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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집안싸움에 중소업체 피멍 들겠네
여행사 롯데 JTB 출범, 롯데닷컴과 일본 JTB 합작 법인 설립… 아웃바운드 사업 '공룡'으로 등장
신격호 회장 매제 운영 롯데관광 당록, 롯데 그룹과 결별→ 경쟁 본격화

“롯데관광이 있는데 롯데가 또 다른 여행사를 만든다고? 롯데닷컴이 여행사였나? 롯데JTB는 어떤 회사야?”

최근 롯데의 여행업 진출 소식을 들은 이들이 갖는 생각이다. 롯데그룹이나 여행업계 속사정을 모르는 일반인 대부분은 영문도 모르고 같은 ‘롯데’라는 이름에 헷갈리기 십상이다.

롯데닷컴을 앞세운 롯데그룹이 최근 새로이 여행업에 진출한다고 발표하고 또 여행업계가 거세게 반대 투쟁에 나서면서 이를 둘러싼 역학관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리고 얽히고설킨 복잡 방정식의 상수와 변수는 롯데그룹과 롯데관광, 하나투어, 그리고 관광협중앙회와 일반여행업협회(KATA) 등이다.

여행업계에 롯데라는 이름을 거론할 일이 부쩍 늘어난 것은 지난 5월부터다. 롯데그룹의 자회사인 롯데닷컴이 일본 여행업계의 최대 기업인 JTB와 50 대 50 합작법인인 롯데JTB를 설립, 자본금 50억원 규모로 7월 1일부터 여행업에 진출한다고 발표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하지만 이 소식을 접한 국내 여행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면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회장 신종목)는 지난 5월 22일 기자회견을 갖고 “롯데JTB의 영업이 시작되면 국내 군소여행사가 고사할 것이며 결국 소비자의 피해를 가져온다”고 주장하며 롯데의 여행업 진출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시끄러운 와중에 겉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가장 곤혹스런 입장이 된 곳은 롯데관광. 이미 롯데 브랜드를 사용해온 지 워낙 오래된 데다 롯데JTB나 롯데닷컴과 이름부터 중첩되기 때문이다.

■ 롯데관광·하나투어 등 타격 불가피

롯데관광은 신격호 회장과 남매지간인 막내 여동생 신정희 씨의 남편 김기병 회장이 운영하는 여행사다. 김 회장이 여행업에 나섰을 때부터 신 회장으로부터 양해를 받아 롯데 명칭을 그대로 사용해왔다.

1970년대 일본 관광객의 증가로 관광수입이 늘어나는 시점에 출범한 롯데관광은 지금은 국내여행업과 전세버스업까지 갖춘 국내 최고 수준의 종합여행사로 성장했다. 자체적으로도 건설사, 면세점 등도 운영하는 그룹으로 발돋움했지만 롯데그룹과는 무관하다.





때문에 롯데그룹의 이번 여행업 진출 선언으로 롯데그룹과 롯데관광은 새로운 경쟁 국면을 맞게 됐다. 일각에서 롯데그룹과 롯데관광과의 ‘집안싸움’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일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실 알고 보면 롯데그룹과 롯데관광의 ‘결별’이라 할 만한 일이 일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2000년 롯데그룹이 롯데닷컴을 설립하면서 여행업을 자체적으로 벌이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이때부터 롯데그룹은 계열사에서 발생하는 출장이나 여행 등 발주 물량을 롯데관광에서 하나투어로 바꿔나가기 시작했다. 롯데관광 입장에서는 종전 롯데그룹 계열사로부터 자연스레(?) 주어지던 물량이 고스란히 빠져나가 버린 것.

롯데그룹과 롯데관광 간의 밀월 관계에 틈새가 더 벌어진 것은 면세점 분야에서도 드러난다. 롯데호텔이 수년 전 면세점 사업을 시작하자 동화면세점 등 기존 면세사업을 벌이고 있던 롯데관광 측에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롯데관광 측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는 묵묵부답이다. 공식적인 입장을 자제하고 롯데관광이 거론되는 것조차 극구 사양할 정도다.

