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다임에 변화단순 후원에서 벗어나 적극적 마케팅으로 업그레이드, 뮤지컬·음악회·서커스 등 다양

블리자드 오케스트라
단순한 후원자에서 이젠 문화 상품의 아이콘으로….

공연과 전시 활동 등을 지원하는 기업의 ‘문화 예술 마케팅’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문화 예술 활동을 단순히 지원하던 종전의 형태에서 벗어나 신제품의 브랜드명으로 삼아 프로모션에 나서거나 제품이나 기업 이미지를 문화 예술과 동일시하는 추세가 최근 두드러지고 있는 것.

이전 방식이 마지 못해 문화활동을 후원하던 수동적 마케팅이었다면 최근의 형식은 좀 더 업그레이드된 공격적, 적극적 마케팅 기법으로 받아들여진다.

뮤지컬 <대장금> <아이러브유> <에비타>, 연극 <이> 등…. 딱히 공통점이라곤 찾아보기 힘든 이들 공연에는 동일한 한 가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바로 ‘래미안 W콘서트’다. 삼성건설 래미안이 펼치고 있는 문화 마케팅 현장의 브랜드명이다.

최근 뮤지컬 붐과 함께 래미안 W콘서트에 대한 주부들의 관심도 부쩍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매달 추첨을 통해 입주 고객들을 공연에 초대하는 행사.

20대 여성이 주를 이루는 일반 뮤지컬 공연장과 달리 래미안 W콘서트 공연장은 30~40대 주부들이 꽉 메우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뮤지컬 <대장금>의 경우 7,000명 이상이 응모해 2,000명이 추첨으로 선정됐을 정도다.

가격이 만만치 않을 텐데도 많은 주부들이 대거 공연장으로 몰려든 까닭은 모두가 초대를 받았기 때문. 실제로 주부들 사이에서는 벌써 ‘래미안 아파트에 사는 친구가 부럽다’는 말이 자연스레 오간다. 래미안으로서는 기존 고객뿐 아니라 잠재 고객까지 자연스럽게 확보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얼핏 보면 입주 고객 관리 차원의 서비스로만 보이는 W콘서트는 ‘주부들의 문화나들이’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삼성물산 마케팅팀 조희경 차장은 “W콘서트의 경우 브랜드 이미지를 직설적으로 홍보하는 단발성 행사보다 ‘래미안에 살면 이렇다’라는 것을 우회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고객에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래미안 W콘서트를 거쳐간 공연들은 대부분 예술성과 상업성이 적절히 조화된 수준작으로 평가받은 것이 많다. 이는 삼성 래미안 측이 공연의 질이 브랜드 이미지와 직결된다고 인식하고 작품 선정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인 때문이다.

삼성 래미안의 대장금 공연
전 프리연주

최근 LG전자가 TV 광고를 통해 선보이고 있는 LCD TV ‘퀴담’은 예술 문화 마케팅을 광고와 브랜드명으로까지 승화시킨 대표적 사례로 손꼽힌다. 이 TV는 화면이 그려지는 판넬과 받침을 이어주는 둥그런 링 모양의 목받침 이미지가 세계적인 서커스 ‘퀴담’을 연상토록 한 것이 기본 컨셉트이다.

서커스에서 둥그런 링이나 원통이 많이 사용되고 있는 데다 TV에 사용된 원통형의 목받침이 ‘퀴담’ 서커스 이미지에 잘 부합된다는 느낌에서 그대로 브랜드명과 광고로까지 이어졌다. 광고 출연에도 퀴담 출연자들이 직접 등장했다.

실제 이 제품이 나오기 전까지 대부분의 LCD TV 받침은 납작한 일자(ㅡ字) 기둥형이 거의 대부분. LG전자 측은 또 한번 감성적이고 트렌디한 디자인을 선보이면서 이를 예술 마케팅과 브랜딩으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퀴담’은 LG전자가 메인 스폰서로 참여해 국내에서 벌어진 공연. LG전자 측은 처음 계약 때부터 공연자 측인 캐나다 ‘태양의 서커스’로부터 제품 브랜딩과 마케팅에 대한 일체의 권한을 패키지로 묶어내는 등 미래를 내다보는 감성 마케팅을 선보였다는 평가를 업계로부터 받고 있다.

LG전자의 퀴담TV

윤인덕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 차장은 “퀴담의 디자인과 브랜드로 LCD TV시장에서 새로운 블루오션을 여는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며 “단순한 받침대 모양과 색상에 변형을 준 것 같지만 퀴담 제품과 광고 등이 LCD TV에 대한 전체 이미지를 종전과 크게 달라 보이게 한 것이 차이점”이라고 설명한다.

올 봄 양재사옥 로비에 상시 예술전시공간을 설치한 현대ㆍ기아차그룹은 현대차의 문화예술 브랜드 ‘H·art’를 이어 런칭시켰다. ‘H·art’는 국내 유일의 기업 문화 예술 활동을 마케팅 차원으로 특화한 전문 브랜드라는 것이 현대차 측의 자평. 현대차는 앞으로 각종 문화 예술 활동을 ‘자동차와 예술이 만난다’는 컨셉의 ‘H·art’ 브랜드로 보다 효과적이고 지속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현대차 그룹은 한발 앞서 지난 3월 양재사옥 로비에 예술 전시공간인 ‘양재 아트리움’을 개관했다. 사옥의 중심이자 얼굴인 로비가 고객과 임직원을 위한 문화의 쉼터로 거듭난 것. 사무적이기만 했던 공간을 새로운 도심 속 문화공간으로 탄생시키면서도 순수 예술 전파에 앞장선다는 이미지까지 얻고자 한 것이 변신의 취지다.

