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한국전력 업무협력 협정 전격 체결포스코, 한전 자회사에 대용량 발전장치 설치키로… 두 회사 협력은 시장확대·기술 국산화에 큰 기여시장성 무궁무진한 청정 에너지에 세계가 주목… 국내서도 가정용·휴대용 등 연료전지 개발 큰 성과

수십 개의 연료전지 셀을 겹쳐 제작한 연료전지.
수소(H)와 산소(O)가 화학적으로 합쳐지면 물이 된다는 건 상식이다. 하지만 두 원소의 결합 과정에서는 에너지도 발생한다. 수소와 산소는 지구상에 널려 있다. 때문에 이를 활용할 기술만 확보한다면 더 이상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

바로 이런 점에 착안한 것이 이른바 ‘연료전지’(fuel cell)다. 연료전지는 수소(연료)와 산소(공기)의 반응을 통해 얻어지는 화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시키는 전기화학 전지다. 저장된 에너지를 모두 소모하면 그 수명이 다하는 기존 전지와 달리, 연료전지는 연료만 공급된다면 재충전이 필요 없어 사실상의 지속적인 발전 장치로 봐도 무방하다.

게다가 연료전지는 물 이외의 부산물을 발생시키지 않아 환경친화적인 데다 기존의 화석연료를 이용한 전기 발전보다 효율도 높아 미래의 대체 에너지원으로 평가되는 ‘꿈의 전지’다.

연료전지는 연료로 사용되는 수소의 생산과 저장이 무척 까다로워 지금껏 실용화가 늦어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수소 대신 천연가스 등 다른 연료를 이용하는 기술이 속속 등장해 상용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더 이상 꿈의 전지가 아닌 현실적인 에너지원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최근 포스코와 한국전력이 발전용 연료전지 분야에서 제조 및 판매, 연구개발, 시장확대 등을 위한 업무협력 협정(MOU)을 전격적으로 체결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철강과 발전 분야에서 각각 독보적인 경쟁력을 가진 두 회사가 힘을 모으기로 한 발전용 연료전지는 주로 기업체, 공장, 백화점 등 상업적 시설에서 사용되는 대용량 발전 장치다.

두 회사는 협력사업의 첫 번째 프로젝트로 포스코가 한전 자회사인 남동발전에 2008년까지 2,400kW급 연료전지를 설치ㆍ운영하기로 했다.

포스코는 이미 지난해 11월 국내 최초로 250kW급 발전용 연료전지 1기를 남동발전에 공급해 가동 중이며, 그 이전에는 서울 탄천하수처리장, 포항산업과학연구원, 조선대병원 등 3곳에서 250kW급 발전용 연료전지를 실험 가동해 사업성을 검증한 바 있다.

포스코는 독자적인 연료전지 사업 확대도 추진 중이다. 그 중 눈길을 끄는 것은 2010년 말까지 포항 영일만항 산업단지 6만3,000평 부지에 연산 100MW 규모의 세계 최대 발전용 연료전지 생산공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는 수 년 안에 연료전지의 본격적인 상용화가 가능하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세계 최고 에너지밀도 연료전지를 장착한 삼성 노트북 센스 X1.

포스코는 지난 2월 세계에서 유일하게 연료전지를 상용화한 미국 FCE사와 사업제휴 계약을 맺어 연료전지 생산기술과 국내외 시장 판매권을 확보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한전이 국내 최대의 연료전지 수요업체라는 점에서 두 회사의 업무 협력은 국내 연료전지 시장 확대 및 관련 기술 국산화에 큰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료전지의 쓰임새는 아주 다양하다. 휴대폰이나 노트북 컴퓨터 등 전자제품을 비롯해 자동차의 엔진, 가정용 발전장치까지 활용 폭이 무척 넓다. 세계 각국이 국가적 역량을 투입해 연료전지 연구개발에 매진하는 것도 그 시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연료전지는 발전용량에 따라 크게 발전용, 수송용, 가정용, 휴대용 연료전지로 나뉜다. 국내 기업들의 연구개발 노력은 수송용, 가정용, 휴대용 연료전지 분야에서도 적지 않은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수송용 연료전지 분야에서는 현대차 그룹이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현대차는 일찌감치 1990년대 후반부터 연료전지 시스템과 연료전지 자동차 개발에 나섰다. 세계 각국의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가 엄격해지면서 저공해 자동차 기술을 확보해야 하는 현실적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었다.

현대차는 2001년 세계 최초로 350기압의 압축 수소탱크를 탑재한 연료전지 차량을 개발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시행 중인 ‘연료전지 파트너십’(California Fuel Cell Partnership) 프로그램에서 상용화를 위한 각종 평가를 실시했다. 이어 2004년에는 ‘투싼’ 연료전지 차량을 협력업체들과 공동 개발해 2005년 12월부터 미국에서 본격적인 실증 운전에 돌입하기도 했다.

이구택(앞줄 왼쪽) 포스코 회장과 이원걸(오른쪽) 한국전력사장이 20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미래 청정에너지인 발전용 연료전지의 제조와 판매, 연구개발, 시장 확대 및 정보교류 등 상호협력을 위한 업무협력 협정서(MOU)에 사인한 후 악수를 나누고 있다.

아울러 현대차는 2010년쯤 연료전지 차량의 양산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고 이에 대비한 연구개발과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연료전지 차량 개발에 따른 가격이나 인프라, 내구성 등의 문제도 그때쯤이면 어느 정도 해결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가정용 연료전지에서는 GS퓨얼셀, 퓨얼셀파워 등의 행보가 눈에 띈다. GS퓨얼셀은 2003년 국내 최초로 1kW급 가정용 연료전지 시스템을 개발한 데 이어 2004년에는 고효율 초소형의 1kW급 가정용 연료전지 열병합 시스템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지난 5월에는 GS퓨얼셀과 퓨얼셀파워가 각각 개발한 1kW급 가정용 연료전지 2기가 국무총리 공관에 시범 설치돼 가동에 들어갔다. 이 연료전지는 액화천연가스(LNG) 등에서 추출한 수소를 연료로 전기를 생산할 뿐 아니라 온수 및 난방도 함께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정부는 지난해 8월부터 가정용 연료전지의 신뢰성과 내구성 등을 점검하는 모니터링 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는데, 2008년까지 1kW급 가정용 연료전지 200여기를 시범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산업자원부 등에 따르면 대량생산 체제가 갖춰지면 가정용 연료전지 보급에 걸림돌이 되는 가격 문제도 수 년 내로 해결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휴대폰이나 노트북, 디지털 카메라 등 휴대용 전자제품의 보급이 크게 늘어나는 가운데 연료전지는 이들 제품의 차세대 전원으로도 엄청난 가능성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근 전자제품의 고성능화로 전력 소모량이 급증하면서 고효율 전지가 곧 제품 수준을 좌우하는 관건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휴대용 연료전지 분야에서는 삼성SDI와 LG화학 등이 수 년 전부터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SDI는 2005년 휴대용 부탄가스를 연료로 전기를 발생시키는 연료전지 개발에 성공한 바 있고, LG화학은 노트북용 연료전지 상용화를 위한 기술력 확보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2010년대 초반이 되면 분야별로 연료전지 상용화가 가시권에 들어올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다. 국내 기술 수준도 빠른 속도로 선진국과 격차를 줄이고 있어 향후 세계 시장에서도 충분히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는 분석이다.

연료전지 시장은 2030년께 수송용 1,000억 달러, 가정용 250억 달러, 휴대용 150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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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