행여 집안 싸움으로 비쳐져 ‘긁어 부스럼’을 만들까봐 조바심을 내는 듯하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롯데JTB가 7월부터 영업을 시작하면 앞으로 아웃바운드 시장에서 롯데그룹과 롯데관광이 ‘피 터지는’ 경쟁을 벌이게 될 것은 분명하다.

실제 여행사업에서 롯데그룹과 롯데관광과의 결별이 본격화된 것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는 것도 주변의 여행업계로부터다.

나름대로 국내에서 최고 여행사로 성장,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는 롯데관광이 롯데JTB의 출범으로 ‘가슴 아픈’ 시련을 맞게 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일견 동정어린 시선을 받고 있지만 롯데관광은 여전히 묵묵부답,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롯데그룹의 여행업 진출로 발등에 불똥이 튄 곳은 하나투어다. 롯데그룹이 롯데관광과 결별하면서 어부지리로 대량의 여행 물량을 받아왔지만 앞으로는 미래를 장담할 수 없게 된 것. 롯데JTB가 본격 활동에 나서게 되면 기존에 롯데닷컴의 물량은 모두 롯데JTB로 넘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하나투어가 롯데닷컴으로부터 주문받은 물량은 하나투어 전체 매출의 1% 가량으로 여행업계에서 추산한다. 하나투어가 지난해 매출 1,60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니 예상이 현실화된다면 타격을 받을 규모는 20억원 정도.

여행업의 특성상 순익 부분만 매출로 잡히는 것에 비춰 볼 때 결코 적은 금액은 아니다.

이에 대해 하나투어는 “롯데JTB가 금방 도매여행사를 필요로 하지 않는 중대형 여행사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며 “주문 물량도 한꺼번에 빠져나갈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보이고 있다.

■ 업계 반발 속 롯데 측 "예정대로…"

여행 관련 협회나 단체들의 입장도 부분적으로 엇갈리는 측면도 있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와 국외여행업위원회, 국내여행업위원회는 5월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롯데JTB 설립과 관련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여행수지 적자가 심각한 가운데 대기업이 외국 기업과 손잡고 국내 여행객을 외국으로 내보내는 사업을 한다는 것은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일관된 입장. 현재 롯데JTB는 인바운드에 대한 계획 발표가 없이 아웃바운드 사업에만 치중할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반면 일반여행업협회(KATA)는 관광협회중앙회와 같은 입장을 보이면서도 강도를 달리하고 있다.

이는 KATA가 롯데닷컴과 롯데관광 모두를 회원사로 껴안고 있는 협회이기 때문. 또 KATA는 일본JTB와도 긴밀한 교류 관계를 갖고 있어 일방적으로 몰아붙이지 못하고 있는 지경이다. 때문에 관광협회중앙회가 중심이 된 기자회견에도 KATA는 참석하지 못해 구설에 올랐다.

“그동안 롯데호텔과 롯데면세점, 백화점 등에 기존 여행사들이 공헌해 온 바가 없지 않는데 롯데가 여행사까지 차리겠다는 것은 상도의는 물론 국민 정서상으로도 옳지 않으니 자제해 달라”는 공문 편지를 KATA가 롯데에 보낸 것이 최선의 압박책.

업계 전반의 입장과 의견에 공감하지만 신중하게 처리돼야 할 사안에 지나치게 감정적, 정치적 대응은 자제한다는 것이 KATA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롯데닷컴 측의 입장은 아직 요지부동이다. 예정대로 7월부터 영업을 개시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롯데닷컴 측은 “시장 원리를 존중해야 하는 경제 상황에서 협회 등의 주장은 일부 억지스러운 측면이 없지 않다”며 “롯데그룹은 공과 사를 분명히 하려고 노력하는 입장”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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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7/06/11 12:39




박원식 차장 par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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