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대세 상승 분위기 속 "올해 안 달성할 수도" 장밋빛 전망증시 저평가·유동성 풍부·대선 영향 등으로 낙관… 중국 증시가 변수

코스피지수가 연일 최고가를 갱신하며 주가 2,000을 향해 치솟고 있지만 중국 증시(사진)의 거품붕괴에 따른 폭락 위험성도 상존하고 있다.
주식 투자를 조금 오래한 투자자들은 ‘네 자리 숫자’인 코스피지수의 의미가 얼마나 각별한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과거에는 코스피지수가 네 자리 숫자 즉 1,000선을 넘기만 하면 그 위에서 오래 머무르기보다는 금세 꼬꾸라져 버리는 일을 으레 되풀이하였기 때문이다.

코스피지수가 최초로 1,000선을 넘긴 것은 1989년 4월초였는데, 당시 1,007.77까지 올라섰던 지수는 이틀도 채 버티지 못하고 곧장 1,000선 아래로 추락해 버렸다.

그리고도 94년 11월을 비롯하여 99년 7월, 12월에도 코스피지수는 잠시나마 1,000포인트 이상으로 올라와 보기도 하였지만 모두 단명으로 그치고 말았다.

‘세 자리 숫자’를 맴돌던 주가는 재차 힘을 내 2005년 3월에도 1,000선을 돌파했지만 또 2주일 만에 허망하게 네 자리 숫자의 벽을 넘지 못하고 무너지고 말아, 시장의 허탈감을 자아낸 바 있다.

마침내 2005년 6월 30일, 다시 1,000포인트의 벽을 넘어선 지수는 그 이후로는 단 한 차례도 1,000선 이하로 내려가지 않았다. 그동안 주가가 오를 때마다 항시 “너무 많이 올랐다”라는 이유로 조정 혹은 과열을 부르짖는 비관론자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을 비웃기라도 하듯 주가는 꾸준히 상승하여 지수는 현재 1,600선 위에 안정되어 있다.

■ 국내 증구너관계자 대부분 상승 전망

더구나 이제는 1,600선 혹은 1,700선이 문제가 아니라, 그 이상의 주가를 예상하는 시각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증권사들은 물론이고, 외국계 증권사들도 앞다투어 코스피지수가 조만간 2,000포인트를 넘어설 수 있으리라고 전망하고 있다.

심지어 성급한 증권사의 경우는 당장 올해 안에라도 지수 2,000포인트 시대를 맞을 것이라는 장밋빛 보고서를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예컨대 현대증권이 올해 하반기 코스피지수의 목표치를 2,000포인트에 살짝 못 미치는 1,980포인트로 제시하고 있는 것을 필두로 하여, 삼성증권은 지수가 연내 1,950선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으며, 굿모닝신한증권도 하반기 목표치를 이전의 1,720에서 1,900으로 상향 조정하였다.

그리고 교보증권도 하반기 지수의 목표치를 과거 1,780에서 1,850으로 올렸고, 외국계 증권회사인 UBS 증권도 연말 목표치를 1,650에서 1,850으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심지어 그동안 시장에 대하여 다소 보수적인 전망만을 내놓던 대투증권도 올해의 목표치를 최대 1,790으로 제시하였고, 한국증권도 목표지수를 1,800선으로 밝히고 있는 실정이다. 거의 모든 증권사가 만장일치로 코스피지수의 상승을 전망하는 분위기가 되고 있다.

그런데, 코스피지수가 1,500선에 머물러 있던 한 달 전만 하더라도 올해 안에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돌파할 수 있으리라는 ‘과감한’ 예상을 내놓은 증권사는 없었다. 하지만 5월 한 달 동안 코스피지수가 또 올라 1,600선마저 훌쩍 넘어선 상황인지라 이런 분위기에서 증권사들의 시각은 바뀔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처럼 주식시장의 전망이 온통 낙관론 일색이 되고 만 것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첫째, 지금처럼 주가가 오르는 것은 단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세계적인 경향으로서 글로벌 증시의 소위 리레이팅(재평가ㆍre-rating)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최근 경기가 살아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기업들의 실적은 호전될 것으로 기대되는 반면에 금리 수준은 여전히 낮다. 그러므로 낮은 금리 수준에서는 기대수익률을 낮출 수밖에 없고, 그렇게 하여 현재의 주가와 대비한다면 지금의 주가는 여전히 싸다는 평가가 나오게 된다.

