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옥수수 등 경작지 만드는 과정서 숲 사라져'이산화탄소 배출량 오히려 증가' 역기능 주장 나와먹기 위한 작물이 에너지원으로… 식량대란 경고도

여름도 끝물인데, 장마보다 더 많은 비가 내리는 습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아예 우리나라 기후가 아열대 기후로 바뀌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언뜻 드는 생각은 역시 환경문제. 지구 환경이 파괴되면서 생긴 이상 기후현상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 말이다.

환경문제의 심각성이야 모두가 아는 문제이고, 이를 해결해보겠다고 여러 가지 노력들이 뒤따르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그 중에 하나가 바이오연료다. 콩, 옥수수 등 식물에서 뽑아내는 연료가 대표적이다.

화석연료가 뿜어내는 각종 오염물질들이 환경파괴의 주범인 만큼, 친환경 바이오연료를 이용해 이를 막아보자는 움직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어차피 화석연료는 고갈되고 있으니, 대체 에너지도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에서는 올해 생산되는 옥수수의 25%가 바이오연료를 만드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한다. 국내에서도 지난 2005년부터 폐식용유나 콩기름 등에서 추출한 ‘바이오디젤(BD20)’을 시범 공급하기 시작했고, 2007년 현재 16곳의 생산업체가 해마다 40만톤의 바이오디젤을 생산하고 있다.

이렇듯 친환경연료로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는 바이오연료에 대해 최근 경고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바이오연료가 오히려 환경을 파괴하는 주범이라는 얘기다. 화석연료보다 더 심하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그럼 바이오연료에서도 엄청난 오염물질이 배출된다는 얘긴가. 그건 아니다. 문제는 바이오연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환경파괴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지나친 바이오연료 붐이 사회적 혼란까지 부추긴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수준이 예상외로 크다는 주장이다. 이른바 ‘바이오연료의 역기능’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8월17일자 보도에서 “바이오연료는 앞으로 30년간 화석연료를 쓰는 것보다 2배에서 최고 9배나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가디언은 대학의 연구 결과를 인용했다. 월드 랜드 트러스트(WLT)의 렌톤 리겔라토 박사와 리드 대학의 도미닉 스프라클린 박사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바이오연료 생산을 위해 대규모 경작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숲이 사라지고, 이는 결과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낳게 된다. 숲이 흡수하는 탄소량은 화석 연료를 바이오연료로 대체했을 때의 탄소 억제량보다 2~9배나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25일 중국 귀저우성의 한 농촌마을에서 한 농부가 수확한 옥수수를 묶고 있다.

또한 보고서는 “10%의 화석화 연료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유럽 전체 경작지의 40%가 바이오연료 생산을 위한 곡물 재배에 쓰여야 한다”며 “EU나 미국이 이런 경작지를 확보하기 힘든 형편에서, 결국은 개발도상국이 경작지의 짐을 떠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같은 경고는 사실 바이오연료의 어두운 면에 대한 그동안의 주장을 실증적으로 연구해 보여준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에 앞서 UN도 바이오연료가 불러올 식량문제를 지적해왔다. 진 지글러(Ziegler) UN 식량권 특사는 지난 6월 제네바 UN인권이사회 회기 중 “바이오연료 개발은 식량권에 중대한 위험을 가져온다”며 “수십만 명이 그 값을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글러 특사는 브라질과 멕시코 같은 국가들이 ‘바이오연료 붐’을 국가 부채를 덜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농민들에게 바이오연료의 원료만을 경작하게 해, 식량생산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글러 특사는 ‘식량권’(The Rights to Food)이란 UN보고서에서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바이오연료 개발과 사용을 가속화시키고 있는 미국, 유럽연합, 일본을 “위선적”이라고 비난하기까지 했다.

영국의 군사정보 전문기업인 제인스인포메이션그룹은 안보문제로까지 확대해 경고했다. 제인스인포메이션그룹은 “바이오 연료가 생산국에는 많은 혜택을 가져다 주지만 환경 파괴와 토지·수자원 확보 경쟁을 유발할 것이기에 위험이 전혀 없는 대체연료로 볼 수는 없다”며 특히 토지와 식량·수자원 확보 경쟁을 가장 절박한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발해농원의 러시아 연해주 농장에서 재배하는 콩.

제인스는 바이오연료 생산에 필요한 양질의 토지를 확보하기 위한 정부와 지역 무장세력간의 갈등이 심각한 수준에 이른 콜롬비아의 상황을 사례로 들며 경고했다.

키스 우스퍼드 뉴질랜드 링컨대학 교수는 “바이오 연료가 세계적 추세가 되면서 곡물류는 물론이고 닭고기, 돼지고기, 쇠고기 등 각종 식품류의 가격이 앞으로 크게 오를 것”이라며 “바이오연료 생산이 앞으로 세계 농업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놓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지난 18개월 동안 세계 주요 곡물가격이 2배로 오른 것을 예로 들며 “옥수수에서 에탄올 100ℓ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한 사람이 1년 동안 먹을 수 있는 만큼의 옥수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계가 바이오연료 생산에 몰두함에 따라 그동안 먹기 위해 키우던 작물이 에너지원으로 역할이 바뀌면서 식량대란이 올 수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키스 우스퍼드 교수는 바이오 연료 산업의 성장이 결국 슈퍼마켓의 식품가격에까지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어릴 적 시골 외갓집에 가면 재미있는 ‘가스레인지’를 볼 수 있었다. 벌써 30년쯤 전 시절인데, 그 당시에 무슨 가스레인지냐 하겠지만, 진짜 가스레인지였다. 투박하긴 했지만, 녹슨 삼발이 모양의 가스레인지에 연결된 호스를 따라 가보면 커다란 돌뚜껑으로 이어지고 그 뚜껑속에선 돼지똥이 가득히 쌓여 썩고 있었다. 가축의 똥을 썩혀 메탄가스를 만들어낸 것이다. 화력이 그다지 좋지는 않아, 밥보다는 국이나 찌개를 끓이거나 데우는 데 요긴하게 사용했다.

지금은 그 시골에서도 ‘진짜’ 가스레인지를 사용하지만, 돌이켜보면 그것이 바이오연료였다. 그런데 그것을 왜 지금은 사용하지 않을까. 원료로 사용할 돼지를 더 이상 키우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화석연료를 이용한 가스 공급이 쉽고 편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화력도 차이가 많이 났고.

바이오연료의 역기능 논쟁은 연료 자체가 발생하는 오염문제가 아니고, 연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또 다른 부작용에 대한 경고다. 늘 그렇듯 ‘더 많이 더 빨리 더 세게’ 만들려 하는 자본의 속성에 대한 경고 말이다.

<저작권자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상범 블로터닷넷 대표블로터 ssanba@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