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공유의 정신, 인터넷 카페로도 확산폐쇄성 강했던 비공개 글도 검색기능에 깜짝 노출… 블로그와 차별화 주목

다음카페
“억수같이 비가 내린다고 할 때 억수가 무슨 뜻이지?” “여름 휴가 때 가족들과 오붓하게 보낼 만한 곳 추천 좀 해줘” “휴가가 영어로 뭐지? 갑자기 생각이 안 나네” “화장실 변기가 막혔는데 이거 어떻게 해야 되나?”

이 많은 질문에 일일이, 친절하게 대답할 수 있다면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럴 만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런데 그 어떤 질문에도 일일이, 그것도 친절하게 대답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것도 단 한마디로. 물론 정확한 대답이다. 바로 “네이버에 물어봐”다.

인터넷 사용자가 가장 많이 찾는 곳이 포털이고, 포털에서도 가장 많이 이용하는 서비스가 검색이다. 그만큼 포털의 검색 서비스는 인터넷 서비스 가운데 최고의 서비스다.

‘카페’. 커피 한잔 마시며 얘기 나눌 수 있는 다방의 현대어가 아니라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커뮤니티 공간인 그 카페. 네이버에서 카페를 검색하면 ‘커피 마시는 곳’이라는 대답보다 인터넷 커뮤니티로서의 카페가 제일 먼저 뜬다.

카페의 원조 다음커뮤니케이션에는 600만개가 넘는 카페가 개설돼 있다. 네이버가 검색을 앞세워 포털의 최고봉에 등극하기 전까지 넘버원 포털은 다음이었다. 그리고 ‘넘버원 다음’을 지탱해온 쌍두마차가 무료 메일 서비스인 ‘한메일’과 함께 바로 이 카페 서비스였다.

검색과 카페. 인터넷 서비스의 대명사인 이 두 가지 서비스가 묘한 관계다. 검색은 꼭꼭 숨어있는 그 어떤 자료라도 빨리 찾아내는 게 임무다. 그런데 카페는 ‘우리만의 공간’이다.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라기보다(물론 그런 곳도 많지만), 회원끼리의 사이버 동호회다. 회원이 아닌 사람은 카페에서 오가는 얘기들을 볼 수가 없다. 검색로봇 역시 이 글을 맘대로 긁어다 보여줄 수 없다. 무엇이든 찾아낼 수 있는 검색로봇에게도 치외법권 지역이 있으니 바로 카페인 것이다. 결국 둘은 ‘창과 방패’ 같은 사이다.

포털에서 검색 기능을 이용해 카페를 검색해볼 수 없다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었다. 하지만 카페의 기본 성격은 ‘우리들만의 공간’인 만큼 폐쇄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도 없다. 이 때문에 카페의 원조 다음은 검색을 통해 카페 그 자체는 검색 결과로 보여줘도, 카페 내의 글들은 아예 검색을 하지 않아 왔다.

다음이 카페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 1999년. 다음의 이러한 카페의 폐쇄성 인정 정책은 7년 가까이 유지돼 왔다. 그리고 지난해 말 7년 만에 이 정책은 변화를 맞았다. 카페 내부의 글도 검색 결과로 보여주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현재 카페 내부 글도 검색 결과로 노출되고 있다.

카페를 검색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늘 논란거리였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뜨거운 감자였던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인터넷 서비스 관련 전문 블로그 ‘우공이산’(http://asadal.bloter.net)의 글을 참고할 만하다.

우공이산은 다음이 ‘카페 내부검색 서비스’를 내세워 뜨거운 감자였던 카페에 대해 드디어 칼을 들었다며, 이는 다음 입장에서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풀었다.

“알짜 중의 알짜 정보가 가득한 카페 서비스를 운영하느라 250여 대의 서버를 운영하고 있으면서도, 검색 결과 노출을 통해 광고수익에 기여하지도 못하는 카페 서비스. 더구나 웹2.0을 기치로 개방과 공유라는 키워드가 확산되고, UCC와 블로그가 커지면서 카페는 이전만큼의 영화를 누리지도 못하는 신세가 된 거죠.”

우공이산은 또 “이렇게 된 데는 카페 운영진의 폐쇄성도 한몫하고 있다”면서 “비공개로 운영해야 할 부분도 분명 있겠지만 카페 활성화라는 차원에서 카페 운영진들도 가능한 개방과 공유의 흐름을 타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어쨌든 지난해 말 다음이 검색 정책을 바꾸면서 현재는 비공개 카페의 글이라도 카페 내의 카테고리 중에 공개된 글들은 검색이 가능해졌다. 이에 앞서 네이버는 카페의 글 가운데 공개 설정된 글은 검색 결과로 보여주는 정책을 써왔다. 물론 비공개 설정된 글들은 검색 결과로 노출 자체가 안 된다.

그렇다면 문제가 해결된 것인가. 아니다. 최근 들어 다시 설왕설래다. 문제는 비공개된 카페 글도 검색이 되면서 불거졌다. 네이버의 경우 비공개 카페의 회원이 글을 올리면서 공개와 비공개 여부를 직접 설정하도록 돼 있다. 공개로 설정하면, 비록 카페 자체가 회원제 카페일지라도 검색 결과로 노출되고 또 내용을 볼 수 있다.

헌데, 검색 결과로는 노출이 됐는데 클릭을 하면 ‘비공개 글이니 회원으로 가입하라’는 메시지가 뜨는 콘텐츠들이 있다는 것이다. 비공개로 설정된 글은 검색 결과로 노출되는 것 자체가 막혀 있는데도 말이다. 이를 두고 회원가입 유치를 위해 네이버나 카페 운영진이 얄팍한 수를 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네이버 쪽은 공개로 설정했다가 비공개로 설정하는 경우처럼 설정 내용이 변경됐을 경우 다시 검색DB를 업데이트하는 기간 사이에 벌어지는 일이라는 해명이다. 결국 시간이 문제일 뿐, 의도적인 것은 아니라는 설명인 것이다.

카페의 폐쇄성은 카페 탄생의 기본 정책이었다. 폐쇄적으로 운영해야 할 카페도 분명 많이 있다. 하지만 웹2.0 바람이 거세지면서 개방과 공유를 기치로 내건 UCC와 블로그의 등장은 카페에도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여전히 카페는 커뮤니티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수많은 주제를 놓고 정보 교류와 의견 교환이 이뤄지고 있다. 또 커뮤니티로서 카페의 역할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블로그 역시 팀블로그라는 이름으로 커뮤니티화 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으며, 그렇지 않더라도 블로그는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블로그끼리 네트워크화해 가고 있다. 블로그의 기본 정신인 개방과 공유를 바탕으로.

이런 상황에서 카페가 블로그와는 차별화된 강점을 어떻게 보완해가며 그 위상을 유지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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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범 블로터닷넷 대표블로터 ssanba@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