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개발 석유·가스의 25% 매장 추정국제법상 주인 없어… 러시아 등 인접 5개국 영유권 경쟁 치열지구온난화로 얼음 녹아 자원개발 용이… 물류비용도 크게 개선

지구 최후의 자원보고로 급부상한 북극해를 선점하기 위한 북극해 인접 국가들의 경쟁이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북극해는 국제법상 누구의 땅도 아니다. 하지만 바로 이 점이 북극해의 ‘미래의 영유권’을 노린 각국의 경쟁을 촉발하는 이유이다.

■ 러시아, 국립공원 프로젝트 추진

포문은 러시아가 먼저 열었다. 북극해와 연결된 가장 광활한 해안선을 갖고 있는 러시아 정부는 자국이 북극해의 영유권을 주장하는데 누구보다도 설득력 있는 명분을 갖고 있다고 보고 노골적으로 북극해에 접근하고 있다.

2일 북극해 해저 4,200m 지점에 자국 국기를 꽂으며 ‘선전포고’를 한 러시아 정부는 14일 북극해의 일부와 북극점에서 800여km 떨어진 자국 영토 프란츠이오시프 군도(群島) 및 빅토리아 섬을 묶어 국립공원으로 만드는 계획을 승인했다.

러시아의 37번째 국립공원이 될 이 지역의 명칭도 아예 ‘러시아의 북극(The Russian Arctic)’이라고 지었다. 면적은 북극해의 5만 1,200㎢와 프란츠이오시프 군도 1만 6,134㎢ 등을 합친 약 7만㎢로, 남한의 70%에 해당하는 광활한 규모이다.

이 프로젝트를 추진중인 러시아 천연자원부는 “2001년에 이미 계획된 것이기 때문에 최근의 심해 탐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북극해 영유권 논란과는 무관함을 강조했으나 북극해 주변국가들의 의혹과 우려를 불식시키지는 못했다.

앞서 러시아 정부는 유인 잠수정 2척을 북극해 심해에 내려 보내는 1단계 탐사에 성공했는데, 이는 북위 88도에 위치한 로모노소프 해령(海嶺)이 러시아의 동시베리아 초쿠가 반도와 대륙붕으로 연결돼 있다는 증거를 찾기 위한 것이었다.

로모노소프 해령 100만여㎢에는 100억톤 규모의 천연가스와 석유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원이 풍부한 이 해역이 국제법상 러시아 영토임을 주장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북극해가 영유권 쟁탈전의 최일선이 된 것은 무엇보다 이 지역에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엄청난 양의 자원 때문이다. 얼음으로 덮여 있는 북극해에는 개발되지 않은 전 세계 석유ㆍ가스 매장량의 25%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과거에는 크게 관심을 끌지 못한 북극해의 자원이 뜨겁게 부각되는 것은 지구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자원 개발이 용이해졌기 때문이다. 얼음이 녹으면서 북극항로가 열릴 경우 발생할 물류혁명도 북극해가 가치를 갖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인이다.

북극해 항로 중 가장 주목받는 것이 북극 군도의 북서쪽으로 뻗어 있는 북서항로인데, 이 지역은 석유 가스 등 천연가스와 어족자원이 풍부할 뿐 아니라 대서양과 태평양을 바로 연결할 수 있어 물류 측면에서 엄청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북서항로를 이용해 영국 런던에서 일본 도쿄까지 화물을 운송할 경우 파나마 운하를 거치는 것보다 무려 7000여㎞를 단축할 수 있다.

말이 ‘바다’일 뿐 실상은 거대한 ‘빙하의 대륙’이어서 그 동안 지도상으로만 존재하는 가상의 뱃길이었던 북서항로가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빠르게 녹으면서 실제 뱃길로 바뀐 것이다.

쇄빙장비를 갖춘 각국의 상선들은 지금도 일년에 며칠씩은 이 항로를 따라 항해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2050년쯤이면 쇄빙장비 없이도 일년 내내 북서항로 이용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국제법상 북극에서 개별 국가의 주권은 인정되지 않고, 러시아 미국 캐나다 노르웨이 덴마크 등 5개 인접국들에 대해서만 200해리 경제수역이 인정된다. 그러나 북극해 대륙붕과 자국 영해가 직접 연결돼 있다는 것을 입증하면 주권을 인정 받을 수 있다.

러시아 핵 쇄빙선이 북극해 해저탐사에 나선 러시아 잠수함 두척의 작업을 지원한 후 귀환하고 있다 <북극해=AP 연합뉴스>

러시아의 도발에 나머지 북극해 4개 인접국들도 일제히 대응에 나섰다.

미국은 17일 해안경비대 소속 선박 ‘힐리호’를 4주 일정으로 알래스카의 노스슬로프 지역에서 북쪽으로 약 805km 뻗어나간 수중평원인 추크치곶으로 보내 해저측량을 할 계획이다.

미국 과학자들은 “이 항해가 2003년과 2004년에 이은 세번째 북극 측량 항해”라며 통상적인 것임을 강조하고 있으나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경사면이 심해 저평원으로 바뀌는 지역 등 유엔 해양조약에 규정돼 있는 특징을 찾기 위한 것”이라고 밝혀 이 측량이 대륙붕 확장을 위한 것임을 인정했다.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는 8일 사흘간 일정으로 북극해를 직접 방문한데 이어 조만간 캐나다 정부가 준비해 온 항구의 위치를 공식적으로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는 북극해를 탐사활동 할 수 있는 항구가 없어 북극해 영유권 경쟁에서 다른 국가에 비해 불리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한 익명의 캐나다 정부 관리는 하퍼 총리의 북극해 방문이 러시아가 잠수정을 심해저에 내려보내 탐사활동을 벌이고 자국 국기를 꽂은 데 대항해 캐나다 주권을 알리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그린란드를 자치령으로 보유하고 있는 덴마크는 12일 탐사대를 보내 그린란드 북쪽 해저 지역을 측량했다.

‘롬로그 2007’로 명명된 탐사대의 목적은 그린란드부터 로모노소프 해령이 그린란드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었다.

노르웨이는 러시아의 북극해 탐사를 “쇼 비즈니스”라고 강력히 비난하며, 연내에 유엔 대륙붕한계위원회에 영유권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북극해 5개 인접국에는 포함되지 않는 아이슬랜드 스웨덴 핀란드 등은 에너지 자원보다는 어족자원 확보 차원에서 북극해 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 이권다툼 격화로 군사적 긴장 높아져

북극해를 놓고 벌이는 이권다툼이 치열해지면서 이 지역의 군사적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14일 북극해 상공에서 크루즈 미사일 발사시험과 공중연료 급유 기동 훈련을 실시했다.

이번 훈련에는 장거리 전략핵 폭격기인 TU_95, 전략 초음속 폭격기 TU_22, 공중연료급유기 일류신(IL)_78 등 30여대의 최신예 공군기들이 대거 투입됐다. 캐나다 정부도 하퍼 총리의 북극해 방문 기간 중 군사훈련을 실시한데 이어 북극 주둔군 증강을 발표했다.

하퍼 총리는 “북극해 지역의 영토를 지키기 위해 군사목적의 항구를 건설하고 1척당 3억달러에 달하는 쇄빙순찰선 6~8척을 제작해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군사ㆍ경제적으로 엄청난 잠재적 가치를 갖고 있는 북극해는 21세기 세력판도를 좌우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임이 분명하다. 특히 미국과 러시아의 이해관계가 정면으로 맞부닥치고 있다는 점에서 ‘신냉전’의 무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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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