금리가 낮은 선진국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이 20배 이상으로 높은 반면, 금리 수준이 높은 이머징 마켓의 주가수익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데서도 이를 설명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 증시도 이제 서서히 선진국형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의미도 된다. 아울러 이제까지 우리나라 주가가 선진국 증시와 비교하여 오르지 못하였던 이유로 제기되던 소위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대한 논의도, 북한 핵문제의 해결이 가시화되면서 점차 사라질 것이므로 최근의 주가 상승에 보탬이 되고 있다는 논리도 충분히 가능하다.

둘째, 시중의 유동성 자금이 적절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증시 외에는 투자 대안이 별로 없다는 현실론도 충분히 논거를 가지고 있다.

그동안 부동산에 몰렸던 자금은 정부의 강력한 억제정책과 세금 부과, 부동산 거품론 등으로 인하여 더 이상 부동산 시장에 머물러 있기 곤란한 상황에 이르렀다.

결국, 개인 투자자들이 주체가 되고 있는 이 같은 부동자금은 증시로 몰릴 수밖에 없고, 그것이 튼튼한 매수 기반으로 작용하여 주가를 떠받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실제로 최근 들어 주가가 꾸준히 올랐으나 주식을 팔고 시장에서 나가는 개인투자자들보다는 오히려 주식시장에 들어오는 개인투자자들이 더 늘어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의 거래 비중도 작년 말의 경우는 40% 내외였으나 점차 증가하여 최근에는 거의 60%를 넘어서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셋째, 증시 내외적으로 호재를 쉽사리 찾을 수 있다. 당장 경기 회복으로 인하여 기업 실적이 좋아지리라 기대되는 것부터 강력한 호재인 데다 연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들이 내놓을 성장 위주, 기업친화 성향의 경제정책의 기대감도 주가 상승에 한몫을 하고 있다.

거기에다 이제는 중국 발 쇼크나 미국의 기습적인 금리 인상 등 웬만한 악재에도 불구하고 흔들리지 않는 튼튼한 우리나라 증시의 체력도 낙관론을 뒷받침하는 좋은 배경이 된다.

■ 콜금리 인상 땐 잠재적 악재 될수도

물론 지금처럼 증시 전망에서 낙관론이 다수라고 하여 주가가 반드시 오른다는 보장은 없다. 소수의 비관론이 결국은 들어맞았던 예도 과거에는 수없이 많다.

만일 주가가 조정을 만나거나 혹은 하락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중국 증시의 버블 논란에서부터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주가가 많이 올랐으나 그것이 단지 버블이라고 단정할 수만은 없다.

중국의 성장 잠재력이 너무나도 크기 때문이다. 하여간 만일 중국 증시가 현 수준에서 큰 폭으로 추락한다면 우리 증시에도 충격으로 작용할 잠재적인 위험이 될 것이다.

또한 하반기 국내 경기가 회복되면서 콜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주에 발표된 4월중 산업생산지수는 시장의 예상치보다 높은 증가세를 기록하였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한국은행은 인플레 심리를 차단하기 위하여 금리를 손댈 공산이 있고, 이는 주식시장에는 잠재적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그리고 예컨대 예상과는 달리 기업 실적의 호전세가 미미하다거나, 미국 등 선진국 증시가 동반 하락한다거나 등 잠재적인 악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증시의 분위기는 좋다. 그렇다면, 코스피지수가 1,000 수준으로 확고히 올라선 때가 불과 2년 전의 일인데, 과연 지수 2,000을 올해 안에 볼 수 있을까?

지수가 2,000이 된다면 작년 말의 지수 1,379에 비하여 45% 상승한 셈. 쉽게 도달할 수는 없겠으나 과거의 예로 보아 1년 동안 지수가 40% 이상 상승한 예가 8번이나 있었으므로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증시 분위기가 내내 지금 같다면야 한번 기대해 볼 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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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근 메버릭 코리아 대표 jaykki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