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재미사업가 JFE Inc. 김승호 대표매장 마케팅 혁신으로 美 식품업계 주류시장 돌파한 첫 동양인거대 유통체인 크로거에 120여 개 매장 가동… 직원 14명으로 2년 반 만에 연 120억 원 매출

때아닌 김밥 열풍이 현재 미국을 강타하고 있다. 한 한국인 사업가의 발상에서 시작된 이 ‘회오리’가 일면서 미국인 김밥광들이 늘어나는가 하면, 관련 매장이 잇따라 미 전역에 확산되고 있다.

돌풍을 일으킨 주인공은 JFE Inc.의 김승호 대표. 기존 유통 방식의 허를 찌른 아이디어 하나로 새로운 성공신화를 낳고 있다.

직원 총 14명이 근무중인 JFE 본사의 매출(로열티 수입)이 연 120억원 대다. 미국의 이른바 ‘스시’계를 통틀어 유례없는 신기록이다. 창업 2년반만의 실적이다. 미 본토의 식품시장을 정면 돌파한 저돌적인 최초 동양인으로서도 그는 남다른 시선을 받고 있다. 지난주 잠시 한국을 방문한 김 대표를 만났다.

김승호(가운데) 대표가 미국 크로거 South West 본사 부사장과 김밥매장을 둘러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밥 매장 JFE Inc.

_ 이름부터 확실히 하자. 일본 스시인가, 우리식 김밥인가?

“김밥이다. 품목의 인지도 효과 때문에 할 수 없이 스시라는 통칭을 쓰고 있지만, 엄밀히, 이 상품은 김밥이다.”

_ 한인교민 상대가 아닌 미국 주류 식품시장에 진입한 첫 한국인이라는데, 사실인가?

“그렇다. 미국의 거대유통망인 크로거(Kroger)를 통해 매장을 배치한 것이 주효했다. 크로거는 대형식품유통기업으로, 미국내 전체 매장수 1위, 식품업종에서도 매출 1위를 달리는 유명 대형매장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초대형 이마트 정도로 비유할 수 있을까? 크로거 안에는 수백,수천종의 식품과 브랜드가 들어가 있지만 그중 독립적인 소유권을 갖고 독자 운영되는 매장은 스타벅스와 우리, 딱 둘이다.”

_ 구체적으로 김밥 매출을 얼마까지 올렸나?

“단적으로 예전에는 1스퀘어푸트(sqf. 평방피트. 가로 세로로 성인의 한 발 크기쯤 되는 사각형 면적) 단위면적당 월 매출 20달러(약 2만원)이던 것이, 내 방식으로 매장 운영 시스템을 바꾼 뒤 1 sqf 단위면적당 월 140달러(약 14만원)로 올랐다.

7배 이상 뛴 것이다. 텍사스의 크로거 ‘사우스 웨스트’ 본사의 경우에는 원래 매장 매출액이 주당 9천달러(약 9백만원)이던 것이 우리 방식으로 바꾼 후 17만달러(약 1억7천만원) 수준이 됐다. 11배쯤 되나?

월 매출로는 6억8천만원~8억5천만원선이다. JFE라는 회사도 원래 파산 상태이던 회사를 거의 빈 손으로 인수액 분납조건(Owner Financing 방식)으로 매수해 단 8개월만에 인수총액 6억원을 다 갚아버렸다.”

김승호
1964년생. 재미사업가. 현 JFE Inc. 대표.
1987년 가족과 이민. 1999-2001년 미국 유기농식품유통회사 Seekers 인수,운영. 당시 최고 월매출 4억5천만원 기록. 2004년 JFE사 인수, 경영중. 현 시가총액 700억원대 회사로 평가받고 있음.

_ 매장 운영방식을 종전에서 어떻게 바꿨다는 것인가?

“아주 간단하다. 원래 크로거 안의 델리(즉석조리식품 파트)쪽에 나란히 묻혀 있던 김밥 매장을 따로 복도로 이끌어내 섬처럼 잘 보이게 만들었다(Island 방식).

그리고 김밥의 진열대 높이를 확 낮추고, 대신 그 안에서 주방장이 직접 김밥을 말아내는 모습을 누구든 지나며 구경할 수 있게 했다.

그게 전부다. JFE사는 정확히 말해 식품을 파는 회사가 아니라 식품 매장의 운영 또는 마케팅 시스템을 패키지로 파는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_ 그 정도의 변화로 그렇게까지 매출폭이 커질 수 있나? 성공의 최대 포인트가 뭔가?

“김밥은 그 자체에 엔터테인먼트, 즉 ‘쇼’ 적인 요소를 갖고 있다. 외국인들에게는 밥 안에다 김을 넣어 말아 모양을 만든다는 것이 상당한 재미있는 볼거리다. 우리가 주목한 것이 바로 그 부분이다.

