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수출 확대 등 이유로 올 하반기 성장률 소폭 상향 조정민간소비 부문 완만한 회복… 설비·건설 투자 증가세는 둔화될 듯

7월 10일 한국은행은 ‘2007년 하반기 경제전망’이라는 자료를 통하여 올해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한국은행은 작년 12월 발표한 ‘2007년 경제전망’에서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4.4%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번 발표는 당초 예상한 수치에 비하여 소폭 상향 조정한 셈이다.

한국은행은 당초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상반기에는 다소 낮고 하반기에 다소 높아지는 상저하고(上低下高)의 양상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하였다.

그래서 작년 말의 경제전망에서는 올해 상반기의 경제성장률이 4.0%에 그치겠지만, 하반기 들어 성장률이 4.7%로 다소 호전될 것이고, 그 결과 전체적으로 올 한해 경제성장률이 4.4%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당초 예상보다 올 상반기 수출이 호조를 보인 데다 내수 회복 속도가 빨라지면서 상반기 성장률은 작년 연말 예측치 4.0%를 웃도는 4.4%를 나타낸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은행이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을 상향 조정하게 된 것도 그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세계 경제의 호조로 당분간 수출이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은 부산터미널 컨테이너 야적장.

다만 한국은행은 이번 자료에서 하반기 경제성장률은 당초 밝힌 대로 4.7%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올해 전체 경제성장률이 다소 높아진 것은 상반기 경제가 예상보다 ‘약간’ 더 좋았기 때문이지 앞으로의 경제가 크게 좋아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은 아니다.

한국은행 자료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올해 하반기 세계경제는 견실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경제는 주택경기 부진으로 성장세가 둔화되겠지만 유럽과 일본경제가 전년 수준의 성장률을 유지하는 가운데 중국경제는 고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원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 불안은 지속될 것이며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로 주요국이 추가로 금리인상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중국, 일본, 유럽지역 등이 올해 안에 한두 차례 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다만 미국의 경우 주택경기 부진 등으로 올해 하반기에는 금리동결 전망이 우세하지만 일부에서는 인상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경제여건은 최근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주가상승으로 소비심리가 개선되고 있으며 설비투자 지표도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내 기계수주가 크게 증가하면서 설비투자 조정압력이 확대되는 가운데 운수장비 투자와 관계가 깊은 서비스업이 견조한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한국은행은 밝혔다.

올 하반기 민간소비도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할인행사에 몰린 소비자들.

건설 분야의 경우는 토목과 주택 시장이 다소 엇갈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토목 건설은 상반기 꾸준히 증가세를 보인 데다 하반기에도 기업도시, 행정중심복합도시, 혁신도시 등 주요 국책사업의 착공으로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주택 건설은 주택시장 규제, 지방의 미분양주택 증가 등 영향으로 회복세가 미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하반기 경제를 전망해본다. 먼저 민간소비는 소득여건 및 소비심리가 개선되고 있는 반면 자영업 부진과 가계채무 부담 등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내 상반기 4%의 증가세가 하반기에는 4.1%로 소폭 호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설비투자는 경기 상승세 지속 및 사무용기기 수요의 급증 등에 힘입어 늘어나겠지만, 은행권의 ATM, CD 대체수요의 일단락 등으로 하반기에는 상반기의 10.6%보다 상당히 둔화된 4.5%의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건설투자는 신도시 기반공사 착공, 비주거용 건축의 개선 등 증가요인이 있는 반면, 주택경기의 회복세가 미약한 데다 상반기에 SOC 건설투자가 집중된 까닭에 하반기에는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수출은 환율하락(원화강세)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의 견조한 성장세에 따른 해외수요 호조 덕분에 상반기 10.6%에 이어 하반기에도 11.4%의 높은 증가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수입은 수출에 비해 다소 낮은 10.2%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업률은 경기회복 영향으로 2006년의 3.5%에 비하여 올해는 3.3%로 다소 낮아질 전망이다. 올해 중 취업자는 전년 대비 1.2% 늘어난 연간 약 29만 명의 증가세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물가는 하반기 들어 원유 등 원자재가격이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보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6%로 높아질 전망이다. 올해 국제수지의 경우 경상수지가 20억 달러 안팎의 흑자를 내 균형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을 종합할 때 향후 우리 경제는 내수가 완만하게 회복되는 가운데 수출도 견실한 증가세를 지속하면서 당분간 경기상승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한국은행은 이번 발표에서 “2008년에는 (경제성장률이) 금년보다 높아질 전망”이라고 명시해, 향후 경제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최소한 2008년까지는 경기가 하강국면으로 돌아서지 않을 것이라는 속내를 내비친 것이다.

하지만 내년까지 성장이 꾸준할지는 몰라도, 엄밀히 따져 올해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고작’ 0.1% 늘어난다는 것은 대단한 일도 아니다. 물론 경기 성장세가 악화되지는 않아 다행스럽지만, 그렇다고 엄청나게 좋아할 일도 아니라는 말이다.

더구나 한국은행이 밝힌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예상치는 IMF가 전망한 세계 평균성장률 4.9%에도 미치지 못한다. 일부에서는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2~3%의 성장률이 고착화되는 저성장 함정에 걸려드는 것이 아닌가 우려하기도 한다.

일본처럼 ‘10년 불황’에 빠지는 사태야 벌어지지 않겠지만 만일 저성장이 고착화된다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소득수준이 줄어드는 것도 문제일 터이고, 고용이 둔화되는 것도 문제이다.

당장 올해 고용 증가도 그리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따라서 만일 저성장이 고착화된다면 실업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다만 한국은행이 내년 경제성장률을 올해보다 높게 전망하고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 경기는 홀수 해에 부진하다가도 짝수 해에는 나아지는 경향을 뚜렷하게 드러냈던 만큼 짝수 해인 내년은 기대해볼 만하다.

한국은행이 하반기 경제전망을 약간 상향 조정하고 내년 경기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전망을 유지한 것은 결국 지난 12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단행한 콜금리 인상의 배경이 되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경기가 나빠지지는 않는 상황이므로 선제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대처하기 위하여 금리를 인상한 것이다. 다만 이번 조치로 적정 금리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올해 안에 추가적인 금리 인상은 없을 것으로 금융시장은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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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근 메버릭 코리아 대표 jaykki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