개관 기념으로 김창열, 박성태, 이용덕 등 대표적 현대미술작가 3인을 초대, 창조적인 도전정신으로 세계로 뻗어나가는 현대·기아차그룹의 기상을 에너지의 이미지로 표현한 ‘Energy-에너지전’을 선보였다.

현대차는 앞으로 다양한 주제의 전시회를 계속 개최할 예정이다. 정몽구 회장도 “H·art라는 이름의 새로운 현대차 문화 예술 브랜드를 통해 자동차와 미술품의 조화와 공존을 꾀하고 문화 예술 활동으로 고객과 ‘누리는 즐거움’을 공유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현대차는 ‘H·art’의 첫 번째 행사로 4월부터 두 달간 서울, 부산 등 주요 도시 5곳의 현대차 판매점에서 ‘갤러리 H·art - 현대자동차와 현대미술의 만남’ 순회 전시회를 펼치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도 매주 토요일 오후 6시 국립극장 내 문화광장에서 펼쳐지는 ‘2007 국립극장 토요문화광장’을 ‘르노삼성자동차와 함께하는 시간’으로 브랜드화고 있다.

르노삼성 남산 공연 토요문화광장

이 행사 역시 온가족이 즐길 수 있도록 르노삼성이 후원하는 무료 야외 공연. 가정의 달인 5월부터 올 9월 29일까지 매주 마술, 오케스트라, 아카펠라, 비보이(B-boy) 힙합댄스 등 다양한 장르의 고품격 문화 공연을 선사하는 문화 축제의 장으로 꾸미고 있다.

르노삼성이 2001년부터 매년 후원하고 있는 토요문화광장은 공연 문화의 문턱을 낮추고 무료 문화행사의 질을 높여 한국 대중 문화 예술의 대표적인 무료 야외공연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1만 1,000여 명이 공연을 관람했으며 지금까지 무려 33만 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했다.

다양한 장르의 갖가지 공연을 시민들에게 선사하는 동시에 르노삼성은 SM시리즈를 현장에 전시, 관객들이 차량을 직접 살펴볼 수 있는 프로모션의 기회로도 활용하고 있다.

르노삼성 커뮤니케이션 본부장 조돈영 부사장은 “남산의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하는 가운데 온가족이 즐길 수 있는 공연을 선사하는 문화 축제의 장으로서 자리를 확고히 했다”고 평가한다. 특히 올해에는 마임, 타악 퓨전, 발레, 재즈, 오케스트라에 이르기까지 더욱 풍성한 문화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향후에도 지속적인 문화 예술 후원을 통해 단순히 차를 만드는 회사가 아닌 문화를 전파하는 기업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르노삼성의 복안이다.

예술과 음악, 문화를 메인 마케팅 툴로 삼는 것으로 이름난 코냑의 명가 헤네시도 올해 전 세계적으로 ‘(Hennessy Artistry)’를 런칭시켰다. ‘음악과 헤네시 꼬냑의 믹스’가 주제인 이 글로벌 프로젝트는 창조적인 뮤지션들을 한자리에 모아 다양한 음악과 무드, 스타일 그리고 문화의 뜨거운 퓨전을 보여주며 헤네시와 함께 하도록 하는 것.

헤네시 아티스트리

전 세계 대도시에서 진행 중인 는 이달 서울에도 상륙할 예정이다. 22일 서울 저녁 서울 청담동의 S바에서 행사를 여는 것. 모엣 헤네시 코리아 제임스 페이튼 대표는 “ 또한 사람과 사람, 그리고 세계를 잇기 위해 음악과 헤네시라는 두 매개체를 함께 가져옴으로써 글로벌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지난 5월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펼쳐진 블리자드의 게임축제 ‘2007 월드와이드 인비테이셔널(WWI)’에서 국내 처음으로 선보인 비디오 게임스 라이브(VGL)의 국내 첫 무대 역시 음악을 통한 게임의 브랜드화로 요약된다.

‘게임과 오케스트라가 만났다’는 평가를 받는 비디오 게임스 라이브는 세계적인 게임 작곡가로 이름을 날린 토미 탤러리코와 잭 월이 2002년 결성한 게임음악 전문 오케스트라.

미주, 오세아니아, 아시아를 거쳐 세계 7만 5,000명의 관객들을 직접 만나 공연을 할 만큼 유명한 그룹이다. 비디오 게임 음악을 정통 심포니로 공연하는데 게임 음악을 오케스트라 관현악으로 연주하고 레이저 등 다양한 특수 효과와 비디오 영상을 통해 화려한 볼거리와 재미를 더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국내에서는 해외에서 연주된 워크래프트의 비디오 게임스 라이브 공연 동영상이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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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문화브랜드 H-art 런칭

박원식 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