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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엔-원 환율 '속수무책'
외환당국 개입하더라도 엔화 약세땐 원화 자동으로 강세
日서 금리인상해야 진정 가능… 국내 수출기업들 발만 동동



엔화약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외환은행 직원이 엔화를 세고 있다. 김주성 기자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이 해외시장에서 엔화 약세 여파로 가격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자동차 수출전용 부두에서 선적을 기다리는 자동차들.

지난 6월 4일, 산업자원부와 수출업체들은 ‘엔-원 환율 하락에 대응한 민관합동 수출대책회의’를 개최하였다.

엔-원 환율은 연일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어서 이로 인하여 일본에 수출하는 업체들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히는 것은 물론이고 세계 시장에서 우리나라 상품의 일본제품과의 상대적인 경쟁력도 떨어지는 형편이다.

회의에 참석한 수출업체 대표들은 정부에 대하여 엔-원 환율 하락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하였다.

1999년 중반 이후 5년 이상, 시장에서는 100엔=1,000원의 비율이 유지되었다.

상당기간 엔-원 환율이 안정세를 이어오면서 일각에서는 100엔=1,000원을 ‘황금비율’이라고 지칭하였을 정도다. 당시에는 엔화가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달러에 대하여 강세를 보이면, 우리나라 원화 환율도 덩달아 달러에 대하여 강세를 보였고, 반면 엔화가 약세로 기울면 원화도 자연스럽게 약세로 기울어서 엔-원의 비율은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

그러나 2005년 초에 황금비율이 무너지고 난 이후에는 일방적으로 엔화 약세, 원화 강세의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이제는 엔-원 환율이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여도 별달리 뉴스거리도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며, 환율에 따라 채산성이 민감하게 영향을 받고 있는 수출기업들만 죽을 지경이다.

■ 대일 수출증가율 둔화

지난주, 엔-원 환율은 100엔당 760.50원을 기록하며 아슬아슬하게 760원 선을 지켰다. 하지만 이런 추세라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간주되는 760원 선이 무너지는 것도 시간문제로 여겨진다.

IMF 금융위기 이후 엔-원 환율의 최고치는 2004년 1월 5일에 기록하였던 100엔당 1,123.79원이었고, 그때부터 내내 하락세를 보였다.

3년 5개월 만에 원화는 엔화에 대하여 무려 32.3%나 평가 절상되었다는 말이다. 거꾸로 엔화는 그만큼 원화에 대하여 약세를 보인 셈. 똑같은 조건이라면 엔화로 표기되는 제품의 가격은 3년 5개월 이전에 비하여 32.3%나 싸진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우리 제품이 일본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고, 또한 국제시장에서 우리나라 수출 제품이 일본제품과 비교하여 가격경쟁력이 저하되는 것도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실제로 통계가 증명하고 있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4월까지 우리나라 제품의 대 일본 수출증가율은 1.1%에 머물렀다. 작년 같은 기간의 10.4%보다 크게 낮은 수치이다.

또한 대 중국 수출 증가율(19.2%)이나 대 미국 수출증가율(10.5%)에 비하여서도 현저하게 뒤처진다. 일본으로의 수출은 늘어나지 못한 반면, 일본에서의 수입은 엔화 약세 덕택으로 크게 늘어났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대일 무역적자는 101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엔-원 환율이 하락함에 따라 국제시장에서 일본제품에 대한 가격경쟁력이 악화되고 있는 대표적인 우리나라 제품은 승용차와 철강이다.

미국에서 우리나라 자동차의 일본 자동차 대비 상대가격은 2005년 초 1.21에서 올해 초에는 1.36으로 뛰어 올랐다. 우리나라 자동차의 가격이 일본 자동차에 비하여 2년 만에 12.4%나 비싸졌다는 의미이다.

원화는 강세인 반면에 엔화는 약세이다보니 일본 자동차는 가격을 내릴 수 있었지만 우리나라의 대 미국 수출 자동차는 가격을 되레 올릴 수밖에 없었던 탓이다. 또한 철강제품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일본 제품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 철강제품의 상대가격은 2005년 0.97에서 올해 1.01을 나타내고 있다. 역시 우리나라의 철강제품이 일본 철강제품보다 오히려 더 비싸졌다는 뜻이다. 엔-원 환율의 영향이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는 사례이다.

