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이어 세계 금융시장에 핵폭탄 또 터질까"제2의 외환위기 올 수 있다" 최근 권오규 부총리 위험 메시지급격히 회수되면 자산시장 큰 타격… 엔화 금리 낮아 실현 가능성은 낮아

중소기업체를 경영하는 K씨는 요즘 매일같이 엔화 대 원화의 환율 추이를 살핀다.

그가 경영하는 중소기업은 일본에 수출하지도 않고, 생산되는 제품은 전부 내수로만 소비되고 있다. 얼핏 보아서는 엔화의 환율 동향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바로 엔화 대출금 때문이다. 그의 회사는 3년 전 은행의 권유로 엔화표시 원화자금이라는 대출상품으로 자금을 빌려 설비에 투자하였기에 엔화의 환율 변동은 손익에 즉각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K씨의 경우, 지금까지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 그가 엔화 자금을 쓰기로 마음먹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대출 금리가 낮았기 때문이다. 그는 환율 변동이 다소 마음에 걸렸으나 금리가 유리하다는 점에 끌렸었다.

그리고 실제로 낮은 금리 덕택으로 지금까지 금융비용을 상당히 줄일 수 있었다. 환율도 K사장을 도와주었다. 3년 전에 엔화 대 원화의 환율은 100엔당 1,040원 수준이었다. 그러던 것이 엔화는 이후 내내 약세를 기록하였던 터.

심지어 엔화는 한때나마 100엔당 700원선마저 무너뜨리려는 지경이었다. 그랬으니 엔화로 갚아야 할 부채 원금이 오히려 줄어든 셈. K사장은 금리도 낮은데다 환율 하락에 따른 환차익까지 얻을 수 있어서 만세라도 부를 참이었다.

하지만 요즘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엔화의 가격은 연일 크게 치솟고 있다. 아직까지는 괜찮으나 이러다가 환율이 폭등하지라도 않을지 그는 은근히 걱정이 된다.

K사장이 우려하는 것을 전문적인 용어로 표현한다면 그것이 바로 요즘 세계 각국의 금융시장을 강타하고 있는 엔 캐리트레이드의 청산 가능성이다.

엔 캐리트레이드는 낮은 엔화 금리를 이용하여 엔화를 차입한 다음, 이를 금리가 높은 곳에 투자하여 수익을 거두려는 금융전략을 말하는데, K사장의 경우도 엔화를 빌려 수익률이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설비투자자금으로 사용하였으므로 결국 엔 캐리트레이드를 한 셈.

K사장의 경우는 규모가 작지만, 현재 전 세계적으로 엔화 트레이드 자금은 수천억 달러로 추산될 정도로 워낙 대규모여서 만일 이 자금이 청산될 경우 국제 금융시장에 대혼란을 야기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 엔화 2주만에 18% 폭등하기도

그래서인지 최근 권오규 경제부총리가 "엔 캐리 투자자금의 급격한 회수가 제2의 외환위기와 같은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를 던진 것이 예삿일이 아니게 여겨진다.

그는 재경부 직원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최근 국제금융시장 불안의 기저에는 과도한 엔 캐리트레이드가 자리 잡고 있다"면서 "이러한 이차거래가 과도할 경우 자금이 유입된 나라의 거시경제를 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그 특성상 환율변동 위험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 예컨대 엔화를 0.5%로 차입하여 그 자금으로 6.5%의 수익률이 얻어지는 자산에 투자하면 겉으로는 6%의 차익을 얻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엔화 환율이 6% 이상 급등해버리면 차입한 엔화를 갚아야 하는 투자자로서는 결국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그러기에 환율이 안정적일 때에는 별 문제가 없으나, 외환시장이 불안정하여 엔화의 가치가 급등할 조짐이라도 보인다면 너도나도 엔화 트레이드 청산을 위해 엔화 매입에 나서고, 그로 인하여 오히려 더 엔화가 급등하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 지난 1998년의 경우가 단적인 사례이다.

당시 러시아가 국가채무의 동결을 선언하고 이에 따라 러시아 채권가격이 폭락하자 미국의 대형 헤지펀드인 롱텀캐피탈매지니먼트는 손해를 더 견디지 못하고 파산하고 말았다.

그러자 금융시장의 불안을 우려한 엔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급격하게 청산되었다. 그 결과 엔화 대 달러의 환율이 단 2주일 만에 137엔에서 113엔까지 무려 18%나 폭등하였다. 국제외환시장이 대혼란에 빠진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이번의 경우에도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하여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해지자 엔 캐리트레이드 자금이 청산될 조짐이 부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엔화 대 달러의 환율은 최근 117엔대로 급등하여 엔화의 가치는 최근 5개월 동안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실정이다. 원화에 대한 엔화의 환율도 100엔당 790원대로 올라서며 조만간 800원대의 돌파를 노리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엔화환율이 급등하였다거나 혹은 엔 캐리트레이드 청산의 악순환이 시작되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권 부총리의 경고는 절대로 “엄살”로 간주되어서는 안 된다.

■ 청산되면 달러 환율은 오를 가능성

최근 엔 캐리트레이드 자금의 청산에 대한 논의가 다시 일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주식시장을 비롯한 금융시장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이제까지는 위험이 다소 높더라도 수익률이 높으면 리스크를 감수하는 경향이 강하였던 터.

그러나 최근 불거진 서브 프라임 모기지의 부실은 투자자들이 리스크를 대하는 성향을 보수적으로 만들어버렸다. 수익보다는 안전성을 더 추구하게 되면서 주식보다는 채권, 그리고 외국 시장보다는 본국 시장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서브 프라임 부실로 촉발된 신용경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중앙은행은 금리를 동결하고, 이어 대규모의 유동성 자금을 시장에 공급하였다.

그런데 신용불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아예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또한 금리 인하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만일 미국의 금리가 인하된다면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주요 투자처였던 달러 채권의 수익률이 낮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 캐리 트레이드에게는 상당한 청산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만일 엔 캐리트레이드가 본격적으로 청산될 경우 우리나라 금융시장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

당장에 세계 증시는 물론이고, 우리나라 증시도 동반하여 급락하리라는 것은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지난 2월의 경우에도 엔 캐리트레이드 자금의 청산 가능성이 불거지자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동반하여 크게 흔들린 적이 있었다. 코스피지수가 2,000선 위로 치솟았다가 최근 조정국면의 양상으로 접어들고 있는 우리나라 증시로서는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거기에다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가면 금융시장에다 부동산 등 자산시장이 일거에 흔들릴 우려도 있다. 권 부총리가 “제 2의 외환위기 가능성”이라고 말하는 것에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엔 캐리트레이드가 급격하게 진행되지만 않는다면, 반드시 부정적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엔 캐리트레이드의 청산으로 말미암아 달러화의 환율은 상승할 공산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달러화의 환율은 엔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 가능성이 대두되고 금융시장이 불안해지자 즉각 급등하여 930원대로 금세 복귀하였다.

금융시장이 불안하면 안전자산을 선호하기 마련이고, 그럴 경우 달러화 환율은 오를 공산이 높다. 수출업체의 입장으로서는 엔 캐리트레이드의 청산이 오히려 효자가 될 수도 있겠다.

전문가들은 당장에 급격한 엔 캐리트레이드의 청산이 나타날 공산은 낮다고 본다. 왜냐하면 아직도 엔화의 금리가 충분히 낮은 수준이어서 캐리 트레이드의 매력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전과는 달리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이 시장에 불안요인이 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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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근 메버릭 코리아 대표 jaykki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