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정보 제공은 기본… DMB 수신 등 다양한 서비스 갖춘 단말기 보급

자동차가 똑똑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운전자가 핸들을 돌리는 곳으로만 묵묵히 굴러갈 뿐이었지만 이제는 운전자에게 갈 길을 알려주는 단계까지 진화했다. 모든 게 차량용 내비게이션(Navigation) 시스템이 널리 보급된 덕분이다.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차량의 현재 위치에서 목적지까지의 거리와 교통상황 등을 고려해 최적의 경로를 운전자에게 안내하는 도로 및 교통정보 제공 시스템을 말한다.

위성항법시스템(GPSㆍGlobal Positioning System)으로부터 전파를 받아 현재 위치를 계산하는 수신기, 도로 및 경로 정보를 제공하는 전자지도, 교통상황을 감안해 최적 경로를 계산해 안내하는 소프트웨어 등으로 구성된 내비게이션 단말기가 그 같은 재주를 부린다.

과거 내비게이션 단말기는 고가 차량의 상징처럼 여겨졌지만 몇 해 전부터 가격이 인하되고 편리성이 알려지면서 운전자들 사이에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자료에 따르면 국내 내비게이션 단말기 시장은 2004년 20만대에서 2006년 120만대로 불과 2년 만에 6배나 커지는 급신장세를 보였다. 금액 기준 시장 규모는 약 5,000억원대로 추산된다.

올해에도 성장세는 지속돼 시장 규모가 약 150만대에 달할 것으로 ETRI는 추정한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적게는 180만대에서 많게는 200만대 이상 규모가 될 것이라는 보다 낙관적인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이처럼 내비게이션 시스템 보급이 가속화하는 데는 단말기 기능 향상이 큰 몫을 하고 있다. 특히 길 안내라는 기본기능 외에 다양한 부가기능을 탑재한 단말기들이 속속 출시되면서 운전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전문가들은 2006년 단말기 시장이 크게 성장한 주된 요인으로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수신이 가능한 7인치 단말기 제품의 출시를 꼽고 있다. 이런 추세에 따라 내비게이션 단말기 시장은 이제 다양한 디지털 기기들을 한곳에 융합한 이른바 ‘컨버전스’ 제품이 대세로 자리잡았다.

최근 단말기 제조업체들이 쏟아내는 신제품의 대부분은 대체로 4가지 이상의 기능을 장착하고 있다. 그 중 가장 보편적인 유형은 내비게이션을 기본으로 휴대형 멀티미디어 플레이어(PMP), DMB, MP3플레이어 등을 한 데 조합한 제품이다. 나아가 차계부, 게임, 일정관리 프로그램 등 더욱 다채로운 기능을 포함한 컨버전스 단말기도 출시되고 있다.

요즘 내비게이션 시장의 또 다른 이슈는 교통 및 여행정보 서비스(TPEGㆍ Transport Protocol Expert Group)의 등장이다. TPEG는 DMB 등 디지털방송 매체를 활용해 ▲실시간 교통정보 ▲주변지역 정보 ▲주요도로 소통정보 등을 운전자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지난해 현대오토넷은 지상파DMB 수신기에 TPEG를 적용한 다이내믹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단말기는 막히는 길을 우회하는 경로를 안내할 뿐만 아니라 전국 주요 도로의 구간별 소통상황을 운전자가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그래픽 정보로 제공한다.

내비게이션 단말기 업계에서는 TPEG가 또 하나의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 DMB 사업자와 단말기 업체간 사업 제휴가 이미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와 함께 앞으로는 통신 기능이 차세대 내비게이션의 또 다른 핵심 기능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현재는 정보를 받기만 하지만 조만간 정보를 주고 받는 단말기가 주류로 떠오른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고속하향패킷접속(HSDPA)이나 블루투스(휴대폰, 컴퓨터 등 디지털 기기 사이의 근거리 무선통신), 휴대인터넷(와이브로) 기능 등을 추가하는 방안이 곧 현실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내비게이션 단말기 업체 김정훈 차장은 “앞으로 내비게이션은 휴대인터넷 등 통신기능을 추가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며 “이에 맞춘 단말기 개발을 이미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컨버전스 추세와는 별도로 운전자에게 도로 정보를 보여주는 디스플레이 기능도 진보하고 있다. 내비게이션은 처음 등장했을 때 평면지도와 같은 2차원 전자지도를 기반으로 한 디스플레이 방식이었지만 이후 실세계와 유사한 입체감을 주는 3차원 그래픽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

하지만 그래픽 방식 역시 운전자가 현실감을 갖는 데는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실제 세계의 정보를 3차원으로 구축하는 데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실사(實寫) 영상을 기반으로 그 위에 그래픽 등의 부가정보를 표시하는 이른바 ‘증강현실 기법’이 유력한 차세대 방식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방식은 미리 촬영한 비디오 자료 또는 차량에 장착된 카메라를 통해 실시간으로 얻는 영상 정보를 그대로 활용하는 것이다.

현재 독일의 지멘스 사와 일본의 구마모토 대학 등에서 증강현실 기법을 활용한 차세대 내비게이션 기술을 연구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ETRI가 2005년부터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르면 2010년쯤 기술개발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실사 영상 내비게이션은 단말기 형태뿐 아니라 세계 주요 자동차 메이커들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HUD(Head Up Display) 시스템으로도 제공할 수 있다.

HUD는 대시보드에 장착된 프로젝터에서 빔으로 각종 차량운행 정보를 운전석 앞 차창에 투영하는 방식의 장치를 말한다. HUD는 운전자의 시선을 전방으로 고정시키기 때문에 주의 태만으로 인한 사고 가능성을 예방하는 장점을 지녔다.

전문가들은 내비게이션이 차세대 지능형 자동차의 핵심 장치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첨단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해 운전자에게 다양한 정보와 편의를 제공하는 ‘텔레매틱스’ 서비스를 구현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ETRI 텔레매틱스콘텐츠연구팀 조성익 팀장은 “멀지 않은 미래에 자동차는 차체에 부착된 센서와 제어장치 등을 통해 스스로 운행과 위치제어 등을 할 수 있게 된다”며 “그러려면 사람의 두뇌 역할을 할 장치가 필요한데 현재 추세라면 각종 기능을 융합해 나가는 내비게이션이 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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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