우리나라가 IMF 금융위기를 맞기 직전, 엔-원 환율의 최저치는 1997년 10월 15일에 기록된 100엔당 752.45원이었다. 현재 아슬아슬하게 유지되고 있는 100엔당 760원이라는 마지노선이 무너진다면 10년 만에 750원 이하로 내려가는 상황도 감수해야 할지 모른다.

더구나 외환시장의 전문가들은 현재의 상황에서는 엔화는 상당기간 약세를 나타낼 공산이 높은 반면에 원화는 다른 통화에 비하여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어서 엔-원 환율의 하락 추세는 어디가 바닥이 될지 가늠할 수 없는 처지가 되고 있다.

그런데, 민관합동 수출대책회의를 열 정도로 정부나 수출업체가 엔-원 환율 하락에 따른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으나, 현 상황에서 이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만한 뾰쪽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왜냐하면 엔-원 환율은 재정환율(arbitrated rate)이기 때문이다. 재정환율이란 외환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의하여 독자적으로 형성되는 환율이 아니라, 다른 통화들의 움직임에 따라 간접적으로 형성되는 환율을 말한다.

엔-원 환율의 경우, 국내 외환시장에서 독자적으로 형성되지 못하고, 달러-원 환율과 달러-엔 환율에 의하여 간접적으로 구해진다. 예를 들어 외환시장에서 형성되고 있는 환율이 1달러=925원이고 1달러=120엔이라면 엔-원 환율은 1엔=925÷120원, 즉 100엔=770.93원으로 정해지는 식이다.

따라서 달러-원 환율이 하락하여도 재정환율인 엔-원 환율이 하락하는 요인이 되지만, 설령 달러-원 환율이 가만히 있더라도 달러-엔 환율이 상승하면(즉 엔화가 달러에 대하여 약세를 보이면) 엔-원 환율이 하락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정부나 한국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하여 엔-원 환율을 안정시키고자 하여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외환당국으로서는 달러-원 환율 외에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 외환시장에 개입하여 아무리 달러-원 환율을 상승(즉 원화를 달러에 대하여 약세)하도록 만들어도 국제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이 달러-원화 상승폭 이상으로 올라버리면 아무 소용이 없다.

결국, 외환 당국으로서도 엔-원 환율 하락에 따른 문제의 심각성은 인정하지만 이를 마땅히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더 큰 고민거리이다. 그러기에 엔-원 환율이 상승하려면 달러-원 환율의 안정을 도모하면서, 국제 외환시장에서 엔화의 가치가 상승하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 당분간 엔화 하락 지속 전망

외환전문가들은 당장에는 일본의 엔화가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은 낮다는 데에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엔화의 낮은 금리를 이용하는 엔 캐리 트레이딩이 성행하고 있기에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엔화는 엔 캐리 트레이더들의 엔화 매도 압력으로 인하여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특별한 사유’란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을 촉발할 수 있는 요인을 말한다. 이를테면 엔화의 급격한 금리 인상 혹은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투자되고 있는 증시나 부동산 같은 글로벌 자산시장의 급격한 붕괴 등이 될 수 있다.

최근 중국 증시가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는 있으나, 이것이 당장에 엔 캐리 트레이드를 청산할 정도로 심각한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또한 부동산 등 글로벌 자산시장이 급격히 악화될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

다만 일본의 경우에 서서히 경기가 살아나고 있고, 이에 따라 소비회복도 가속화되는 상황이므로 조만간 인플레 압력도 가시화되리라 예상되고 있다.

특히 정치적인 이유가 많이 작용하면서 일본의 금리 인상이 지연되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하반기 이후 인플레 압력이 높아지면서 일본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럴 경우에만 비로소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청산되고, 엔화는 점차 강세로 돌아서리라 예상된다. 결국, 당분간은 엔-원 환율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모습은 보기 어려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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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7/06/11 12:50




김중근 메버릭 코리아 대표 jayk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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