송되는 광고까지 합쳐 모두 13편이 시청자들을 찾아갔다. 한 달 평균 4편 꼴로 신작 광고를 내보낸 셈이다. 하나의 브랜드에 대해 이처럼 대대적인 광고 물량 공세가 펼쳐지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힘입은 덕분인지 지금까지 ‘쇼’ 광고 캠페인은 상당한 성과를 냈다. 제일기획 자체 분석에 따르면 ‘쇼’는 브랜드 인지도와 광고 호감도 등에서 소비자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당분간 ‘쇼’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한 달 평균 4편씩은 새 광고가 전파를 탈 예정이다. 그만큼 ‘쇼’를 통해 3세대 이동통신 시장을 확실히 선점하겠다는 KTF의 의지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KTF가 ‘쇼’를 띄우기 위한 광고, 마케팅 비용을 너무 많이 써 수익성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그 비용이 결국은 사용자들의 부담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하지만 강렬한 첫 인상을 심어준 ‘쇼’ 광고 캠페인이 차세대 통신대전에서 KTF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17일 현재 ‘쇼’ 가입자가 전국 서비스 두 달 만에 50만 명을 돌파하는 데 캠페인 광고가 큰 몫을 했다. 향후 나올 후속작도 그런 기세를 이어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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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