그것으로 직접 제품에 대한 신선도의 확인, 시각적 만족, 사고 싶다는 심리를 증폭시켰을 것이다.”

_ 이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게 된 첫 계기가 있나?

“아는 친구가 미국 회사에 스시가 들어왔는데 비즈니스가 될 만한지 한번 봐달라고 해서 함께 가봤다.

갔더니 매장에 도시락 6개만 달랑 진열돼 있었다. (사실상 미국내 상당수의 스시바가 진열, 배달 위주로 매장을 운영한다) 보자마자 저 제품은 저렇게 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본능처럼 알게 되는 것이다. 이미 스시 또는 김밥이 기본적으로도 어느정도 팔리긴 하고 있었지만, 문제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이 팔 수 있는 방법을 두고도 못 본다는 점이었다.

얼마뒤 ‘나인틴식스티’라는 매장을 접촉해 이벤트 형태로 지금과 똑같은 방식의 매장을 꾸며 김밥을 팔았다. 실제 효과를 확인하는, 내게 일종의 테스팅 작업이었다.

주당 약 30만원이던 매출이 바로 3백만원 이상 올랐다. 확신을 굳히고,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크로거 측과 접촉했고, 협의한 즉석에서 바로 수락이 떨어졌다.”

_ 첫 출발지는?

“2004년 3월, 휴스턴의 ‘웨스트 그레이’ 크로거 매장에 첫 입점을 시켰다. 그때도 지금도, 매장 건축, 인테리어 비용 등은 전적으로 크로거측이 부담한다. 우리측에서는 별 기초투자비용이 들지 않는다.

나는 기업 인수를 포함해, 이제껏 단 한번도 내 돈을 써서 사업을 시작한 적이 없다. 주위에서 다들 ‘정말 희한하게 사업한다’고들 한다”(웃음).

_ 현재 어느만큼 진척돼 있나?

“미국내 10여개주에서 현재 120여개 매장이 가동되고 있다. 지금도 1주일에 최소한 1,2개씩 매장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당초엔 텍사스주, 특히 내가 살고 있는 휴스턴 지역에서부터 시작해 지난 2년여동안 LA, 오클라호마, 위스콘신, 일리노이주 등 미국인구가 밀집된 주요 지역, 특히 부자동네들에는 이미 다 매장이 들어가 있다.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등 5개주에서도 현재 입점 진행중이다. 목표치에 비하면 아직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_ 미국인들간에 김밥 팬이 대거 늘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어느 정도인가?

“김밥 매장이 히트를 치면서 동반 효과로 미국 주류사회에 실제로 김밥 트렌드가 일고 있다. 분석자료도 있는데, 현재 미국에서 김밥을 먹는 주요고객층은 중산층 이상 고학력 백인 여성인 것으로 나타나 있다.

마치 한국의 와인 열풍과 비슷하게, 미국에서도 김밥이 중산층 이상 부류의 고급취향이자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김승호 대표와 직원들.

_ 모든 트렌드가 그렇듯이, 현재 시스템도 언젠가는 한계가 오지 않겠나?

“그 때문에 오래전부터 벌써 후속타를 준비하고 있었다. 다음은 철판요리로, 이미 도면 작업이 진행중이다. 적어도 내년초에는 역시 크로거에 철판요리 매장을 추가하기로 이미 본사와 얘기돼 있다.”

_ 한국 기업의 미국 주류시장 진입이 쉽지 않은 이유나, 그 외 미국 식품수출을 생각하는 경영인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가 있다면?

“미국 유통시장은 대단히 보수적이다. 관련 식품담당 매니저와 단지 전화만 한 통 하는데 8개월씩 걸릴 때도 있다.

미국 주류시장의 보수성에도 이유가 있다. 한국기업들의 미국 주류 시장 진출이 쉽지 않은 것은 미국 시장이 가진 특유의 보수성과 이에 따른 진입 절차, 접근 방식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족해서라고 본다.

주의할 것은, 현재 미국 주류 식품업계에서는 동양식품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고조된 상태다. 일본이나 중국과 달리, 한국산 컵라면 제품 몇몇만 빼고는 사실상 한국 제품은 황무지 상태다.

한국 식품업계에서 뭔가 중요한 것을 빠뜨렸거나 잘못하고 있는게 아닌지 다시없는 이 호기를 놓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현재 미국 식품시장은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와 똑같다. 광활한 전국 지도를 펴놓고 누가 먼저 깃대를 꽂느냐, 땅따먹기 게임을 하는 것과 똑같다.”

<저작권자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영주 기자 pinplus@hk.co.kr