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도 본격 출시… 물·대체에너지 등 사업에 투자해 15% 수익률 올리기도

지구도 지키고 돈도 버는 '환경펀드'

대관령 풍력발전소 배우한 기자.
해바리기처럼 태양을 따라 움직이는 집광추적식 태양광발전기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를 뿜어내는 나라는 미국이다. 최근에는 ‘세계의 공장’ 중국이 미국과 어깨를 겨룰 만큼 공해배출 대국으로 떠올랐다.

중국은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에게 황사 바람을 보내 괴롭히고 있지만 세계적으로 봤을 때 더 무서운 건 산업발전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이 바로 이산화탄소이기 때문이다.

그런 중국에 최근 친환경에너지를 생산하는 외국 기업들이 몰려가고 있다. 물론 숫자로 보면 제조업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 변화는 의미심장한 것이다. 게다가 이들 기업의 면면도 결코 만만치 않다.

세계 최고 기업 중 하나인 미국 GE 계열의 GE에너지는 지난해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친환경 기술개발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선양에서 풍력 터빈 생산에 들어갔다.

덴마크의 베스타스(Vestas)나 스페인의 가메사(Gamesa)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풍력 발전장치 전문업체들도 역시 톈진에 풍력 터빈 공장을 세웠다.

이런 변화가 의미하는 것은 명확하다. 앞으로 지구촌 경제는 환경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발전 방식을 택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요건이 됐다.

이에 따라 자본시장도 ‘환경’이라는 테마에 부쩍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유망 종목에 투자해 고수익을 올리는 펀드 운용회사들은 앞다퉈 ‘환경펀드’를 출시하고 있다.

글로벌 펀드 시장에 환경펀드가 등장한 것은 2000년 무렵부터다.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이라는 새로운 기업윤리가 글로벌 스탠더드로 떠오르면서 그 하위개념으로 환경경영이 유행을 타기 시작할 때다. 이때부터 일부 발빠른 펀드운용회사들이 환경펀드를 판매하고 나섰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시장이 커진 것은 2005~2006년부터다.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을 실질적으로 강제하는 교토의정서가 본격 발효되면서 이전부터 환경관련 사업을 영위해 오던 기업들이 대거 환경 테마로 부상한 것이다.

이와 관련, 삼성투신운용 해외투자팀 홍의석 차장은 “환경문제에 대한 일반 대중의 인식이 높아진 게 환경펀드 수요 측면의 진전이라면 환경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이익을 내는 기업들이 등장한 것은 공급 측면의 진전”이라고 설명했다.

즉 환경 테마를 매개로 펀드를 살 고객과 펀드를 투자할 대상기업이 동시에 두터워지면서 환경펀드 시장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환경펀드의 투자 영역은 물, 대체에너지(신재생에너지)에 주로 집중돼 있지만 최근 들어 친환경 기술 및 자원 등으로 투자 대상이 매우 다양해지는 추세다.

글로벌 펀드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환경펀드로는 KBC 워터펀드, SAM, PICTET(이상 물 관련 펀드), 메릴린치 뉴에너지펀드, KBC 올터너티브 에너지, CS 퓨처에너지 펀드 등이 있다. 아울러 환경펀드 시장에서 주목받는 기업으로는 프랑스의 베올리아(수질관리 업체)와 수에즈(에너지서비스 업체), 베스타스, 가메사 등을 꼽을 수 있다.

국내에서도 몇 달 전부터 환경펀드가 본격 출시되기 시작했는데 특정 섹터에 투자하는 테마펀드 시장의 새로운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투자 대상은 주로 물 관련 기업이나 대체에너지, 미래에너지 등이다.

현재 국내 환경펀드 시장에서는 삼성운용, 한국운용, 한화운용, 산은운용, 대신운용, 우리CS운용, 알리안츠운용, 도이치운용 등 토종과 외국계 운용회사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뛰어들어 시장 선점을 위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대부분 올 3월 이후 설정된 터라 벌써 실적 평가를 하기에는 이르지만 현재까지 단기 수익률은 그리 나쁘지 않은 편이다. 그 중에는 꽤 높은 수익을 실현한 펀드도 있다.

펀드평가회사 제로인, 한국펀드평가 등에 따르면 3개월 수익률에서는 알리안츠운용의 ‘글로벌에코테크주식1’ 펀드가 15%를 넘어 가장 좋은 실적을 나타냈다. 또 1개월 수익률에서는 산은운용의 ‘산은S&P글로벌클린에너지주식자’ 펀드가 10%를 넘어 가장 눈에 띄었다.

알리안츠운용은 지난해 5월부터 해외 환경펀드 시장에 뛰어들어 현재까지 전세계 고객을 대상으로 2조원 가량을 끌어 모았다. 한국 시장에도 똑같은 복제 펀드를 출시했는데 지금까지 펀드 조성 규모는 약 1,500억원이다. 최대 3,500억원까지 가입자를 모집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 리테일 담당 강영선 부장은 “처음 풍력발전이나 대체에너지 투자펀드를 판매하려 했을 때 고객들은 그게 무슨 돈이 되나 하는 표정이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생각이 달라지고 있다”며 “실제 환경을 테마로 사업을 하는 기업들을 분석해보면 성장성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사례가 많아 유망 시장이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환경펀드가 테마 펀드 시장에 혜성처럼 등장했지만 금세 빛나는 실적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환경펀드가 ‘현재’보다는 ‘미래’를 내다보는 테마이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펀드평가 김춘화 과장은 “환경펀드는 기본적으로 미래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투자이기 때문에 지금 어떤 게 유망하다고 단정하기는 곤란하다”며 “다만 미래를 내다보고 장기 투자한다면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로인 허진영 과장 역시 “장기 투자를 원칙으로 일정 투자 자산을 분산 투자하는 방식을 택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다른 펀드와 마찬가지로 괜찮다는 말만 믿고 집중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펀드매니저들도 환경 테마에 휩쓸려 부화뇌동식 투자를 하게 되면 자칫 잘못된 종목을 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중요한 것은 테마가 아니라 해당 기업이 자신의 기술력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삼성운용 홍의석 차장은 “환경관련 산업은 성숙 단계가 아니라 성장 단계에 있기 때문에 특정기술에 따라 기업 성과의 부침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며 “어떤 기술이 미래에 시장지배적 위치에 오르느냐가 투자 결과를 좌우할 수 있어 기술변화 추이에 대해 꾸준한 검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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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현 기자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